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서의 영적 관리

짦은 선교사의 삶이었지만 돌아보니 바닷가의 모래와 같이, 하늘의 별과 같이 헤아릴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다. 물론 여러 가지로 마음을 힘들게 하는 일들도 많았지만 말이다. 그런 가운데 가장 많이 했던 기도 중의 하나는 가난한 마음을 구하는 기도였던 것 같다.

로마서에 나오는 ‘복음에 빚진 자’라는 바울의 말을 생각하면서, 가난한 마음이란 항상 어려움을 통해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또한 빚진 자의 마음에도 오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도 역시 성경에 대해서 빚진 자이다. 약 140여 년 전에 번역된 한글 성경으로 인하여 한국은 하나님 말씀의 맛을 보았고 이 성경 말씀이 우리를 살렸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서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가며 삶의 중요한 고비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도를 받고 힘을 얻었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 민족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사명을 받고 떠난 선교사들에게도 생명의 양식이었다.

선교사에게 필요한 영적인 공급
선교지에서는 교회 공동체가 함께 모여 예배할 수 없는 환경이 될 때가 많다. 그래서 말씀을 들을 기회도 없으며 형제자매들과의 깊은 교제도 나눌 수 없다. 아무리 하나님께 헌신 된 선교사라고 하더라도 하나님과의 지속적인 만남이 없으면 영혼이 고갈되기에 공동체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영적인 공급을 받아야 한다.

성경번역 선교사는 늘 말씀을 가까이하니 영적인 결핍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하나님의 말씀을 번역하면서 한 단어 한 단어로 씨름을 하는 중에 얻는 유익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의 영혼의 갈급함을 채울 수 없다.

이것이 우리의 영혼의 양식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것이 우리의 사역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교사는 어디에서 사역하든지 자신의 영적인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주님과의 만남을 가지도록 훈련되어져야 한다.

경건의 시간
우리 부부는 각자가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지만 함께 예배를 드리며 기도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본부에 가면 선교사님들과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고 아이들과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기도 하지만 마을에서는 아내와 둘이서 함께 예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에 서로가 주고받는 기도를 통하여 깊이 하나님께 나아가며 찬양을 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쏟을 때가 많았다. 이런 시간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며 주님이 공급해 주시는 영적인 새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사륜구동 자동차로만 갈 수 있는 마을 길을 다니면서도 아내가 하는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눈물이 앞을 가려서 운전을 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주님이 주시는 위로와 평안을 누리며 살 수 있었다.

신앙서적
우리는 온 가족이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QT를 했다. 그러다가 우리가 마을로 갈 때는 아이들과 떨어져 있게 되니 말씀에 대해서 설명을 하거나 풀어줄 수가 없다.

그래서 서로 떨어져 있지만 똑같은 묵상 집을 가지고 그 날짜에 해당되는 묵상을 했다. 우리가 사용한 묵상 집은 오스왈드 챔버스가 쓴 ‘주님은 나의 최고봉’이었다. 그 말씀이 우리를 책망하기도 했고, 위로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우리의 상황에 대해서 정확하게 말씀으로 해답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파푸아뉴기니 성경번역선교회 본부에는 선교사 자녀 학교가 있다. 그곳에 한 작은 교실을 빌려 한국 아이들이 모여 한글 공부도 하고 한국 책을 많이 비치해서 읽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 책 중에는 사역을 하다가 귀국하신 선교사님들이 기증한 신앙서적들도 있고 후원 교회들이 선교지에 보내준 책들도 있었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은혜를 받기도 했는데, 특히 초대 한국교회의 선교사 이야기 등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가 섬기고 있는 부족사람들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 책들을 통해서 ‘아~! 우리나라도 역시 이런 적이 있었구나’ 깨달으며 우리는 그분들에게 빚을 많이 졌다고 생각하니 그 선교사님들이 어찌나 고마운지 혼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제 그 빚을 이곳 파푸아뉴기니를 섬기며 우리 도우라 부족에 갚아야겠다는 결심도 했었다.

