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교실은 없을까?”

전도사님 설교가 끝나고 이제 공과 시간이다. 교회 공간이 협소해서 우리 반은 본당의 맨 끝 구석에서 모인다. 한 주간 동안 카톡과 통화로 반갑게 인사하고 기다렸던 아이들인데, 그래도 공과 시간은 내게 혼돈의 시간이다.

벌써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얘기하느라 바쁘고 얼굴 표정은 환하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공과 시간이 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고개를 푹 숙인다. 듣는지 안 듣는지 또 어떤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

아이들 별명을 붙이자면 딴짓하기 대장, 공과 방해 작전 선생, 선생님 속 끓이기 선수들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요즘 같은 때에 교회에 와 주는 것 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공과를 마치니 내 목은 반쯤 잠겼고 나는 다시 파김치가 된다. 모든 에너지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한 주일 회사 일도 벅찬 데, 교회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은 더 힘들다.

현재 나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공과 시간에 신나고 즐겁게 성경을 배우게 할 수 있을까?’이다. 문득 신학대학에 다닐 때 교육학을 가르쳤던 진구 교수님이 생각났다.

진 교수님은 40년 가까이 어린이 사역에 헌신한 어린이 사역 전문가이다. 또 교수법 전공자여서 그런지 매 수업을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매주 일정한 분량의 책을 읽고 퀴즈와 토론 거리를 만드는 것이 부담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지식 세계를 탐험하는 보물 지도가 되었다. 우리는 학기 중간 즈음에는 이미 질문과 토론의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교수님은 수업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먼저 교수님이 주제에 대한 강의와 주제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주제에 관련된 다양한 학자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다음으로 학생들은 수업 첫 시간에 만들어진 각각의 그룹이 교수님의 설명을 이해한 대로 요약한 후 자신들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깨달은 점과 느낀 점을 덧붙여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주제와 관련된 질문들을 만들고 토론했다. 교수님은 토론이 과열되거나 주제에서 벗어날 때 가끔 끼어들어 중재하고 확장된 주제로 안내했다. 토론 시간은 학생들이 주제 안과 밖을 마음껏 뛰노는 지식 광부들의 보물섬과도 같았다.

수업에서 몇 가지 유익했던 점은 교수님의 수업이 쉽고 재미있으면서 동시에 지식의 깊은 샘물을 끌어 올리는 수업이었다. 나는 거의 매주 주제에 대한 질문과 토론에 참여했는데 답변할 때 주장과 근거와 사례를 논리적으로 발표하는 나 자신에게 자주 놀랐다.

그리고 항상 나의 수업은 교실에서 끝나지 않았다. 주제에 깊이 몰입하면서 더 알고 싶은 것들을 찾아 도서관과 인터넷을 탐험하며 나만의 지식세계를 구축하곤 했다.

요즘 나는 아이들 만나는 것이 솔직히 부담스럽다. ‘예수님의 복음을 아이들과 나누고 또 아이들의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신나는 교실이 된다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텐데!’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날 학교 친구들로부터 진 교수님의 근황을 들었다. 2년 전 학교 사역을 마치고 작은 공동체에서 재미있게 사역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졸업 후 네 명의 친구들이 찾아갔는데, 교수님이 반갑게 맞이하여 주시고 식사도 같이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교수님이 자기들을 위해 암송 시범을 보여줬는데, 날마다 성경 암송하는 교수님을 보며 큰 도전을 받았다고 한다.

나도 진 교수님을 만나고 싶었다. ‘매주 이런 식으로 아이들과 만나 서로 재미없는 공과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하는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핸드폰에 진 교수님의 전화번호가 있었다. 연락하기 전 나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진 교수님이 저를 생각나게 해주시고 반갑게 통화하며 제 고민도 나눌 여유를 주옵소서”

하나님께서 마음에 평안과 용기를 주셨다. 교수님과 만남이 어쩌면 우리 교회 아이들의 영혼을 살리고 신나는 교실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먼저 카톡을 보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2013학번 기교과 김도원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지난번 친구들이 교수님 뵙고 왔다고 해서 저도 뵙고 싶어서 문자 드립니다. 교수님 혹시 통화 괜찮으시면 전화 드려도 될까요?”

잠시 후 스마트폰이 울렸다. 진 교수님이시다. 기쁜 맘으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I: 교수님 안녕하세요? 김도원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P: 김 군! 정말 오랜만일세. 졸업하고 이게 몇 년 만이야? 지난번에 석원이, 현진이, 은혜, 예은이 네 명이 찾아왔었어. 수업 시간에 다섯이 팀 프로젝트도 같이 하고 늘 붙어 다녀서 내가 ‘독수리 5남매’라고 별명 붙여줬는데 기억나나?

I: 그럼요. 교수님! 기억하시는군요. 그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교수님! 목회 사역은 어떠세요?
P: 담임 목회는 처음이지만 즐겁고 행복해. 난 여전히 어린이와 청소년부를 맡아서 하는 데 우리 아이들도 좋아하고 정말 하나님께 감사드려.

I: 담임목사님이 주일학교를 직접 하세요?
P: 우리 교회는 작은 공동체라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세대 통합예배로 오전 10시에 모여. 11시에 예배가 끝나면 어린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다 목장 별로 모여서 은혜받은 말씀도 나누고 감사 제목과 기도 제목을 나누는데 거의 한 시간 정도하고 집에 돌아가. 어른들과 청년들이 목장 모임 하는 동안에 우리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하브루타 목장 모임을 한다네.

I: 하브루타 목장모임이라구요? 교수님 사실 오늘 제가 전화드린 이유는 주일학교 사역이 너무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입니다.
P: 그랬군. 김 군! 걱정하지 말게. 우리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께서 자네의 그 아름다운 마음을 보시고 지혜와 능력을 더해주실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네. 내일이 주일이라 통화를 길게 하긴 어렵고 자네는 한 주간 중 언제 가장 여유로운가? 퇴근하고 저녁에 줌(zoom)에서 얼굴 보고 함께 기도하며 고민하면 어떤가?

I: 정말요? 감사합니다. 저는 화요일 저녁이 괜찮습니다. 제가 괜히 교수님을 번거롭게 해드린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P: 그런 말 말게. 우리의 관계와 사역, 그리고 삶 전체를 하나님이 섭리 하신다네. 이렇게 통화한 것도 다 주님의 은혜일세. 이제는 목사로 불러주게. 학교 사역을 마치니 교수보다 목사가 좋다네. 잘 지내게.

짧은 통화였지만 마음에 큰 기쁨과 기대가 생겼다. “하브루타 목장 모임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내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께서 내 마음의 생각과 고민을 읽으시고, 진 목사님을 준비시켜 주신 것 같았다. 화요일 저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