그린 광야로의 부르심

이 책은 저자인 한명수 목사가 2001년 8월 8일부터 2011년까지 해밀턴에서 선교활동 중 지역의 교민 소식지에 실렸던 목회 칼럼과 목회자 삶의 이야기를 책으로 모은 것이다.

뉴질랜드 사람들의 삶과 이민과 유학을 경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이민 사회에서 목회자로 생활하면서 경험한 것들, 뉴질랜드 현지인들의 삶과 교인들의 각자 다른 처지의 경험을 뉴질랜드의 이민자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첫 번째 Green – 17가지 이야기
두 번째 Desert – 18가지 이야기
세 번째 Grace – 18가지 이야기
네 번째 Strength & Unity – 19가지 이야기

Green
“처음 뉴질랜드 교회의 목회자로 결정된 후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비자 문제, 영어 실력, 그리고 뉴질랜드 현지인 교회에서 목회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내게는 이민자들에 대한 이해도 없었다. 처음 통장을 만들 때 겨우 ‘ 이 정도의 돈 밖에 없네.’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나의 경제적 형편은 열악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뉴질랜드로 가기 전 새벽기도를 통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근신하는 마음이니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디모데후서 1:7) 말씀이었다.

“내 삶에 가장 큰 보람은 무엇보다 이곳에서 예수님을 소개하고 만나는 일을 돕는 일이다. 해밀턴에서의 목회는 그리 괄목할 만하지 않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를 믿는 계기가 있었고, 불편한 언어와 문화 속에서 교회의 문턱이 높지 않고 목회자와 마음을 함께 열고 교제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들뿐 아니라 내게 잊을 수 없는 삶의 보람이다”

Desert
“해밀턴에서 나의 10년 세월은 모세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집트의 왕자 모세처럼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과 목회를 했지만, 미디안 광야의 고독 또한 지나야 했다. 그리고 가나안 땅을 향해 가는 도상에서의 해밀턴 생활을 하고 있다.

키위 사회 속에서 왠지 모르게 작아지는 존재감은 이국땅에서 겪어야 할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힘들었던 일들로 창밖을 바라만 봐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사사로운 감정 안에서 허우적거리기보다 마음을 추슬러 기도와 말씀 묵상을 통해 내게 향한 하나님의 뜻이 있음을 분명히 믿기에 지금의 모든 광야 생활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는 약속의 땅에서 살고 있다. 아니 약속의 땅이 우리 앞에 있다. 과거의 아픔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너무 성급하게 자포자기하고 있지 않은가? 세상의 원리에서 삶의 지혜와 처세를 찾으려고 약속의 땅이 우리 앞에 보이는데 돌아서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의 에너지를 어디에 사용하고 있나? 신앙공동체인 교회가 해야 할 궁극적인 관심을 잃어버린 채 불필요한 것들에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지는 않은가? 성경은 ‘목욕하라, 너희 배설물을 땅속 깊이 파고 덮으라.’고 말씀한다. ”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 거지? 라는 질문은 이민자뿐 아니라 생명 있는 모든 이들의 고민일 것이다. ‘난 어디에 있고, 어디를 향해 가야 하지? 하는 말들을 나 자신에게 물으며 또 말씀을 묵상하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내 삶 속에 이어지길 기도하고 있다. 이민자들의 삶의 현실이자 나그네 인생길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세상 사람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내가 왜 이 길을 가야 하는지? 누구와 함께 가야 하는지를 더 분명하게 구체화할 필요가 있겠다. 내 삶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다. 또 하나님을 향한 새로운 갈망 또한 싹터 오르고 있다. 내 인생의 목적을 더 분명하게 하고 싶고 전환점을 삼고 싶다. 적지 않은 삶을 살았음을 문득 느끼고 내 삶의 무게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 지도는 없지만, 예수님께 더욱 집중하며 그분의 능력을 힘입어 바로 내가 그리스도의 제자 된 자의 삶에 대한 합당한 해답을 줄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다.”

