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standing 지식광부들의 놀이터

I:지난주에 ‘고구마 질문법’에 대해 나눴는데요, 오늘은 그것을 갖고 토론하는 것을 배우나요?
P: 맞네. 오늘 understanding이 지난번에 만든 질문들을 가지고 토론하며 성경의 보물들을 진짜 캐내는 시간이고 가장 흥분되는 시간이야. 그런데 하브루타에서의 토론은 단순하게 지식 세계를 탐험하는 것 이상이라네.

I: 그런데 목사님! 제가 TV에서 하는 토론을 종종 보면 패널들이 서로 싸우기 바쁜 것처럼 보이더라구요. 때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P: 대화와 토론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것이기도 해. 물론 토론의 어원은 말싸움으로 보여. 토론의 영어 단어 debate나 discussion 의 라틴어 어원은 battere와 cutere인데 둘 다 ‘잘게 부수다, 깨뜨리다’의 의미지. 후에 battere는 영어의 battle(전쟁)으로 발전했어.

그래서 일반적인 토론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기보다는 말로 상대방을 깨뜨리려고 하는데 골몰하지. 토론 이후의 모습도 유쾌하지 않아 보여. 하지만 하브루타에서의 토론은 함께 지식 세계를 탐험하고 보물을 채굴하는 ‘one team’ 지식광부들이야. 따라서 서로를 공격하며 싸우는 적이 아니라 함께 여행하며 대화하는 친구라는 의미야.

I: 토론하면서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나요?
P: 혹시 자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말 들어보았나?

I: 들어보긴 했지만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P: 화이부동은 논어의 자로편에 나오는 말로 군자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한다는 말이야. 사실 성경에도 그와 유사한 표현들이 많이 나와. 그런데 난 이 말이 참 좋더라구.

I: 그럼 성경 하브루타에서 다른 의견이나 생각이 나올 때 싸우거나 대립하지 않고 어떻게 화이부동하며 친구가 될 수 있나요?
P: 내가 생각하기에 네 가지 정도만 잘 지켜도 가능할 것 같아. 첫째는 서로 틀렸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마음을 열고 들어보는 거야. 둘째는 상대방의 생각과 내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셋째는 상다방과 나의 다름에 대해 어떻게 다른 지를 말하는 용기가 필요해. 그리고 마지막은 틀림이 아닌 다름의 문제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부드럽게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설득하는 거야.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I: 그럼 하브루타에서 토론 과정은 말하기도 중요하지만, 태도도 그에 못지않다는 것이네요? 예컨대 반대를 위한 반대나, 상대방을 무시하는 언사, 또는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는 태도로는 하브루타가 불가능하겠네요.
P: 잘 보았네. 하브루타는 말하기 뿐만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며 배려하는 태도가 우선되어야 해. 보통 우리는 사람의 말을 귀로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눈으로도 듣는 거라네. 상대방의 표정과 눈, 그리고 몸짓과 움직임을 통해 상대방과 상대방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거야. 그중에 눈을 바라보는 것은 아주 중요해. 물론 한국 사람들은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 부담을 느끼더라구. 그게 어색하면 눈과 코 사이를 바라보는 방법도 있고.

I: 혹시 토론 과정에서 태도 이외에 또 필요한 것이 있을까요?
P: 좋은 질문이네. 지난 시간에 고구마 질문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필요했던 것이 종이와 연필이었네. 하브루타 활동을 할 때도 이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네. 메모하기 위해서야. 상대방이 말할 때 메모를 하면 몇 가지 유익이 있어. (1) 상대방은 내가 메모하는 것을 보고 자기 말을 잘 들어준다고 생각해. (2) 그 모습을 보고 상대방은 존중받는다는 느낌도 들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려고 신경을 쓴다네. 금방 스마트폰으로 ‘팩트체크’가 가능하기도 하고. (3) 또 메모는 중요한 내용을 놓치지 않게 해. (4) 그런데 사실은 메모가 이해에 훨씬 많은 도움을 준다네.

I: 메모는 손으로 하는 건데, 그게 어떻게 이해에 도움을 준다는 말인가요?
P: 메모는 손으로 하는 게 맞아. 그런데 우리가 메모를 할 때를 생각해 보게. 우리가 생각하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한 단어나 문장을 메모하지. 그것은 우리가 이미 그 내용을 중요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인식했기 때문이야. 그래서 메모는 ‘귀로 들은 내용을 머리에서 정리해서 손으로 쓰는 것’이라고 정의하지. 따라서 하브루타 하면서 메모는 절대적이라네.

