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방 Manhwabang(comic book rental store)

마땅한 오락거리가 없던 시절 아이들은 푼돈만 생기면 만화방으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태권 V, 각시탈, 임꺽정 등, 만화책과 보물섬, 소년중앙 등, 월간지와 무협지를 비롯 여원 등,

어른들 월간 잡지도 있었습니다.

또한 단골 만화방에서는 각자의 대여계좌가 있어

만화방 아저씨의 공책에 적어 놓고 빌려다가 집에서 보기도 했지요.

그리고 그 시절에는 텔레비전이 아주 귀해서

집에 텔레비전이 없는 아이들은 만화방으로 가면

입장료를 내고 텔레비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만화방 앞에는 늘 번데기 장사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돈을 내고 뺑뺑이를 돌려 운 좋으면 큰 봉지에 든 번데기를 따기도 했습니다.

물론 확률은 거의 없었지만요.


집에 있으면 온갖 심부름을 해야 하니 아이들은 잔돈만 생기면

냅다 만화방으로 튀어갔습니다.

저녁 무렵 아이들을 찾는 엄마들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오면

아이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만화방을 나서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딱히 놀 것이 없던 시절 만화방은

아이들의 행복한 쉼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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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다. 나의 어린시절 어머니는 삶이 너무 힘드실 때면 긴 한숨과 함께 ‘봄 날은 간다’를 나즈막이 부르시곤 하셨다. 나의 작업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