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오늘 드디어 질문의 천재가 될 수 있는 건가요?
P: 자네는 이미 질문의 천재일세. 다만 자신만 그 사실을 모를 뿐이지?
I: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P: 자네와 내가 하르부타를 하면서 자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
I: 성경을 읽을 때 자꾸 질문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에 대해서도‘진짜일까?’라는 의심도 들고 점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특히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을 관찰하게 되고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하고 행동할까?’에 대한 생각도 듭니다.
P: 그것이 바로 자네가 이미 질문의 천재가 되었다는 증거라네. 자네는 궁금한 것을 말로 묻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수많은 질문을 마음에 품은 질문 제조기라네. 성경 하브루타는 자네의 질문 보따리들을 풀어 놓으며 성경 안에 감추인 보석과 진주를 마음껏 캐내는 시간이 될 걸세. 자네는 성경을 공부할 때 또는 설교를 들을 때 언제 가장 즐거웠나?
I: 저는 고민하던 말씀의 의미들을 깊게 이해하거나 새롭게 알게 될 때 즐겁더라구요.
P: 맞네. 우리의 뇌는 성취감을 느낄 때 기뻐하고 학습이 강화된다네. 그래서 너무 쉽거나 어려울 때는 잘 반응하지 않기도 해. 특히 단순하게 암기한 내용은 쉽게 잊어버린다네. 하지만 조금 노력하고 애쓰고 힘들게 이해한 정보는 훨씬 잘 기억해. 아이들도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노트에 적으면서 들으면 공부가 훨씬 재미있다네.
I: 그래서 하브루타처럼 질문하고 대답하고 대화하고 토론하며 알게 된 것이 기억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군요. 그런데 친구와 나눈 답이 항상 옳거나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잖아요.
P: 좋은 점을 지적했네. 우리가 질문하고 대답하고 대화하고 토론하지만 모든 대답이나 토론이 정답을 말해주거나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라네. 하브루타는 정답을 가르쳐주는 방법이 아닐세. 정답을 찾아가는 방법이지. 그런데 그것이 답이 아니라고 무시할 수는 없어. 그만큼 생각 근육이 성장했기 때문이지.
I: 어차피 정답이 아닐 수도 있는데 굳이 토론을 계속할 이유가 있을까요? 차라리 선생님이 정답을 직접 가르쳐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나요?
P: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시험을 위해 공부하고 외우고, 시험 본 후 잊어버리는 방식 일세.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아서 생각 근육을 게을러지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지. 생각 근육이 게을러지면 조금 복잡하거나 진지한 것을 거부하고 쉽게 싫증내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생각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효율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지. 나는 그것이 아이들의 창조성과 독립성을 빼앗아가는 어른들의 폭력이라고 생각하네.
I: 결국 질문은 생각 근육을 키우는 것이라는 말씀이군요. 그럼 오늘 질문의 천재가 되기 위한 방법을 말씀해 주신다고 하셨는데 빨리 알고 싶습니다.
P: 자네 혹시 농사를 체험해 본 적이 있는가?
I: 아뇨.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집에 가서 논과 밭을 둘러보고 고구마 캐 본 정도입니다. 그런데 농사 체험과 우리가 오늘 배우려는 질문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P: 농사를 지으려면 여러 도구들이 필요하네. 맨손으로 농사를 지을 수는 없어. 대표적인 도구는 호미, 삽, 지게, 곡괭이 등등 여러 가지 도구들이 있어. 이런 농기구들은 땅과 농작물의 쓰임새에 따라 각각 다르게 사용해. 그래서 오늘 하브루타의 핵심인 research(질문으로 보물 찾기)의 다양한 도구들을 살펴보려고 하네.
I: 그럼 수많은 질문법들을 다 알아야 하브루타를 잘 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P: 물론 하브루타를 할 때는 조금 더 단순한 방법으로 할 수 있어.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도구들을 살펴보고 이해할 때 더 풍성해진다네. 다음 시간엔 내가 하는 단순한 방법과 어떻게 하는지를 보여주겠네. 혹시 자네 ‘6하 원칙’은 빼고 질문의 종류에 대해 아는 것을 다 얘기해 줄 수 있는가?
I: 그러잖아도 오늘 목사님과 만나기 전 질문의 종류를 찾아보았습니다. (1)열린 질문과 닫힌 질문 (2)개념도출 질문과 탐구질문 (3)탐색질문과 집중질문 (4)정보질문과 관계질문 (5)인지질문과 감정질문, 그리고 적용질문과 메타인지 질문 (6)사실질문과 해석질문 그리고 평가질문 정도면 거의 다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P: 우와! 역시 질문 천재의 ‘생각의 뇌’는 부지런하군. 정말 잘 찾아보았네. 이런 질문들은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1)내용에 관한 질문(what) (2)이유에 관한 질문(why) (3)방법에 관한 질문(how to)으로 말일세. 먼저 내용에 관한 질문으로는 (2)개념도출 (3)탐색질문 (4)정보질문 (5) 인지질문, 메타인지 질문 (6)사실질문 정도가 해당되겠지?
그리고 이유에 관한 질문으로는 (3)집중질문 (4)관계질문 (5)감정질문, 적용질문 (6)해석질문, 평가질문정도 일 것 같고, 방법에 관한 질문으로는 (1)열린 질문과 닫힌 질문 (2)탐구질문 (3)집중질문 (5)적용질문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분류할 수도 있을거야.
예를 들면 (1) 내용중심 질문, (2) 해석중심 질문 (3)적용중심 질문 등으로 할 수도 있고, 또는 (1)내용중심 질문과 더 깊은 공부를 위한 메타인지 질문 (2)감정중심 질문 (3)실행과 결단질문 등으로 나눌 수도 있겠지. 내가 분류한 방법이 꼭 맞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서로 겹치는 부분도 있어.
I: 왠지 제 생각 근육이 조금 피곤해지려는 느낌인데요.
P: 하하하! 걱정 말게. 다음 시간에 함께 정리하면서 생각 근육이 시원해질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게.
I: 결국 질문은 호기심과 연결된 것이잖아요. 질문을 잘하기 위해 호기심을 가르치면 어떨까요?
P: 글쎄. 그런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네. 로라 슐츠(Laura Schulz)라는 심리학자는 동료들과의 연구를 통해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가르치려고 할 때 오히려 방해 효과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네. 만약 교사가 어떤 문제에 대해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하면 아이들은 다른 대안을 탐구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생각 근육이 게으름을 피우는 전형적인 예라고 볼 수 있어. 그래서 로라의 결론은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스스로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방해한다’였다네.
I: 그럼 아이들이 스스로 탐색하고 알아낼 때까지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인가요?
P: 그런 의미보다는 가르침 중독에 빠진 부모와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스스로 탐색할 기회를 주라는 것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