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와의 동행

최근에 서울 인사동에서 금속활자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지금까지 인쇄된 책으로만 존재했던 활자가 다량으로 출토됐다. 이미 <직지심체요절> 인쇄본이 구텐베르그의 인쇄보다 앞선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인쇄의 근본인 금속활자가 세상에 나옴으로 한국이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로 인쇄한 것이 확실하게 증명됐다.

문명의 발단에 커다란 전환의 획을 가져온 것이 인쇄술의 혁명이었다. 인류가 쌓아온 지식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가 되어 인류 발전에 큰 공헌을 해왔다. 정보와 지식은 앞으로도 무한하게 발전될 것이다. 정보와 지식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사람 중심의 말을 다룬 문자가 있어야 한다.

말과 문자는 자연발생적으로 이어져 온다. 세상에는 다양한 언어가 존재한다. 하지만, 한글은 창조적으로 만들어진 문자 체계를 가지고 있다. 한글은 모든 말과 문자, 그리고 소리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기록할 수 있다.

한국은 기록의 민족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세계적인 기록 문서를 가지고 있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2-300여 년을 넘지 못하는데 비해 조선왕조실록은 500여 년의 왕조를 서술한 역사서이다. 이만한 역사적 사료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한글로 쓰여진 <훈민정음>은 어려운 한자에서 백성 모두가 쉽게 깨우치고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독창적인 언어이고 문자이다. 한글이 창제된 이후에도 백성이 쓰던 문자였지만, 조선 후기와 대한제국의 시기를 지나면서 기독교가 한국에 전파되는데 중요한 역할은 한문 성경과 영어 성경의 한글 번역이다.

천주교가 역관이나 사신들을 통해 조선에 들어와 양반 중심으로 천주학으로 넓혀갔다면, 기독교는 천주교보다 늦게 한국에 들어옴으로 소외된 계층과 서민에게 교육과 의료를 펼치고 교회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데 한글 성경이 큰 역할을 하고 영향을 미쳤다.

가장 낮은 자와 함께 한 한글 성경으로 오늘의 한국 선교의 모퉁이 돌이 됐다. 한글 성경은 기독교의 본질인 낮은 자와의 동행이 그대로 잘 녹아 들었다. 한문 성경이나 한문과 한글 혼영 성경도 있지만, 한자 기득권이 독점으로 누렸던 정보와 지식의 혜택이 한글 성경이 배포됨으로 모두가 진리와 구원의 기쁜 소식을 공유하면서 한글 교육을 받게 됐다.

기록을 잘하고 보존하는 한국인의 특징이 현시대에도 메모리 반도체에서 나타난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세계에서 독보적일 만큼 앞서가고 있는 것도 한글과 기록, 그리고 인쇄술의 뛰어난 창조적이고 우수한 의미와 가치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은 가장 기록을 잘하는 유대인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하게 하고 그대로 지키게 했다. 이 시대에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고 보전하면서 약자와 동행하려는 한인 기독인에게 주어진 사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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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크리스천라이프발행인.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담임목사. 저서로는 '하나님의 아가', '예수님의 아가' 시집이 있으며 단편소설 '마른 강' 외 다수 와 공저로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