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세는 ‘기세’다

허세가 넘치는 사람은 차를 살 때 승차감보다 하차감을 염두에 두고 산다. 비싼 차에서 내리는 자신을 몰라보는 것이 짜증 나 이민을 접고 역이민을 간 사람도 있다. 점심은 굶더라도 비싼 차를 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는 사고가 나면 생명을 구하기 위한 선택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유세이다.

당신은 자가용을 살 때 승차감을 보는가 아니면 하차감을 보는가. 보통 편안하고 안전한 운행을 위해서 승차감을 꼼꼼히 따진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승차감보다 하차감에 더 무게를 두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 하차감은 편리하게 차에서 내리는 것이지만, 좀 더 원하는 것이 있다. 이는 차에서 내릴 때 남들의 시선에 주목받고 싶다는 말이다.

이민 와서 처음 차를 살 때 중고차라도 흔히 말해 외제 차를 사서 타다가 잦은 고장과 생각보다 비싼 수리비를 지급하게 되면서 현실감을 깨닫고 차를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차량 유지비를 더 지급해서라도 하차감을 위하여 계속해서 타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피곤하다. 남에게는 잘 보이려고 하지만 아는 사람에게는 모질게 구는 경우가 더 있다. 기세를 잡으려면 가세가 있어야 한다. 자수성가한 사람은 가세에 집착한다. 기세와 가세는 서로 매듭처럼 연결되어 있다. 가세와 기세의 매듭은 다시 엉켜지기에 끊어내지 못한다.

마치 손의 거스러미가 거슬리고 아프고 신경이 쓰이는 것처럼 기가 차게 기세를 내지르고 달려들어도 사람의 관계가 성가시기만 하다. 허세가 마치 기세인 양 여기고 사는 사람은 자신의 상처 난 자존심과의 관계를 잘 잘라내야 안 아프다. 마치 사랑니처럼 곁에 그냥 두면 시간이 지난 뒤 반드시 아플 때가 온다.

결핍과 억압으로 꾸역꾸역 살아온 날이 온전하게 자기 생각과 감정에 따라 폭발하는 그때가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그러다 보면, 살고 싶지는 않지만 결코 죽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 다만 자신을 치켜세우는 말 한마디가 고프다는 마음의 아우성이 있다.

이런 사람을 품어 주고 함께 살아가기가 힘들고 어렵더라도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그 마음의 외침에 귀 기울여주어야 한다. 다만, 힘들면 힘들다고, 어려우면 어렵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외로우면 외롭다고 말할 수 있도록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막상 내 곁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말도 섞기 싫은 것이 사실이다.

복잡하게 이것저것 재고 복선을 깔고 기세를 부리지 말고 시원시원하게 솔직하게 말하고 따뜻하게 손잡아 주는 사람이 더 그립다. 마음으로 그리는 추상보다 일상으로 그리는 구상이 더 피부로 와 닿는다.

어느 시대에나 가끔은 좋은 사람도 만나고 때로는 나쁜 사람도 만나는 것이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코로나-19가 온 세상에 차고 넘치는 지금의 대세는 자수성가로 얻는 출세보다 신수성가로 오는 자세가 기독교인의 기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