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단체와의 협력

최근에 어떤 분과 선교단체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던 적이 있다. 그 분은 선교단체를 일컬어 Para-church라고 하는 말은 그 의미가 분명하게 이해되지만 ‘선교단체’라는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말을 했다.

Para-Church라는 말의 ‘Para’는 헬라어로 ‘~와 더불어’ 또는 ‘~곁에서’라는 의미이다. 이 말과 같이 선교단체는 교회와 함께하면서 교회의 사역을 돕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청년 시절에는 선교단체에 대해서 약간 부정적인 생각들이 교회 안에 있었다. 왜냐하면 청년들이 대학생 선교단체에 가입해서 열심히 활동을 하지만 교회 안에서의 봉사는 좀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선교단체를 통해서 많은 청년들이 좋은 신앙훈련을 받으면서 신앙이 성장해 갔고 선교의 비전도 갖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많은 영적인 지도자들도 역시 이런 선교단체를 통해서 훈련을 받은 분들이었다.

선교단체와의 연결
나는 비교적 선교단체에 많이 익숙한 사람이다. 학생 때부터 교단소속의 선교단체에서 많이 활동을 했었고 청년 때는 실제적으로 국제 선교단체에서 사역을 한 경험도 있다. 그러나 선교단체는 선교단체일 뿐 그것이 교회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회가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선교의 일을 선교단체가 해 주기 때문에 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대학생 선교단체는 교회 대신 캠퍼스를 복음화하는 데 큰 역할을 감당해 왔다. 그 외에 여러 종류의 선교단체가 나름대로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음에 대해서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선교사로 나가는 일에 있어서 선교단체에 소속하는 것에 대해서 아주 자연스럽게 생각했고 전혀 거부감이 없이 교단 선교부와 성경번역선교회, 두 개의 선교단체에 소속이 되어 듀얼멤버(Dual Member)로 파송을 받아 나갔다.

물론 선교단체에서도 그 단체의 이름으로 파송이 되는 선교사를 뽑기 때문에 허입 절차가 좀 까다롭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결국은 허입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도 선교사로서 거처야 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고 따랐다.

물론 그런 과정 가운데 갈등과 마음이 상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하나의 훈련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일 때 아직 갖춰야 할 것이 많은 나와 같은 사람도 선교사로 조금씩 다듬어져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선교단체 소속의 단점
자유롭게 사역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단체에 소속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단체에 소속될 경우에는 여러 가지 규율을 따라야 한다. 이런 규율들이 독자적으로 사역하기를 좋아하는 선교사들에게는 아주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본국이나 다른 장소로 일시적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일일이 보고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나의 경우는 부모님이 위독하셔서 본국으로 잠깐 방문하려고 할 때에도 교단 선교부의 허락을 받아야 했고, 규정상 부모님의 일로 귀국을 할 경우에는 2주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다른 기준이 적용되어서 좀 더 있으면서 건강검진도 할 수 있도록 허락이 되었지만 이런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사역지를 본인이 마음대로 정할 수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 단체의 선교정책이나 방향과 맞추어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역시 파푸아뉴기니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한 후, 성경 번역을 위한 부족을 정할 때가 있었다. 그때 파푸아뉴기니 성경번역선교회에서는 우리에게 두 개의 선택권을 주었다. 둘 다 지역 디렉터가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우리를 배려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나쁘지 않았지만 더 많은 선택 범위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싫을 수도 있다.

그 외에도 단체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필요하고, 국제단체이다 보니 우리와 문화와 생각이 다른 외국선교사들과 마음을 맞춰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이유들이 선교사들이 선교단체에 소속하는 것에 대해 머뭇거리게 한다.

선교단체 소속의 장점
길지 않은 선교의 경험이었지만 내가 경험한 선교단체의 장점을 좀 나눌까 한다.
첫째, 견제와 보호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적절한 간섭이 유익한 경우도 많다. 한국 선교사들은 대부분이 투철한 사명 의식 때문에 아주 열심히 사역을 해 나가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이런 간섭과 견제가 선교사로 하여금 깨어있게 해 준다.

