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서의 영적 전쟁

우리가 선교지로 출발하기 전에 선배 성경번역 선교사님이 25년이라는 오랜 세월의 노력 끝에 N국 S부족의 신약성경 번역을 완료했다. 그가 부족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4명의 선교사가 S 부족의 성경번역을 위해서 시도를 했었다.

그러나 모두가 크게 다치거나 소천하시고 또는 질병으로 더 이상 사역을 할 수 없어서 철수했다. 그리고 나서 그 선교사님 가정은 다섯 번째 팀으로 그 부족 사역을 이어 갔다. 첫 번째 선교사가 그 지역에 들어간 후로 신약이 번역되기까지 50년이 걸렸다.

번역을 끝낸 후 그 선교사님은 아직 생존해 있는 전임 사역자를 찾아가서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명완수 했습니다. (Mission Completed)” 라고 말했다고 한다. 마치 군인이 싸움에서 승리하고 임무완수를 보고하는 감격적인 순간을 연상하게 만든다. 신약번역을 완수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영적전쟁이 있었는지 말을 하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선교지 이해하기
각 지역마다 그곳의 영적인 분위기가 있고 그곳을 지배하는 어떤 가치관이나 신념이 있다. 이것을 잘 파악하면 그곳에서 사역을 할 때 도움이 된다.

전반적으로 파푸아뉴기니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두려움과 음란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가 접한 사람들은 대체로 거칠었고 치안은 전 세계적으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좋지 않았다. 불과 1950년대까지는 식인문화가 있었다. 이런 것이 대부분 그들의 두려움에서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울창한 밀림에 갇혀 지냈다. 그래서 밀림 속으로 들어가면 귀신이 자신들을 잡아간다고 생각하고 그 작은 마을 공동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의 두려움은 감정적인 극단으로 치달아 부족 전쟁이 쉽게 일어나기도 했다.

성적으로도 문란하다. 부족이나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 보니 좁은 집에 많은 가족들이 함께 사는 경우가 많고 친척들이 오면 함께 지내야 하고 친척들의 자녀들을 양자로 삼아 같이 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가족 안에서 많은 문제들이 일어나고 마을에서 남녀가 자유롭게 어울리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내가 있던 마을에도 미혼모들이 여럿 있었고 가정 안에서 관계들도 아주 복잡했다. 그래서 선교사들이 AIDS에 대해서 알리고 교육하는 일도 마을에서 하곤 했다.

이러한 잘못된 생각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진리를 가르치고 자유 하게 되도록 돕는 일들이 선교사가 해야 할 일이다.

도우라 부족에 대한 영적 이해
선교지에서는 항상 치열한 영적 싸움이 있다. 우리가 사역한 도우라 부족에는 천주교 신부가 와서 사역을 하기도 했지만 개신교 선교사로서는 우리가 처음이었고 성경번역도 처음 시작되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을 했고 동료선교사님도 그 부분에서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도우라 부족 사람들의 말로는, 그들 부족의 주술사는 숨어 다닌다고 한다. 자기가 주술사라는 것을 알리지도 않으면서 저주를 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기거나 아프면 주술사의 짓이라고 생각하고 두려워하기도 하기도 한다.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크리스천이라고 말하지만 말씀이 없으므로 무속신앙과 기독교가 혼합되어 진리를 바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성경번역을 해야 할 이유이기도 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사람들을 찾아가서 올바른 말씀을 나누고 예수님 이름으로 그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그들 안에 있는 두려움의 결박을 끊어버리는 일이었다.

사역 중에 우리가 겪은 일들
우리가 도우라 부족의 성경번역을 시작하려고 할 때 성경번역 위원으로 함께 하기로 했던, 부족어를 가장 정확하게 잘 알고 있던 현지인이 소천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시기에 마을에서 우리가 사는 집을 짓는 일에 책임을 지고 있었던 사람의 부인이 결핵으로 앓아 누웠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했던 성경번역 사역이 주춤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 다시 조직을 재정비하기가 쉽지 않았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도우라 부족뿐만 아니라, 다른 부족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로 이런 일이 너무나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 한국인 동료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는 다른 부족에서도 역시 사역하는 중에 아주 영적으로 큰 은혜의 시간을 가질 때마다 어려움이 생겼다.

