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기억이 머무는 그곳

서울역과 공중전화

서울역은 각 가지 사연들이 모이고 헤어지는 곳입니다.

무작정 상경한 시골 아가씨들의 이야기며 그런 처자들을 노리는 나쁜 사람들 이야기는 늘 신문의 한 편을 채웠었습니다.

서울 사는 자식들을 위해 씨암탉이며 직접 가꾸신 채소, 갓 짜낸 참기름 등을 바리바리 보따리를 싸서 상경하신 할머니,

갓 휴가 나온 군인은 자꾸 피하는 여자친구에게 계속 동전을 넣어가며 어떻게 든 통화를 이어가려 합니다.

구걸하는 할머니 앞에서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 아저씨는 어쩔 줄을 몰라 하네요.

서울역 앞 공중전화박스가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중전화는 오랫동안 우리의 아주 긴요한 통신 수단이었습니다.

공중전화박스는 수많은 사연들을 묵묵히 들어주고 늘 그 자리를 지키며 비가 오면 비를 피할 수 있게 자신의 품을 내어주고, 연인들에게는 오붓한 데이트 장소가 되어 주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굳이 공중전화를 찾는 사람들이 없지만 옛날에는 가정용 전화가 없는 집도 많아 급하게 누군가에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근처 공중전화로 달려가거나 이웃 중 집 전화가 있는 집에 간청을 해서 사용했었습니다.

서울역과 공중전화, 둘은 때려야 땔 수 없는 연인과 같은 사이입니다.

이전 기사438호 크리스천
다음 기사추석을 맞이하며
해리 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다. 나의 어린시절 어머니는 삶이 너무 힘드실 때면 긴 한숨과 함께 ‘봄 날은 간다’를 나즈막이 부르시곤 하셨다. 나의 작업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