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은 각 가지 사연들이 모이고 헤어지는 곳입니다.
무작정 상경한 시골 아가씨들의 이야기며 그런 처자들을 노리는 나쁜 사람들 이야기는 늘 신문의 한 편을 채웠었습니다.
서울 사는 자식들을 위해 씨암탉이며 직접 가꾸신 채소, 갓 짜낸 참기름 등을 바리바리 보따리를 싸서 상경하신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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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휴가 나온 군인은 자꾸 피하는 여자친구에게 계속 동전을 넣어가며 어떻게 든 통화를 이어가려 합니다.
구걸하는 할머니 앞에서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 아저씨는 어쩔 줄을 몰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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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앞 공중전화박스가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중전화는 오랫동안 우리의 아주 긴요한 통신 수단이었습니다.
공중전화박스는 수많은 사연들을 묵묵히 들어주고 늘 그 자리를 지키며 비가 오면 비를 피할 수 있게 자신의 품을 내어주고, 연인들에게는 오붓한 데이트 장소가 되어 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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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굳이 공중전화를 찾는 사람들이 없지만 옛날에는 가정용 전화가 없는 집도 많아 급하게 누군가에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근처 공중전화로 달려가거나 이웃 중 집 전화가 있는 집에 간청을 해서 사용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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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과 공중전화, 둘은 때려야 땔 수 없는 연인과 같은 사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