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목욕탕에 가는 것은 일 년에 딱 두 번, 설날과 추석이었습니다.
평시에는 물을 데워서 집에서 하지만 명절에는 아버지와 남자형제들이 다 함께 소풍 가듯이 목욕탕을 갔습니다.
물론 그 덥고 습한 목욕탕에 가는 걸 나는 아주 싫어했지요.
아버지는 탕 안 물이 시원하다며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발가락 끝만 조금 넣어 보고 뜨거운 물에 질겁을 합니다.
이게 시원하다시는 아버지 말씀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목욕이 끝나면 아이들 뺨은 잘 익은 홍시처럼 빨갛게 됐습니다.
어쨌든 명절은 목욕도 하고 새 옷도 입고 맛난 음식도 먹을 수 있는
오랫동안 기다리던 그런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