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질문법

I: 지난 주에 질문 천재를 기대했는데, 질문의 종류를 조사하고 나서 생각근육이 많이 피곤했습니다. 오늘은 질문 천재가 되는 목사님의‘고구마 질문법’을 가르쳐 주실 건가요?
P: 물론이지. 오늘 자네는 질문 세계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될 걸세. 그전에 하브루타에서 질문은 핵심이기 때문에 몇 가지 정리를 해 보세. 내용 관찰 단계의 첫 번째 attention(본문 속으로 들어가기)를 통해 우리는 본문 안에서 발견된 내용들을 관찰하면서 정보를 파악하는 상향식 방법을 사용했어. 그래서 6하 원칙 중에서 ‘왜’를 뺀 질문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보았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그리고 ‘~다’로 끝나는 문장을 ‘~까?’로 바꿔보면서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보는 정도였지.

I: 그럼 오늘 내용 해석 단계에서는 지난번에 뺐던 ‘왜’만 사용한다는 말씀인가요?
P: 꼭 그런 건 아닐세. ‘왜’를 집어넣어서 하브루타를 하다 보면, 다시 정보를 파악하는 질문들이 쏟아져 나온다네. 이렇게 구분한 이유는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하브루타의 원리를 가르치기 위해 나눈 것이지 실제 하브루타에서는 내용 관찰과 분석과 적용이 서로 왔다 갔다 한다네. 오늘은 일단 고구마 질문법에 초점을 맞출걸세. 예를 들어 출애굽기 3장에서 “하나님은 왜 모세를 부르셨을까?” 이 하나의 질문에서 자네는 뭐가 궁금한가?

I: 모세는 화려한 애굽의 왕궁 떠난 지 40년이나 되어서 오히려 미디안 광야에서 목자가 더 익숙하고 40년간 이스라엘 사람들과 교류가 끊어졌을 텐데 하나님은 왜 모세를 지도자로 부르셨을까요? 애굽에 거주하던 200만 명 중 인물이 없었던 것일까요? 살인자 도망자인 모세가 갑자기 40년 만에 나타나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했을 때 심정은 어땠을까요?
P: ‘모세의 부르심’에 ‘왜’하나만 넣어도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져 나온다네. 또 하나 생각해 보세. 출애굽기 4장에서 하나님은 지팡이를 땅에 던지라고 해. 그러자 그 지팡이가 뱀으로 변해. 그런데 하나님이 모세에게 어디를 잡으라고 하셨나?

I: 꼬리요.
P: 하나님은 왜 모세에게 꼬리를 잡으라고 하셨을까? 모세는 40년 동안 광야에서 온갖 종류의 뱀들을 다 보았고, 아마 그 뱀들의 독성과 특성도 다 파악했을 거야. 4장 3절에 보면 자기 지팡이가 변했는데도 그 앞에서 피하기까지 했어. 왜 피했겠나?

I: 아무리 자기 지팡이였어도 뱀을 너무 잘 알았던 모세도 무서워서 피한 것 아닐까요?
P: 아마 지팡이는 서서히 뱀으로 변하지 않고, 땅에 던지는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변했을 거야. 광야의 뱀 전문가 모세는 직감적으로 위험성을 인지하고 피했을 거야. 자네 생각에 뱀의 크기는 어떨 것 같은가?

I: 아마 모세가 피한 것으로 보아 작은 뱀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엔 거의 지팡이만큼 크지 않았을까요?
P: 내 생각도 자네와 같아. 지팡이만한 커다란 뱀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는데 놀라지 않는게 더 이상한 거지. 그런데 하나님은 너무하셔. 모세에게 뱀의 꼬리를 잡으라는 거야.

I: 보통 뱀을 잡는 사람들은 머리를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꼬리를 잡으면 바로 물릴 텐데요. 게다가 크기도 지팡이만한 것이라면, 꼬리를 잡기도 전에 뱀에게 물려버릴 것 같은 느낌인데요.
P: 하나님도 그런 상식은 알고 계시지. 그런데 모세의 공포나 어려움에 대한 배려는 전혀 하지 않으시고 손을 내밀어 그 꼬리를 잡으라는 거야. 만약 하나님이 자네에게 손으로 뱀 꼬리 잡으라고 말씀하시면 어떨 것 같은가?