I: 아! 그런 유익이 있군요. 그럼 잘 이해한 것을 메모하고 그것으로 토론하면 될까요?
P: 메모할 때 아직 한 가지가 빠진 것 같아. 뭣일 것 같은가?

I: 글쎄요. 목사님이 정리해 주신 것만으로도 메모의 결정판 아닌가요?
P: 메모할 때 정말 중요한 것이 빠졌어. 그것은 유대인들이 늘 하는 질문 “마따오 쉐프(네 생각이 뭐야?)’를 같이 메모하는 거야.

I: 그럼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메모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나가서 상대방의 핵심을 적어 놓고 내 생각도 적는다는 말인가요? 그러려면 손이 두 배로 빨라야겠어요. 그런데 목사님, 하브루타를 할 때 지난번에 만든 질문 갖고 어떻게 시작하고 마무리해야 하는지 궁금해요.
P: 지금까지 태도와 메모가 understanding을 위한 준비라면 이제 본격적으로 어떻게 하브루타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세. 하브루타는 정형화된 질문과 대답과 논쟁이 없어. 그래서 언제든 질문할 수 있고, 언제든 대답하고 다시 질문할 수 있지. 그러면서 ‘지식광부들의 놀이터’가 되는 거야.

I: 그럼 하브루타는 지난번에 만든 질문을 갖고 서로 그냥 질문하고 대답하면 되는 건가요?
P: 물론 방법을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1) 지난시간에 만든 질문을 짝과 함께 내놓고 대답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거야 . 그리고 누구의 질문이 더 좋은지 비교해 보고, 질문을 범주별로 분류해 봐. (2) 둘 중에 아무라도 먼저 질문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도 괜찮아. 아니면 상대방이 질문을 읽어주는 것도 괜찮고. 물론 말할 때는 주장- 근거- 사례 형식의 논리적 구성이면 좋겠지? 특히 자기 생각을 말한 후에 ‘왜냐하면’을 넣어서 자기 생각에 대한 근거를 세우고, ‘예컨대’를 넣어서 사례를 집어넣으면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지.

(3) 그리고 질문은 2분 이내에 상대방이 정확히 포인트를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도록. (4) 질문과 대답은 모두 두괄식으로 하고, (5) 대답하는 사람 역시 논리적으로 대답하되 3-5분 정도로 정리해서 하는 방법도 괜찮다고 생각하네. 그런데 내가 얘기한 것들은 단지 하나의 방법일 뿐이고, 실제 하브루타를 하다 보면 질문과 대답이 더 짧아질 수도, 더 길어질 수도 있네.

I: 목사님! 그럼 하브루타를 하다가 새롭게 궁금한 것들이 생겨나면 어떻게 해요? 그건 약속된 질문이 아니잖아요.
P: 좋은 질문일세. 그런 경우 두 가지 옵션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아. 처음부터 선정된 질문으로만 하브루타를 하자고 약속하던지, 아니면 중간에 새롭게 만들어진 질문을 자유롭게 내놓는 방식으로 말이야. 내가 하브루타를 순서대로 설명하지만 이것은 가르치기 쉽고 배우기 쉽고 또 이해하기 쉽게 논리적으로 설명한 것일 뿐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라네. 유대인들은 오히려 이런 순서에 대해 의아해해. 그냥 단순하게 궁금한 것 물어보고 대답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든.

하브루타를 하다 보면 생각지 못했던 깨달음을 얻기도 하지만, 궁금한 것이 새롭게 생기기도 해. 궁금한 것이 생겼다는 것은 아직 모른다는 것이고,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아는 것이 바로 메타인지 능력일세. 때때로 하브루타는 우리가 목적하거나 의도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비로소 길을 잃었을 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것처럼 새로운 질문과 문제제기가 더 큰 울림과 깨달음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기도 한다네. 오늘 understanding에 대해 정리해주겠나?

I: understanding 은 research에서 만든 질문으로 하브루타를 하는 것인데, 하브루타를 할 때 질문과 대답은 논리적으로 그리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로 해야 합니다. 특히 하브루타를 하면서 메모는 필수이며, 메모할 때 중요한 단어나 문장뿐만 아니라 내 생각도 반드시 넣어야 합니다. 또 하브루타 과정에서 새로운 질문들이 생길 수 있는데, 상대방이 괜찮다면 잠시 옆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P: 아주 잘 정리했네. 다음 시간엔 일반 하브루타와 성경 하브루타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이야기해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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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신표
강신표 목사는 총신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기독교문화교육을,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하고 동대학 기독교교육상담학과 초빙교수와 국제교육원 한글학당 소장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2020년부터 엘피스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