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브루타를 활용한 성경학습

Covid-19 이후, 하브루타 활용한 성경학습에 대한 제언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세계는 급격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3D 프린팅, 메타버스 등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상상에 불과했던 기술들이 이미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다. 21세기 학생들을 20세기 교사가 19세기 방식으로 가르쳤던 기존의 교육방식 역시 큰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듣고, 외우고, 시험보고, 잊어버리는 현재의 교육시스템이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미래형 인재를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교회교육이 실패한 학교교육의 형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교육을 닮은 전통적인 교회교육은 교사중심, 성경지식 전달, 공과중심, 수동적 교육환경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그 결과 아이들은 성경이나 신앙교육에 대해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우리의 과제는 아이들이 성경 안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쉽고 재미있고 깊이 있게 성경을 공부하며 성령님을 통해 삶이 변화하고 나아가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출발점은 언제나 성경이어야 한다.

만일 아이들이 성경에 대해 자발적으로 이야기하고, 질문하고, 대답하고, 토론하며, 성경에서 발견한 진리들을 삶에서 실천해 나간다면 또 그런 방법이 있다면 어떻겠는가? 아마 기독교 가정의 자녀들은 성경에서 신앙의 위대한 가치를 발견하고, 결코 신앙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IT 기기들과 인터넷 없이 성경 하나 만으로 그렇게 성경공부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유대인 교육법으로 알려진 ‘성경하브루타’이다. 오늘날 하브루타는 뇌 과학적인 관점에서의 효과성 때문에 주목받기도 하지만 질문과 대화, 토론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습득하고 배우고 그것을 삶으로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많은 연구 결과에서 나타나듯 하브루타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성취감을 느끼며 뇌를 자극해 학습을 강화한다. 하브루타를 활용한 성경학습도 유사한 효과가 있다. 이제 다음 장에서 하브루타가 왜 필요한지와 하브루타가 무엇이고, 가정과 교회에서 어떻게 쉽고 재미있고 깊이 있게 적용할 수 있는 지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자.

하브루타는 왜 필요한가?
하브루타를 활용한 성경교육은 하나님이 부모에게 맡기신 교육적 책임을 수행하며, 공동체의 관계성을 더욱 깊게 만든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다양한 견해와 시각을 갖게 되며 스스로 판단하고 분별하는 독립적 주체로서의 자아로 성장한다.

하브루타를 활용한 성경교육은 하나님이 부모에게 맡기신 교육적 책임을 수행하며, 공동체의 관계성을 더욱 깊게 만든다. 그리고 아이들은 다양한 견해와 시각을 가지며 스스로 판단하고 분별하는 독립적 주체로서의 자아로 성장한다. 모세가 율법을 받을 당시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에 관한 것을 부모로부터 들었다.

아직 율법의 체계가 없었기 때문에 부모들은 모세를 통해 들려지는 율법을 기억해야 했고, 배운 율법을 자녀에게 전수해야 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조상으로부터 들은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와 모세로부터 들은 율법을 자녀에게 가르치도록 하셨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부모들이 지식적으로나 율법에 관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아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한 부모에게 자녀교육을 맡기신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불완전한 교육의 객체가 하나님과 율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교육의 주체로 나아가라’는 의미이다.

하나님은 신명기 6장에서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칠 것을 말씀하셨다.‘부지런히 가르치며’에서 ‘가르치다’는 말의 기본형은 ‘샤난(שנן)’으로 ‘연마하다’ 또는 ‘예민하게 하다’의 뜻으로 어원적 의미는 ‘날카롭게 하다,’‘반복하다’에서 나왔다.

이것이 오늘날 이스라엘의 전통 교육 방법인 하브루타의 열쇠이다. ‘반복’이 교육 방법이라면, ‘날카롭게 하는 것’은 교육의 내용이다. 중요한 것일수록 반복적으로 가르쳐야 하며 반복하되 날카롭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교육 책임자인 부모가 자녀와 더불어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끊임없이 자극하고 예민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때 자녀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삶의 상황에서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를 생각하며 분별력을 날카롭게 된다.

아이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자극 받고 예민하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하브루타’이다. 에드거 데일(Edgar Dale)는 학생들이 학습하고 48시간이 지난 후의 기억력을 실험했다.

읽기만 한 경우 10%를 기억했고, 듣기만 한 경우 20%, 보기만 한 경우 30%, 보고 들은 경우 50%, 말하고 필기할 경우 70%였다. 하지만 행동하고 말한 경우는 90%를 기억했다. ‘하브루타’는 스스로 성경을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기억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신앙에 있어서 어린이들을 독립적 주체가 되게 한다.

