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 선택

하나님의 뜻을 아는 법에 대해서 여러 번 강의를 하기도 했고 설교를 하기도 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기록된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만 꿈이나 환상으로도 인도하신다.

또한 믿음의 사람들과 상담을 하면서 그들의 조언을 통해 들을 수도 있고 하나님이 열어 주시는 길이 있어서 그 길로 갈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이성과 판단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지식적으로 경험적으로 알고 있지만 막상 하나님의 인도를 구하며 주님의 뜻을 찾아가는 때가 되면 늘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선교사들에게는 선교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이지만 이 일 역시 쉽지는 않다.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곳이라 생각하고 준비하지만 길이 열리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하나님은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주님의 계획 가운데로 우리를 인도하신다.

과거에는 선교지를 선택해서 그 나라를 품고 늘 기도를 하고 선교사로서 그 나라에 뼈를 묻을 각오를 하고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워낙 선교의 방법도 다양하고, 선교지의 변화도 많이 일어나는 시대이기 때문에 선교지 선택에 있어서도 변화되고 있다.

이번 호에는 우리 가족이 나라를 선택하고 또 그중에서 섬길 부족을 찾아갔던 과정들을 나눔으로써 예비 선교사들이 선교지를 결정하는 일이나 주님의 뜻을 찾아가는 일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책을 통해서
내가 성경 번역 선교사로 가려고 준비하는 시기에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 한 권 있었다. 파푸아뉴기니에서 성경 번역을 마치고 그것과 관련된 사역을 하는 선교사의 사역 과정을 기록한 책이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훈련을 받기도 전에 그 책을 읽으면서 파푸아뉴기니에 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막연한 생각일 뿐, 꼭 그 나라로 가겠다는 마음은 갖지 않았다. 그리고 교단 선교부 훈련을 받는 중에 ‘선교지역 리서치’라는 과제가 있었다. 거기서 파푸아뉴기니를 리서치하면서 조금 더 연구하는 시간도 있었다. 그렇지만 훈련 중에 자기의 생각을 내려놓으라는 말을 늘 들어왔던 것처럼 내가 꼭 거기에 가겠다는 생각 대신 하나님의 인도하심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님이 열어 주시는 곳
내 마음에는 파푸아뉴기니가 있었지만 한국 성경번역선교회와 의논을 하면서 우리 가정이 갈 수 있는 여러 곳을 알아보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나갈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을 했지만 막상 선교지로 떠나려고 하는 과정 중에는 많은 기다림이 필요했다. 현지의 성경번역선교회와 연락이 되어야 하고 그것과 관련해서 비자가 순조롭게 나올 수 있어야 했다.

여러 곳으로 살펴보고 인사 담당 리더와 의논을 한 결과 결국 말레이시아와 파푸아뉴기니로 압축이 되었다. 물론 말레이시아에서도 적극적으로 우리를 맞이할 준비를 해 주었으나 우리는 최종적으로 파푸아뉴기니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곳이 비자를 얻기가 쉬웠을 뿐만 아니라 성경 번역을 해야 하는 부족들이 훨씬 많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여러 과정을 거치고 기도하는 가운데 주님이 이쪽으로 문을 열어 주신다는 확신을 얻었다.

파푸아뉴기니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현지 적응 훈련을 3개월에 걸쳐서 하게 되었다. 훈련이 중반 정도까지 진행되었을 때 본부 리더가 왔다. 그리고 우리가 사역하러 갈 두 개의 지역을 제안했다. 그중에 한 곳은 접근이 아주 힘들고 본부에서 멀리 있는 섬 지역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곳은 본부와 비교적 가깝고 접근하기도 좋은 곳이었다.

우리는 비록 접근하기가 어렵더라도 하나님이 우리는 인도하시는 곳이라면 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두 곳을 다 사전답사 차원에서 방문을 하기로 했다. 답사를 떠나기 전에 우리는 본부에 있는 그 지역에 대한 자료들을 다 찾아서 미리 공부를 했다.

