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앞의 세상을 연주하라

2010년 출판된 <네 앞의 세상을 연주하라> 저자인 임정현(Funtwo)은 자신이 제작한 전자기타 연주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알려진 기타리스트이다.

2000년 12월, 남동생과 함께 고등학교 1학년으로 뉴질랜드로 유학을 왔다. 학교를 다니며 유일하게 좋아했던 시간은 음악 시간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오묘한 매력에 푹 빠져 있었던 전자기타를 전공으로 택한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만난 음악 시간은 저자에게 가슴속 깊은 곳에 있던 작은 바람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게 해줬다.

17살 때 학교 경배와 찬양팀 오디션에서 만난 선배로부터 “반드시 저 형보다 기타를 잘 치겠어”라는 자극적인 동기부여가 되어 나태하고 게으른 저자에게 아주 좋은 자극제가 되어 무언가를 누구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난생처음 하게 되었다.

2003년 7월 오른손에 치료법도 없는 희귀 질환 중 하나인 ‘양성 국소성 근위측증’이라는 루게닉병의 축소 버전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그는 이 증상이 왼손에 오지 않고 오른손에 온 것은 정말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피크’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연주하는 주법을 주로 사용하는 것은 Funtwo 에게 있어서 극복과 감사의 조건이 된 것이다. 유학 초기 2년 동안 현지인 집에서 살았기에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것과 백이면 백,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는 것 등등에 대해 생각을 해볼 계기를 주었던 그 시절을 거치며 조금은 철이 든 것 같다”고 한다.

“2005년 10월 23일 캐논 변주곡을 연주하는 동영상을 촬영하여 한국의 음악 포털 사이트인 뮬에 올린 이후 유명세를 얻은 것이 대단한 업적은 아니지만, 사실 유명해지지 않았다면 책을 쓸 이유도 없었겠죠. 한낱 평범한 대학생에 불과했던 제가 재미 삼아 제작한 동영상은 과연 엄청난 경험들과 새로운 기회들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건 분명히 흔히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5p

“그 평범한 대학생이 어떻게 유명해졌나?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엔 저에게 온 유명세란 무엇인가를 이룬 결과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지금, 이 순간도 앞으로도 계속 진행형이 될 것입니다.” 7p

이 책은 총 3부로 되어 있다.
1부 Mr. 펀투의 좌충우돌 스무 살 변주곡
2부 내 마음 가는 대로 ‘롸캔롤’!
3부 길 위에서 만난 나

2006년부터 밀려오는 인터뷰와 연주회 섭외로 분주한 시간을 보냈지만 3년이 지난 후에 유명세가 떨어짐으로써 그때의 일들이 그저 지나가는 일회성 이벤트였다는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고 그 ‘이벤트’를 계기로 너무나 많은 새롭고도 귀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그 경험을 통해 사회를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결국은 그것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한 큰 전환점이자 새로운 시작점이 된 것이다.

임정현은 10대 친구들을 향하여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면, 제 연주가 멋있다는 생각으로 끝내지 말고 제 모습을 보고 작은 희망을 품고 성장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기타 연주든 무엇이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도 있고, 많은 사람에게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어 줄 수도 있을 것만 같으니까요. ‘진짜로 원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못 찾으면 찾을 때까지 계속 몸과 마음을 움직이고 기회를 찾으려 합니다. 그것이 지금 20대인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 말한다.

“너는 캐논을 작곡한 사람도 아니고 편곡한 제리 창의 작품을 연주했을 뿐인데, 왜 공연도 여기저기 다니면서 제리의 영광을 갉아먹는 것이냐?”

유튜브와 각종 사이트에 올라온 저의 동영상에 붙곤 하는 댓글 중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들로 인하여 위축되지 않고 화제의 인물이 된 이후 음악적으로 어떻게 진화하고 있으며, 인간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는 저자 자신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으며 그 과정을 진정으로 즐기며 진화해 나가는 중이라고 한다.

기타를 열심히 치게 한 복합적인 원동력
그저 듣기 좋은 음악이 있어 그 곡을 한번 직접 연주해보고 싶어서 무작정 열심히 연습한 적도 있고, 조 새트리아니의 음악을 듣고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면 또 미친 듯이 연습에 몰두하기도 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경배와 찬양’팀 오디션에서 망신당한 일이 생각날 때마다 오기가 생겨 기타를 잘 치고 말겠다고 다짐을 하기도 했으며, 여자애들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 연습을 열심히 한 것도 사실이고, 뭇 소녀들에게 둘러싸여 “오빠! 너무 멋있어요”라는 말을 잔뜩 들을 장밋빛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기타를 연습하게 한 원동력 중 하나였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던 중 그는 원동력 중 하나였던 조 새트리아니와 만나게 되었고, 함께 공연까지 하는 영광의 순간을 만끽한 것으로 이제껏 기타를 연주해온 게 ‘삽질’이 아니었다는 흐뭇함을 느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
그는 300일 동안 무한상상 대장정 원정대 팀과 함께 세계 여행 중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꼽자면, 유럽에서 몇 주간 길거리 공연을 하며 보냈던 그때를 꼽는다. “좋아하는 일을 해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고, 저도 뭔가를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때 마음속에 남은 느낌들이 앞으로 제가 살아갈 날들을 위한 중요한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이 갈망하는 일을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다고 해도 꿋꿋이 할 수 있는 용기와 처음에는 힘들더라도 꼭 참고 그 시간들을 버텨내는 지혜를 얻은 것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178p

“무심코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임정현’이라고 쳐본 적이 있습니다. 저의 직업은 기타리스트라고 나오더군요. 기타리스트가 세상에 알려진 저의 꼬리표인 것이죠. 그때 문득 이제 기타리스트 뒤에 붙일 새로운 꼬리표를 찾는 것이 제가 앞으로 살면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꼬리표를 더 달게 되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기에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런 와중에 세상에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진실한 음악으로 세상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감동도 주고, 때로는 음악을 하며 느낀 것을 글로 사람들에게 알리며 어떤 영감 같은 것도 주고 싶습니다.” 212~213p

마하트마 간디가 ‘가장 위대한 여행은 지구를 열 바퀴 도는 여행이 아니라 단 한 차례라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이다.’ 라고 한 것처럼 책을 내고 11년이 지난 지금도 저자는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계속 여행 중에 있을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2세들과 유학이나 이민을 와서 살아가고 있는 1.5세들에게 이 책의 저자와 같이 행복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을 떠나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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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종
올네이션미션센터 대표(GMS선교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2000년 3월 뉴질랜드 도착하여 21년간 한인 목회와 남태평양 선교 네트워크를 감당하고 있으며, 점수제 일반 이민 30년의 뉴질랜드 이민 역사 속에서 한인 저자들이 쓴 책 가운데 뉴질랜드와 한인의 삶이 담긴 12권을 매달 한 번씩 북 리뷰를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