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족(纏足)인생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데렐라 이야기는 흥미롭다. 한국에 전해 오는 콩쥐 팥쥐 이야기는 한국판 신데렐라 이야기이다. 문자로 쓰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데렐라 이야기는 9세기, 중국(당나라)에 등장한다. 엽한(葉限)의 이야기이다.

엽한은 중국판 신데렐라이다. 왜 신데렐라 이야기가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인기가 있을까, 읽고 또 읽어도 질리지 않는 것일까, 입에 당기는 음식은 질리지가 않는다. 시공을 초월한 신데렐라 이야기는 왜 중독성이 있는 것일까.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어렵고 힘든 시절에 대한 회귀본능이 있다. 그 시절의 삶을 이야기 속의 주인공과 일치 시켜 본다. 고약하고 못된 사람들에게 주인공이 당한다. 이때는 본인이 주인공이 되어 카타르시스(정화 현상)를 느낀다. 고약하고 못된 사람들이 거꾸로 된통 당한다. 이때는 사이다 상황을 느낀다. 통쾌하고 시원하다. 못되고 추악한 사람들은 법도 어쩌지 못한다.

그런데 예기치 아니한 곳에서 귀인이 나타난다. 예상치 못한 일들로 결말이 난다. 권선징악(勸善懲惡: 착한 일을 권장하고 악한 일을 징계함.)에 카타르시스와 사이다 상황이 연출된다. 신데렐라 이야기를 통하여 억눌리고 찌들은 마음들이 정화되고 치유됨이 아닌가 한다.

서양의 신데렐라가 신었던 유리구두는 크기가 얼마나 될까. 아마도 동서양의 신데렐라들이 신었던 신발들은 하나같이 작고 예뻤을 것이다. 시대에 따라 미인을 결정하는 조건에는 차이가 있다. 세상에서 말하는 미인의 조건은 열 가지가 있다. 그 중에 한가지가 발에 대한 것이다. 연보소말(蓮步小襪)이다. 연보란 전족을 한 작은 발을 말한다. 소말은 그것을 싸는 일종의 조그마한 양말을 말한다.

미인의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전족. 중국에서는 전족을 한 여인이 엉덩이를 흔들며 아장거리며 걷는 모습을 아름답다 여긴 모양이다. 발을 아름답게 만들려면 비단으로 감싸서 묶는다. 발가락을 꺾어야 한다. 전족(纏足)이란 단어에서 전(纏)이란 글자는 묶는다, 휘감는다는 뜻이다. 북송 때부터 1000년 이상 지속되며 20세기까지도 성행하다가 본토에서는 1930년대 후반 들어서 금지 조치로 사라진다.

소아마비 백신을 연구개발한 미국의 조나스 솔크 박사가 있다. 백신 연구를 해도 해도 성과가 안 나온다. 진행 중인 백신 연구를 일단 접고 유럽 여행을 떠난다. 이탈리아 한 성당을 방문해서 관광을 하던 중이다. 높은 천장의 모자이크가 너무 아름다워서 넋을 잃고 쳐다본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다워! 감탄사를 연발하던 중이다. 아뿔싸! 그렇지. 번쩍! 뭔가 풀리지 않던 매듭들이 풀리는 느낌이다.

솔크박사는 여행에서 돌아와서 백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이를 계기로 창의적 아이디어는 천정이 높은 곳에서 나올지도 몰라. 이런 가설로 1965년 솔크연구소는 한 층이 바닥부터 천정까지 3m로 만든다. 다른 건물의 천정보다 60cm가 높다. 천정이 높은 연구소 때문인가. 이 연구소에서 5명의 노벨 수상자가 배출된다.

과학자들이 천정 높이와 아이디어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뇌와 천정 높이에 따라 다른 반응을 찾아내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조앤 마이어스-레비교수팀의 유사실험 결과이다.

천정높이를 2.4m부터 30cm씩을 높여 보았다. 30cm씩 높일 때마다 창의적 문제해결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왔다. 단순연산은 천정 높이가 2.4m일 때 가장 좋은 성과가 나왔다. 창의성과 추상적 개념이 가장 좋은 수치를 보일 때가 천정 높이가 가장 높은 3.3m였다.

신발이 작으면 발도 작아야 한다. 사고의 틀도 전족이라는 작음 속에 갇히면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천정이 높은 연구소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창출되었다는 과학적인 데이터도 있다.

2백 번 넘는 실패 끝에 소아마미 백신을 개발한 조나스 솔크 박사(미국)는 특허가 되면 막대한 돈을 벌 것이라는 말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저는 특허 신청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 태양을 특허 등록할 수 없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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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만
춘천교대와 단국대 사범대 졸업. 26년 간 교사. 예장(합동)에서 뉴질랜드 선교사로 파송 받아 밀알선교단 4-6대 단장으로 13년째 섬기며, 월드 사랑의선물나눔운동에서 정부의 보조와 지원이 닿지 않는 가정 및 작은 공동체에 후원의 손길 펴면서 지난해 1월부터 5메콩.어린이돕기로 캄보디아와 미얀마를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