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포비아(Phobia)

“나 혼자서 못가요, 무서워!
같이 가야지, 어떻게 나 혼자 가라구?
나 쓰러지면 어떻게 하구?”

이 소리 저 소리 별소리를 다 해서
결국은 남편과 함께 동행했습니다.
1차 코로나 백신 맞으러요.

소문난 개 엄살쟁이(?)인 나는
주사가 싫어서 바느질도 안 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니곤 하는데

며칠 전, 정기적인 피 검사하러 병원에 갔다가
주삿바늘을 본 순간 핏줄이 숨어 버리는 바람에
간호사 애먹고, 나는 더 애먹어 진땀을 흘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백신을 맞는데 나 혼자 가라구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이 소리 저 소리 별 소리 끝에 남편과 동행하여
1차 백신을 맞으러 갔습니다.

물론 보호자가 따라온 사람은 나밖에 없긴 했지만
어쩌겠어요?
무서운 건 무서운 거죠, 주삿바늘이…

가기 전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여러 번 물어봤습니다.

“백신 맞을 때 아파요?”
“백신 맞을 때 안 아파요?”

그러나 한결같이 그냥 따끔만 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을 합니다.

이 말을 믿어야 하는 건지,
믿지 말아야 하는 건지…
도무지 믿을 사람이 없습니다.

나는 절대 주사 포비아(phobia)는 아니요,
백신 포비아(phobia)도 아닙니다.

그냥 주삿바늘이 무서운 것뿐입니다.
그래서 바느질 바늘도 무섭습니다.
그래서 바느질을 안 하는 것뿐입니다.

드디어 이름을 확인하고 간호사 앞에 앉았습니다.
“열이 있느냐? 기침을 하느냐? 목이 아프냐?”
“No~!”

아,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옷을 걷어 올리고 팔뚝을 내밉니다.
이내 땀이 송글송글 입가로 솟아오릅니다.

“쿡! 쭈욱~!”
“으~~”

뭐, 안 아프다고요? 따끔하다고요?
나 참, 이게 안 아프면 뭐가 아픈데요?
아이고, 기절할 뻔했네 아파서!

주사 맞고 20분 간 기다리는 맨 앞줄 의자에 앉아
뻐근하게 아픈 팔둑을 감싸 안고 있는데

바로 내 눈앞에서 20대 백인 청년이
픽! 하고 맥없이 바닥에 퍽! 쓰러지지 뭡니까?
기절했습니다.

“헉!”

내 인생에서 이렇게 내 눈앞에서 쓰러져 기절한 건
여고 시절 체육 시간에 픽! 쓰러졌던 허연 내 친구 말고,
귀신들려 경기하며 퍽! 쓰러지던 여인 말고는 처음입니다.

비상벨이 울리자 여기저기서 의료진들이 몰려옵니다.
손을 주무르고, 두 발을 높이 올리고,
응급처치 끝에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젊은이가 정신 차려 일어난 것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내 대신 기절한 것 같아 미안도 했습니다.

“아, 저 청년이 바로 주사 포비아? 백신 포비아?”
“난 저 정도는 아님!”

이제, 2차 백신 맞으러 갈 날이 점점 다가옵니다.
2차 백신 맞고 아파서 드러누운 사람도 있다는데
주여, 나와 동행하여 주셔서 기절하지 않게 하시고
드러눕지 않게 하소서!

이 기회에 백신만 맞아 내 몸을 지키기보다는
말씀의 강한 백신 맞아 정신 차리게 하시고,
성령의 불로 내 몸의 모든 세상적인 바이러스를
불로 불로 태워주셔서 영육간에 강건케 하소서.

그래도 2차 맞으러 가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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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