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선물

정성스럽게 포장한 선물을 받을 때 감동하게 된다. 선물을 통해 전하는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음을 나누고 싶은 선물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행복하다. 조금도 다른 의도와 목적이 없기 때문에 순수함을 느낄 수 있다.

선물하려는 사람은 주려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만물 가운데 마음을 담고 전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시간을 내고 부지런히 다닌다. 마음이 드는 기물이 생각보다 값이 많이 나가 고민이 되기도 한다. 선물을 고른 다음에는 선물을 쌀 포장지에도 신경을 쓰고 정성스럽게 포장을 한다. 선물을 보고 마음을 전달하려고 잘 고른 카드에도 정성스럽게 쓴 글씨에 마음을 전한다.

적당히 고른 선물을 주는 사람이 체면치레로 주면 받는 사람에게는 필요가 없을 수 있다. 선물이기에 그냥 두지만, 시간이 가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두게 된다. 세월의 더께가 쌓여가면서 선물은 고물이 된다. 좋은 기물이라도 쓰지 않으면 고물이다.

쓰지 않는 잡동사니가 되거나 쓰레기가 되어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고물상에 가져가도 돈이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고물은 고물이지만, 고물은 언제든지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다시 제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

고물이 되어 쌓여 있더라도 모두가 고물은 아니다. 고물 가운데 보물도 있다. 세상적인 가치의 차이로 인한 고물과 보물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기물의 기능보다 손때 묻은 기억의 흔적이 더 소중한 의미를 줄 때 고물이 아니라 보물이 된다.

누군가의 고물이 아는 사람에게는 보물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보물이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고물이 되기도 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선물에 담긴 기억으로 인해 오는 감정의 자극 때문이다. 선물에 얽힌 이야기가 있기에 때로는 기쁘고 즐겁고, 반대로 슬프고 아픈 감정이 기억으로 되살아난다.

고물을 모아 파는 고물상이나 고물 가운데 쓸만한 물건을 모아 파는 만물상에 가면 추억을 불러오는 다양한 것들이 있다. 그 물건으로 인해 기억의 저편으로 달려가 이야기보따리가 술술 풀려오기도 한다.

한인 일반 이민도 어느덧 30년이 되어 이민 올 때 소중하게 가져온 보물이 필요와 소용이 없어져 고물처럼 한쪽 벽에 서 있는 자개장과 장인이 만든 옷장과 병풍이 세월을 따라 고물이 되어 먼지를 이고 진 모습을 발견할 때 아련한 향수를 불러온다.

보물도 언제든지 고물이 될 수 있다. 고물과 보물의 차이는 기능보다 기억의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마음을 담은 선물도 지나치면 뇌물이 된다. 성경에는 뇌물을 받지 말라고 한다. 가장 좋은 선물은 하나님이 주신 구원이다. 하나님의 선물은 고물이 아니라 언제나 영원한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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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크리스천라이프발행인.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담임목사. 저서로는 '하나님의 아가', '예수님의 아가' 시집이 있으며 단편소설 '마른 강' 외 다수 와 공저로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