그래서 본부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섬 지역을 먼저 방문했다. 성경 번역 사역에 오랫동안 관여해 온 현지인이 우리를 인도했다. 먼저 큰 섬에 도착해서 하루를 보내고 부족 사람들이 있는 작은 섬으로 갔다. 과거에 미국에서 온 선교사가 몇 해 동안을 사역하다가 병이 들어서 천국으로 가신 후 오랫동안 선교사가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모터를 단 작은 배를 타고 5시간 이상을 가야 하는 거리였다. 돌아올 때는 파도가 더 세어서 7시간이 걸렸다. 섬과 마을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주민들도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하나님이 인도하신다면 이곳에서 사역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 외에 다른 부족들을 방문하기 위해서 다른 섬들도 둘러보았다.

기도와 말씀을 통한 인도
그런데 하나님이 여러 가지 환경과 여건을 막으시는 것 같았다. 그때 우리 가족은 사도행전을 묵상하면서 하나님의 인도를 구했다. 만약에 이 일을 막으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라면 순종해야 하겠지만 영적 전쟁이라면 어떤 어려움을 겪더라도 돌파구를 찾고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믿었다.

그 기간 중 하루는 아내와 함께 사도행전 16장의 말씀을 묵상하는 날이었다. 묵상을 한 후 서로 나누었다. 그때 바울이 아시아로 가고자 하였지만 성령이 막으셨고 마게도냐 사람들이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고 했던 말씀을 묵상했다. 그리고 하나님이 한쪽을 막으신다면 다른 한쪽을 열어 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계속해서 우리는 방문 중이었던 섬의 또 다른 한 부족을 꼭 방문하기를 원하고 끝까지 거기로 들어가기를 애를 썼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 날씨 문제와 그곳 사람들의 비협조로 인하여 결국 가 보지 못하고 본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그리고 우리는 본부에서 잠깐 쉬었다가 나머지 한 지역을 방문했다. 그 지역 담당 선교사가 우리를 인도했다. 성경 번역 사역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진행을 도울 선교사가 필요한 몇몇 부족과 아직 시작을 하지 못한 부족을 방문했다.

그중에 번역을 시작하지 못한 부족의 추장이 먼저 우리 지역 사무실로 찾아왔다. 주위에 있는 다른 부족들은 선교사가 와서 성경 번역을 시작했는데 자기들은 아직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를 초청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자기들의 언어가 자꾸만 사라져간다는 위기의식 속에 만약 성경을 번역하면 자신들의 언어가 잘 보존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기들 부족으로 우리 일행을 안내했다. 그 부족에 속한 모든 마을들을 방문해 보았다.

그중에 한 사람이 우리에게 물었다. 지난해에 우리 부족에 성경 번역 선교사를 보내 달라고 파푸아뉴기니 성경 번역 본부에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는데 혹시 그것을 보고 왔느냐고 물었다. 그 말을 듣자 아내와 내가 큐티를 하면서 묵상했던 사도행전 16:9의 말씀인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공교롭게도 그 부족 이름도 역시 도우라였다)는 말씀이 생각났다.

비록 우리는 그들의 편지와 상관없이 방문한 것이지만 그들은 이미 우리가 오기 전에 본부에 연락을 해서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우리는 그 마을에 약 일주일을 더 머물면서 그 부족 사람들과 교제를 하고 본부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약 한 달 후에 파푸아뉴기니 성경번역선교회의 컨퍼런스를 하는 기간에 우리는 그곳에 모인 모든 선교사의 기도를 받으며 도우라 부족 성경 번역 선교사로 파송을 받게 되었다.

하나님이 우리를 인도하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열린 마음으로 하나님의 인도에 순종하려고 하는 자세이다. 때로는 우리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알지 못하는 이유는 순종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미 하나님이 여러 모양으로 말씀을 하셨지만 우리가 귀를 막고 있거나 마음을 닫고 있다면 그것을 알 수 없다. 선교지를 선택하는 문제도 마찬가지이며 선교지에서 사역하는 것도 역시 동일하다.
우리가 주님의 인도에 순종할 마음만 갖고 있다면 주님은 어떤 모양으로든지 우리를 인도하실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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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 현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했고 2007년도에 뉴질랜드로 건너와서 한우리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겼다. 선교사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소명을 깨닫고 한국의 고신(예장)교단(KPM) 및 성경번역 선교회(GBT) 소속 선교사로 파푸아 뉴기니에서 성경번역 사역을 하였다. 2020년 2월부터 해밀턴 주사랑교회에서 행복한 목회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