하브루타란 무엇인가?
하브루타는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을 말하며, 유대인들이 토라와 탈무드를 공부할 때 서로 짝을 지어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유대인들은 탈무드를 공부할 때 하브루타로 한다. 랍비의 역할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져 학생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학생들이 토론한 내용을 정리하고 확인한다. 유대인 가정교육은 하브루타를 매개로 일상이 교육이고, 배움이며 생생한 신앙교육의 현장이다.

유대인 전통교육을 이어받은 초대교회도 공동체 예배와, 공동체 식사뿐만 아니라 부모는 자녀들과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배웠다. 특히 질문과 대답은 사고를 자극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을 논리적으로 하도록 이끈다.

아이러니한 점은 초대교회의 하브루타 전통이 교회의 성장과 더불어 학교교육형태로 바뀌었다. 하지만 하브루타로 성경교육을 쉽고 재미있게 깊이 있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하브루타를 하기 위해서 우리는 세 가지 중요한 요소를 알아야 한다.

첫째는 질문이다. 하브루타는 능동적이며 확산적으로 사고하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둘째는 이야기 또는 말을 하는 것이다. 하브루타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정답을 찾아가는 지적탐구여행이다. 셋째는 스스로 하는 학습이다. 그것을 ‘다라쉬(דרשׁ)’라고 한다. 유대인들의 핵심 정신 중에 ‘리쉬마(לשׁמה)’ 정신이 있는데, 리쉬마는 ‘토라를 위한’이란 뜻으로 ‘공부 자체를 위해 공부한다.’는 의미이다. 하브루타가 공부의 방법이라면 리쉬마는 공부의 자세를 뜻한다.

화이트 헤드는 “단순박식한 사람은 쓸모없는 사람이며 활용되지도 않고 검증되지도 않는 생기 없는 관념을 머리에 주입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교육의 부패를 예방하기 위해 “너무 많은 과목을 가르치지 말고 가르쳐야 할 것은 철저하게 가르치라”고 말한다.

하브루타는 많은 성경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하지만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들을 깊게 이해하고 실행함으로 하나님을 경외하도록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또 하브루타는 친구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주고 인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만들며 평생지기를 만들어준다. 특히 질문은 서로를 가르치고 서로에게 배우며 함께 성장하게 하는 마법과 같은 역할을 한다.

가정과 교회에서의 하브루타 적용
유대인학교인 예시바에서 하브루타를 할 때는 두 명의 학습자가 짝을 지어 마주보고 앉거나 또는 나란히 앉아 토라를 돌아가면서 읽고, 해석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필자가 제시하는 하브루타는 유대인 전통 하브루타의 방식과 요소들을 모방하면서도 한국교회와 가정에서 누구나 쉽게 가르치고 배우도록 구성했다. 특히 논리적 이해를 돕기 위해 하브루타의 영어 ‘havruta’와 하브루타의 중요한 세 가지 요소인 내용파악, 내용연구, 내용정리를 중심으로 새롭게 디자인했다.

하브루타의 영역은 가정예배, 공과, 목장모임, 독서 등 교회활동 전반에 걸쳐 활용할 수 있다. 하브루타를 공과교육으로 확장시키는 경우 예배 후 아이들은 반별로 모임을 갖고 들은 말씀을 중심으로 질문과 대답과 토론을 할 수 있다.

가정예배의 경우 본문을 중심으로 부모와 자녀가 다양한 질문을 직접 만들고 시작할 수 있다. 처음에는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에게 질문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지만 점차 아이들이 직접 만들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브루타 공과의 특징은 아이들이 직접 질문을 만들고 자신들이 만든 질문에 대해 격려 받고, 그 질문으로 토의하면서 자신감을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하브루타를 하면서 주의할 점은 모든 활동 전체를 부모나 교사가 조정하고 아이들을 통제하려는 ‘메이야 콤플렉스’ 또는 부모나 교사 혼자 모든 것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엘리야 신드롬’을 버리는 것이다. 둘째는 안전의식이다. 가정과 교회는 아이들의 쉼터나 놀이터이며 마음껏 말을 해도 되는 곳이어야 한다. 셋째로 신앙기반의 하브루타는 일반 하브루타와 달리 신앙을 삶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 지 성경을 통해 찾아보고 하나님의 마음과 감정을 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와 더불어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

나가는 말
코로나-19를 맞아 가정신앙교육과 교회교육은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기독교 가정의 자녀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힘써 알고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그 말씀을 삶에서 드러내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정과 교회는 어떤 것이 가장 성격적이고 어떻게 해야 하나님의 뜻을 이룰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하브루타는 성경을 펼쳐 놓고 함께 생각하고 소통하며 나누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가족 중심의 문화가 서서히 정착하는 지금이 하나님의 교육 원안을 회복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