설교 녹음파일
선교지에 있으면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기회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목사님의 설교를 다 들을 수 있다. 이것은 아주 큰 복이다.

그러나 파푸아뉴기니는 인터넷 접속이 이곳만큼 원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접속이 가능하다고 해도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선교사님들이 안식년을 다녀오면서 한국에서 다운로드 받아온 설교 영상과 음성파일을 공유하면서 한국 목사님들의 말씀으로 은혜를 받는 것이었다.

때로는 같은 설교를 몇 번씩이나 들어도 은혜가 되었다. 처음 들을 때는 그냥 흘려 버린 말씀이 다시 듣게 되면 새롭게 우리의 심령을 두들길 때도 많다. 이런 말씀들이 우리에게 있어서 생명의 양식이 되어 팍팍한 선교 현장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요즘은 말씀의 홍수시대이다. 그런데 우리 신앙인들의 삶의 열매는 오히려 초대 한국교회보다 더 퇴보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 이유는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그 말씀을 귀히 여기지 않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한 말씀 한 말씀을 귀히 여기고 듣고 또 들으며 우리 각 사람의 마음에 새겨야 하겠다.

한인 선교사 모임
파푸아뉴기니 성경번역 선교회에 소속된 선교사 중에서는 한국인 선교사들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미국인 선교사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호주 선교사들, 세 번째로 한국인 선교사들이 많았다. 마을에서 성경번역을 하다가 본부로 돌아가면 좀 쉬기도 하지만 자료를 정리, 보관하고 다음 사역에 필요한 자료들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리더들과 만나서 사역을 체크받는 시간을 갖는다.

본부에 올라가면 그곳에 남아 있던 선교사들 각 가정에 초청을 받아서 식사도 대접을 받고 마을에서 있었던 일도 나누며 많은 위로를 받는다. 마을에 있을 때 먹어보지 못한 그리운 음식도 맛보면서 그분들과의 따뜻한 대화를 통해서 마음이 녹는다.

그리고 한국인 선교사들은 매 주일 오후에 가정마다 돌아가면서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린다. 우리도 마을에 있다가 본부에 가면 이 모임에 참여를 한다. 함께 말씀을 나누고 음식도 나눈다. 함께 기도 제목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위해서 기도하는 시간도 가진다. 이 시간에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만 누리는 기쁨을 경험한다.

본능적으로 하나님의 품을 찾는 인생
우리가 사역하던 부족의 사람들은 종종 사슴이나 돼지 등 야생동물 새끼들을 데려와서 기른다. 사냥 가서 잡아 오거나 사 오기도 한다. 하루는 우리 옆집에 사는 청년이 캥거루 새끼를 한 마리 데려왔다.

그런데 이 캥거루 새끼는 주머니만 보면 기어들어 간다. 내가 그 집에 앉아 있을 때 나의 바지 작은 주머니에 기어들어 가려고 애를 써서 내가 안고 윗옷으로 주머니를 만들어 감싸줬다. 그러고 나니 금방 잠이 들어버렸다. 캥거루는 본능적으로 어미의 주머니를 찾고 거기에 들어가야 비로소 평안함을 얻는 것 같다.

이것을 보면서 귀한 교훈을 얻었다. 우리 인간도 역시 끊임없이 하나님 아버지의 품을 찾는 자녀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거기에 거할 때 우리의 참된 평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무지하여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자꾸만 다른 것에서 평안을 찾으려고 하다 보니 끝없는 방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선교사로 가서 생활을 하든지 본국에 남아서 직장생활이나 가정생활을 하든지 우리는 모두 선교사라는 마음을 가지고 선교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선교지와 같은 이 세상에서 하나님 아버지의 품 안에 있을 때 우리는 사명을 감당해 나가는 원동력을 얻게 되어 승리하는 삶을 살 수 있을 줄 믿는다.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를 선교사로 부르실 때 일을 시키시기보다는 좀 더 나에게 가까이 나아오라고 부르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