Grace
“어떤 교우는 ‘목사님은 하나님께서 모든 필요를 채워 주실 것을 믿으면서 왜 그렇게 인간적으로 걱정과 염려를 하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 아마 내게 이 말을 한 그분은 더 치밀한 계산 속에 살아갈 궁리를 하고 있진 않을까? 남의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예수님처럼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외국 생활에서 경제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많은 목회자와 선교사들이 남모르는 고민과 어려움을 오직 하나님 앞에 맡기며 살아갈 것으로 추측된다.”

“뉴질랜드는 내 삶에 많은 기회를 준 나라다. 심심한 천국이란 말처럼 답답한 부분도 많지만 여러 민족과 그들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서 그들에 대한 선교하는 방법과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또한 자녀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바누아투라는 70여 개의 섬으로 구성된 나라를 선교 여행으로 다녀온 적이 있다. 뉴질랜드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던 내가 그 나라의 무더운 습도, 경비행기로 이동하면서 소음과 담배 연기로 무척 힘든 비행을 한 적이 있다. 왜 그동안 감사할 조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감사한 삶을 살고 있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1% 이상의 감사 조건이 내겐 있다. 문제는 너무 의사소통이 원활한 한인들끼리 그것을 지속하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쉽지 않지만, 각자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다. 십자가 없이 신앙생활 하는 사람이 많다. 부담 없이 그냥 받기만 하고 큰 조직에 얹혀살아가려 하기보단 1%의 가능성과 감사 조건 속에서 행복과 감사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면 어떨까?”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큐레이터 같은 역량을 발휘해서 복음을 디스플레이할 수 있다면 뉴질랜드의 신앙 공동체는 세상을 향한 큰 희망으로 이웃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낯선 이국땅에서 믿음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쉽진 않다. 때론 낙심되고 지칠 때도 있지만 내 삶의 이유는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고 자랑하는 것이다.”

“이민과 장단기 계획으로 우린 낯선 나라에서 생활하고 있다.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벌써 해밀턴에서 목회한 지도 7년째를 맞고 있다. 창조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에게 고독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숙명이라면, 창조적 설교를 준비하고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는 믿음에 이르려면 이런 고독의 경험은 필수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내 형편을 한탄하거나 과거의 그리움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

Strength & Unity
“그린 광야로의 부르심의 영어 표현인 ‘Blessings from the Green Desert’에서 밝혔듯이 힘든 기간도 있었지만, 뉴질랜드로의 부르심은 축복된 광야의 삶임을 전하고 싶다. 어느 여정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광야를 지나 약속의 땅으로 가는 여정이라고 힘든 일이 없겠는가?

그러나 그 여정이 온통 고난으로만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닐 것이기에, 그 여정 끝에 있을 아름다운 가나안을 생각하고 지금의 고통을 감내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내 주변의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방법은 ‘하나님을 가까이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광야의 삶이기에 하나님을 더욱 가까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오히려 축복이다. 광야의 삶이라 하나님밖에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도리어 다행이다. 어떤 문제를 만난다면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구름 밖으로,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나갈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필자는 지금 그린 광야로의 부르심을 속에서 살아가는 이에게 한 목회자의 복음을 향한 열정, 고민 그리고 따뜻한 가족공동체를 이루면서 이민과 유학 생활 속에 느꼈던 교우들 삶의 향기를 잘 전달해주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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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종
올네이션미션센터 대표(GMS선교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2000년 3월 뉴질랜드 도착하여 21년간 한인 목회와 남태평양 선교 네트워크를 감당하고 있으며, 점수제 일반 이민 30년의 뉴질랜드 이민 역사 속에서 한인 저자들이 쓴 책 가운데 뉴질랜드와 한인의 삶이 담긴 12권을 매달 한 번씩 북 리뷰를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