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하나님이 말씀하시면”

송명헌 목사<소명교회>

좋든지 좋지 않든지 순종하려 함이라
하나님이 약속하신 은혜로 오백 년 가까이 이어오던 다윗의 나라 유다 왕국이 바벨론 제국에 의해 멸망당했습니다. 세 해에 걸쳐 예루살렘을 포위한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성에 갇힌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 아이들을 잡아먹는 일도 발생한 참으로 혹독하고 비참한 전쟁이었습니다.

예루살렘의 성전과 왕궁과 백성들의 주택이 다 불탔고, 성벽은 다 허물어졌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포로가 되어 수천 킬로나 떨어진 바벨론으로 끌려갔습니다. 이른바 바벨론 포로기 시대가 되었습니다.

바벨론이 왕을 비롯해 수많은 포로들을 끌고 물러갈 때 유다 사람 중에서 그달랴를 왕으로 세우고 유대인들을 다스리도록 하였습니다. 가난한 빈민들에게 포도원과 밭을 나누어 주고 경작하여 세금을 바치도록 하였습니다.

그달랴는 폐허가 된 예루살렘 대신 미스바를 새로운 수도로 정하고 나라의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이때 전쟁을 피해 도망을 갔던 사람들 중에 시드기야 왕의 종친인 이스마엘을 비롯하여, 요하난과 요나단 형제, 스라야, 여사냐 등 유력한 사람들이 군대를 끌고 미스바로 돌아왔습니다.

그달랴를 중심으로 유다 공동체는 이제 안정된 사회를 되찾았고 경제적인 풍요를 이루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때 이스마엘은 왕 그달랴를 암살하고 그곳에 주둔하던 바벨론 군사들을 죽였습니다. 바벨론의 보복을 두려워한 이스마엘은 미스바에 남은 백성들을 이끌고 암몬으로 도피하려 하였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요하난은 즉시 군대를 이끌고 이스마엘을 추격하여 기브온 물가에서 만났습니다. 이스마엘에 끌려가던 백성들이 모두 요하난에게 돌아가니 이스마엘은 겨우 여덟 명의 부하들만 데리고 암몬으로 달아났습니다. 새로이 지도자가 된 요하난 역시 바벨론의 보복이 두려워 이집트로 피난을 가려고 하였습니다.

이때 요하난을 비롯하여 모든 백성들이 예레미야 선지자에게 하나님께 기도하기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듣고 알려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백성들이 예레미야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보냄은 그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좋든지 좋지 않든 지를 막론하고 순종하려 함이라. 우리가 우리 하나님 여호와의 목소리를 순종하면 우리에게 복이 있으리이다 하니라”(예레미야 42:6).

예레미야는 그들의 요청대로 하나님께 기도하였습니다. 열흘 후에 하나님이 말씀하여 주셨습니다. “이집트로 가지 말고 이 땅에 눌러앉아 살아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더 이상 재난이 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요하난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태도가 돌변하여 예레미야에게 비난을 퍼부으며 말했습니다.

“네가 거짓말을 하는 도다.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는 애굽에서 살려고 그리로 가지 말라고 너를 보내어 말하게 하지 아니하셨느니라.”(예레미야 43:2).

하나님이 말씀하시면 그것이 좋든 좋지 않든 순종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던 그들이 예레미야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대든 이유가 무엇입니까? 예레미야가 전한 하나님의 말씀이 그들이 기대하고 원했던 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사실 하나님의 뜻을 알기를 원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뜻을 하나님이 확증해주시기를 원했을 뿐입니다. 요하난과 그 무리들은 백성들과 예레미야까지 강제로 끌고 애굽으로 도피하였습니다.

너희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거든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를 원하십니까? 하나님의 응답을 기대하며 기도하십니까? 그러다가 하나님이 말씀을 주시면 어떻게 반응하십니까?

요하난과 그 무리들이 말했듯이 “말씀이 내게 좋든지 나쁘든지 순종하겠습니다. 순종이 복입니다.”라고 해놓고 막상 응답이 내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으면 “하나님, 거짓말하지 마세요.”하고 거부하지는 않으십니까?

그리고는 다시 매달려 기도하면서 끝내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매달리면서 그것이 “강청하는 기도”라고 우기지는 않으십니까? 아니면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결론을 정해 놓고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합리화하지는 않으십니까?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음성 듣기를 사모합니다. 진정으로 하나님의 뜻을 알기 원하며 하나님의 말씀이 내 삶을 온전히 채워 가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성도 여러분, 하나님의 음성이 들릴 때 참으로 조심하여야 합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시편 95편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성경에 일렀으되 ‘오늘 너희가 그의 음성을 듣거든 격노하시게 하던 것같이 너희 마음을 완고하게 하지 말라’ 하였으니”(히브리서 3:15).

그의 음성,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때 그다음 우리의 반응이 중요합니다. 마음을 완고하게 하는 것, 곧 순종할 마음을 먹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 사는 것은 바른 반응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는데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지 않으면 하나님 말씀을 듣지 못했을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이 훨씬 더 위험합니다.

출애굽 할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랬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베풀어 주시는 은혜를 매일 일어나는 기적으로 경험하였습니다. 구름기둥 불기둥이 늘 그들 대열 한가운데에 머물렀고, 그들이 행진할 때 앞장서서 길을 이끌었습니다. 아침마다 만나를 내려 주셨습니다.

그들은 40년 동안 광야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하나님을 삶 속에서 경험하며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바로 하나님을 격노하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40년 동안 하나님은 그들로 인하여 수도 없이 노하시고 벌하시고 용서하시고 또 노하셨습니다. 그들은 끝내 하나님이 예비하신 안식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기도는 내 뜻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을 꺾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내 뜻을 꺾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순종하기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때 내 마음이 완고해져서 내 고집을 피우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신앙생활의 핵심은 바로 끊임없이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우리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나라, 천국을 매일매일 순간순간 계속 누리며 사시는 인생 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