때로는 부족 간에 큰 싸움이 생겨서 선교사가 위험에 빠지기도 했고 한동안 그 부족 마을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우리도 사역을 하면서 집 짓는 일이 중단되어 마음이 낙심되기도 하고 처음과 다르게 협조적이지 않는 사람들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힘이 빠져 있을 때도 많았다. 또 마을에서 뎅기열로 아파서 드러누워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고 아이들의 소식을 들으며 걱정과 불안이 엄습해 오는 경우도 있었다.

더운 날씨에 있을 곳이 없어서 텐트를 치고 있을 때에 아내에게는 심한 우울감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때마다 사단은 ‘그만두지! 너희들이 할 수 없어! 너무 힘든 일이야’라고 속삭였다. 사단의 목적은 어찌하든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여 사역을 못하고 그 마을을 떠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영적 공격 앞에서 내가 너무 앞서 나가려 했던 것은 아닌지 점검하면서 이 상황을 다 아시는 주님 앞에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나의 연약함을 주님 앞에 내려놓고 다시 겸손하게 주님의 도우심만을 구하게 되었다. 이럴 때마다 우리 부부는 함께 기도하면서 다시 힘을 얻고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선교는 어떤 성과를 내서 빨리 끝내 버리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는 조급함이 많았던 것 같다. 다시 나의 생각과 계획을 내려놓고 인내하기를 간구하며 우리를 참으셨던 주님을 묵상하면서 원망하지 않으려고 했다.

중요한 고비마다 일어나는 마귀의 시험
성경번역에 있어서 중요한 시점들이 있다. 그때마다 꼭 이런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누군가가 아프거나 사고가 나기도 하고 큰 어려움에 빠져서 선교사들은 마음이 낙담되고 위협을 받기도 한다.

번역사역은 초안이 끝나고 나면 마을사람들을 모아 놓고 그들 앞에서 번역한 성경을 읽으면서 자연스럽지 못한 것들을 체크하는 시간이 있다. 이런 체크의 과정을 몇 번 거치고 나면 번역한 것을 녹음한다. 본부의 미디어 사역팀이 그 마을에 방문해서 제한된 장비로 최고의 품질로 녹음을 한다. 그리고 번역된 성경을 인쇄한 후에 성경 봉헌식을 하게 된다.

이런 매번 중요한 시점에서 굉장한 방해 거리가 생긴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이런 중요한 일을 앞두고 미리 기도로 준비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힘든 일들이 일어나긴 하지만 그런 일들을 미리 예상하고 기도한 선교사들은 의연하게 대처를 한다. 그들의 모습을 볼 때 정말 존경스러운 마음이 많이 든다. 기도의 힘이 여기서 나타나는 것이다.

깨어 있어야 한다
개미와 쥐는 작은 미물이지만 마을 생활에서 우리를 항상 긴장하게 만든다. 마을의 개미는 웬만한 비닐봉지는 다 뚫는다. 주위에 개미가 한두 마리 보이면 그 어디엔가 개미 떼의 습격이 있음을 알고 우리는 박스나 통에 담아둔 모든 물건을 들어내고 조사를 해서 개미를 소탕해야 한다. 그리고 항상 고무 패킹이 있는 통에 음식을 담아두어야 한다.

쥐 또한 우리로 하여금 늘 깨어 있게 만드는 동물이다. 밤마다 나와서 무엇이든 갉아먹는다. 심지어 아내의 안경다리를 갉아먹기도 하고 행주까지 훔쳐 간 적도 있다. 그래서 자기 전에는 항상 쥐가 먹을 만한 것은 다 없애거나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두고 쥐덫을 놓는다.

조금만 방심해도 쥐와 개미의 습격을 받는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마귀는 언제나 우리를 노리고 있다. 약간의 빈틈이라도 발견하면 그것으로 우리를 공격한다. 늘 깨어 기도하며 사탄의 공격에 대비하는 신앙생활을 해야 하겠다.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베드로전서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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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 현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했고 2007년도에 뉴질랜드로 건너와서 한우리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겼다. 선교사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소명을 깨닫고 한국의 고신(예장)교단(KPM) 및 성경번역 선교회(GBT) 소속 선교사로 파푸아 뉴기니에서 성경번역 사역을 하였다. 2020년 2월부터 해밀턴 주사랑교회에서 행복한 목회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