I: 저는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하나님 잠시만요. 저거 잡으려면 막대기와 그물이 필요합니다. 잠시 슈퍼 다녀올게요.”
P: 하하하. 역시 자네답군. 막대기도 없었을 거야. 달랑 갖고 있던 지팡이가 뱀으로 변했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나.

I: 맞아요. 막대기도 없고 다른 어떤 도구도 없는 상황일 것이고. 하나님 말씀대로 꼭 잡아야 된다면 커다란 뱀의 머리를 잡고 싶었을 것 같아요.
P: 출애굽기 4장 4절에 모세가 어떻게 했는지가 나오는데, 읽어줄 수 있나?

I: 모세가 손을 내밀어서 꼬리를 잡으니, 그것이 그의 손에서 도로 지팡이가 되었다(새번역).
P: 자, 지금까지 우리는 ‘하나님은 왜 손을 내밀어 뱀의 꼬리를 잡으라고 하셨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고구마 캐듯이 질문을 만들어보니까 어떤 것들이 보이는가?

I: 모세의 지팡이와 뱀에서 시작했는데, 모세의 광야 40년 경력, 뱀에 대한 모세의 지식, 뱀의 크기, 모세의 마음과 두려움, 또 모세의 순종과 용기 등 질문 하나로 수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P: 그것이 내가 오늘 자네에게 알려주고 싶은 ‘고구마 질문법’이라네. attention 단계에서 우리는 ‘왜’를 뺀 6하 원칙을 중심으로 정보를 캐는 질문을 만들어보았어. 그런데 고구마 질문법은 attention 단계에서 빼놓았던 ‘왜’를 넣어서 질문을 만드는 거야. 그럼 방금 전에 우리가 했던 것처럼 본문에 보이는 정보를 넘어 본문에 보이지 않는 숨어있는 보물들을 캐낼 수 있어.

I: 그럼 목사님이 말씀하시는‘고구마 질문법’은 한 마디로 ‘왜’라는 것으로 질문하는 거네요.
P: 맞네.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 하나로 인물의 지식, 감정, 상식, 상황 등을 다각도로 살펴보면서 말씀의 의미를 더 깊고 풍성하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네.

I: 그럼 목사님, 오늘‘뱀으로 변한 모세의 지팡이’는 이야기잖아요. 아무래도 이야기에는 인물들이 나오니까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왜 그랬을까?’를 쉽게 붙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야기가 아닌 교리 같은 것들을 배울 때도‘고구마 질문법’이 통할까요?
P: 역시 질문 천재 다운 질문일세. 성경은 문학적인 장르가 있어. 율법서, 시가서, 예언서, 역사서 등으로 나누는데, 거기엔 시, 이야기, 명령, 편지 등의 다양한 형식이 있어. 성경을 해석할 때 목사님들은 각각의 문학적 문자적, 문법적 신학적 특성에 따라 해석하지만 우리가 하브루타를 통해 하려는 작업은 그런 방법이 아니라네. 우리가 찾아 주기 바라는 보석과 진주들을 말씀 안에서 캐내는 일이라네.
자, 그럼 자네 질문대로 로마서 12장 1절에서 바울이 권하는 것을 갖고 이야기해 보세. “여러분의 몸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십시오. 이것이 여러분이 드릴 합당한 예배입니다(새번역).
자, 이 문장에서 ‘왜’를 넣어서 질문을 만들어본다면?

I: 하나님은 왜 영혼이 아니라 몸을 드리라고 하셨나? 우리가 몸으로 드릴 때 하나님은 왜 기뻐하신다는 걸까? 제물이란 죽여 드리는 것인데 왜 산 제물로 드리라고 하셨을까? 그것이 왜 합당한 예배가 되지? 하나님은 우리 믿음과 마음만 받는 분이 아니라 몸도 받으시는 분인가? 우리 몸은 하나님 앞에서 어떤 존재인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언제 드릴 수 있을까? 죄 지은 상태로 하나님께 드릴 수 있을까? 이 정도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P: 아주 잘 만들었네. 자네는 이미 ‘고구마 질문법’의 천재일세. 다음 주에는 오늘 만든 질문을 갖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해서 분석한 것을 이해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