반대로 건강에 이상이 있을 정도로 사역에 몰입하는 선교사에게도 적절하게 사역의 완급을 조절해 주는 리더들이 있기 때문에 유익하다. 내가 사역하던 지역에 있는 한국 선교사들도 역시 워낙 사역에 많이 치중하다 보니 그 단체의 리더들에게 적절한 휴식을 취할 것을 많이 권고를 받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공동체가 주는 유익이기도 하다.

둘째, 선교에 필요한 좋은 훈련을 제공받기도 한다. 훈련을 통하여 교단 선교부의 선교 정책을 이해하고 함께 사역을 하는 다른 선교사와의 협력, 그리고 선교에 대한 이론 등을 배웠다.
교단 선교부의 정책과 내가 하고자 했던 성경 번역 선교가 정확하게 들어맞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인 선교사로서는 꼭 알아야 하는 것이었고, 지금처럼 목회자로서 선교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볼 때 나에게 아주 유익한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성경 번역 선교사로 사역을 할 때에도 원주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며 그들에게 어느 정도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하는 지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역을 할 때에도 선교사인 우리가 주도적으로 사역을 이끌어 가려고 하기보다는 그들 스스로 움직여 가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쪽으로 많이 힘을 썼다.

성경 번역 사역이 선교사의 사역이 아니라 바로 그들의 사역이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었다. 또한 성경 번역 사역을 위한 훈련을 1년간 받으면서 성경 번역에 필요한 언어학 훈련을 함께했기 때문에 학업의 분량이 꽤나 많았다.

그렇지만 사역의 현장에서 성경 번역을 시작하기 전에 해야 할 언어조사와 단어 수집, 그리고 문법체계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여기서 배운 내용이 큰 도움이 되었다.

셋째,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사역에 욕심이 많기 때문에 현장에 가면 바로 사역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선교단체에서는 의무적으로 2년 동안 언어 공부에만 집중하게 한다. 그 기간에는 어떤 사역도 해서는 안 되도록 규정을 해 놨다.

어느 정도 수준의 언어를 습득했는지 테스트를 하고 통과하지 못한다면 사역의 시작이 불가능하다. 그만큼 선교에 있어서 언어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나의 경우는 성경 번역사역이었고 공용어의 개념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에 예외는 있었다.

넷째로, 사역에 있어서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받게 된다. 내가 사역하던 나라는 아직도 부족 간의 싸움과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이다. 이런 환경 가운데서 선교사는 위험에 많이 노출이 되어 있다. 그래서 마을에 있는 선교사와 본부는 무선통신으로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안전을 체크하고 있다.
그리고 매년 위기관리 계획을 만들어서 본부에 제출해 놓으면 유사시에 본부에서는 신속하게 선교사를 구출할 수 있다.

선교단체 소속에 대한 마지막 장점은, 사역의 인프라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성경 번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사역하던 파푸아뉴기니에는 선교사를 지원하는 본부가 형성되어 있어서 선교사들이 사역을 잘 감당하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자료 보관, 성경 번역과 관련된 컴퓨터 프로그램, 항공기 운행 등 이 모든 것이 바로 성경 번역사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감사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호에서는 내가 경험한 선교단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서론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선교단체가 하는 역할들이 아주 다양하며 선교와 복음 사역에 있어서 교회를 도와 귀한 일들을 감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와 선교단체의 역할이 각각 다르지만 함께 협력하여 선을 이루어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선교단체는 선교사역에 더 많은 연구를 해 왔고 경험도 많기 때문에 선교단체와 협력이 사역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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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 현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했고 2007년도에 뉴질랜드로 건너와서 한우리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겼다. 선교사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소명을 깨닫고 한국의 고신(예장)교단(KPM) 및 성경번역 선교회(GBT) 소속 선교사로 파푸아 뉴기니에서 성경번역 사역을 하였다. 2020년 2월부터 해밀턴 주사랑교회에서 행복한 목회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