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광야를 견디며

김태원 목사<에덴장로교회>

2021년에는 Covid-19 바이러스로 인한 여러 가지 예상치 못했던 삶의 변화를 극복하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백신 접종이 몇몇 나라에서 시작되고 뉴질랜드에서도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바이러스로 인한 삶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고 예상치 못한 일들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여 모든 민족과 나라들이 겪고 있는 공통적인 상황이기에 비록 항공길이 막히어 다른 나라로 갈 수 없어도 여전히 세계는 지구촌이었다는 생각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1년 1월, 섬기던 에덴장로교회의 부름을 받아 1대 담임목사이신 김현철 목사의 뒤를 이어서 2대 담임목사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교회를 통하여 부르시면 순종해야 한다는 말씀을 기억하며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을 때에 소망과 기대감이 내딛는 발걸음에 힘이 되리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는 책임감으로 인한 부담감이 오히려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은퇴하신 목사님께서 조언해 주신 것은 “담임 목사라는 자리는 결코 칭찬과 박수를 받는 자리가 아님을 기억하세요.”라는 짧은 말씀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이곳 뉴질랜드의 한인교회나 한국교회의 모습은 문화적 수준도 높고 경건한 모습도 많이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사회의 질타를 받기 시작하였고 우리 신앙인들조차 화들짝 놀라게 하는 일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그 동안 가려져 있던 권력과 명예와 재물을 탐하는 민낯도 드러나고 있는데 이제는 그러한 일들이 너무도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성도들이나 사역자들의 공통적인 질문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입니다. 이러한 공통적인 질문은 개인적인 질문이 되어 머리에서 가슴으로 깊이 새겨져 마치 하나님의 질문처럼 울림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목회를 해야 하는지,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뜻 가운데로 맡겨진 주님의 양들을 인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생각이 고민이 되어 심장을 움켜쥐고 있을 때에 담임 목사라는 자리는 결코 칭찬과 박수를 받는 자리가 아니라는 말씀이 다시금 가슴 깊은 곳에 하나님의 울림의 되어 마음에 되새겨지게 되었습니다.

바울이 갈라디아서 1장 10절로 고백한 “이제 내가 사람들에게 좋게 하랴 하나님께 좋게 하랴 사람들에게 기쁨을 구하랴 내가 지금까지 사람의 기쁨을 구하는 것이었더면 그리스도의 종이 아니니라”는 말씀을 다시금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소위 코로나 팬데믹 1주년을 즈음하여 한국교회는 코로나 이전으로의 “Return”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Reset”의 기회를 맞이하였습니다.

신태균 박사는 “인생은 리셋방식인가 누적방식인가”라는 제목의 컬럼에서 인생을 사는 두 가지 방법으로 누적방식과 리셋방식을 제시합니다. “누적방식”은 하나씩 하나씩 단계를 밟아 성공에 이르는 방식으로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나 “티클 모아 태산” 같은 채우기식 방법론이고, 반면에 “리셋방식”은 과거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방식으로 아무리 큰 성공을 했어도 다음번에는 기존의 성공 경험이나 방식을 잊어버리고 늘 새롭게 도전하는 스타일로 말하자면 비우기식 방법론입니다.

즉 지금의 40대 이후 세대까지는 누적방식에 무게가 실렸지만 시대는 점점 리셋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그것은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1990년 후반까지는 도전과 개척의 시대로 축척이 중요하기에 누적방식이 선호되었지만 1990년 후반 이후부터 지금은 변화와 혁신의 시대로 버리는 것 즉 리셋이 중요합니다.

마태복음 9장 17절에서 예수님은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유가 그래야 둘이 다 보존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앞으로 10~30년 동안 이 시대가 어떤 시대로 변하게 될지는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저 코로나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기만을 기대하며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앞으로 더욱 큰 어려움을 당면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힘들지만 오히려 지금이 바닥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이고 이것은 이 시대의 흐름뿐만 아니라 교회와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누적방식에서 리셋방식으로 지내온 시간을 돌아보며 이제는 누적방식과 리셋방식의 적절한 조화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이 땅의 교회들을 세우신 목적을 다시금 돌아보시고 각 교회들에게 주신 영적 우물을 찾아 탐사하고 탐구해야 합니다.

신앙의 기초가 제대로 쌓아지도록 누적방식을 사용하고 신앙생활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리셋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교회로 부르시고 섬기게 하신 목회와 사역의 가장 본질인 말씀과 기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누적방식으로 알아가며 이 시대에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리셋방식으로 알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하기에 말씀의 샘을 더 깊이 파며 기도의 굴을 더 깊이 파야 하는 때임을 믿습니다.

그래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교회된 성도들은 우리의 선한 행실을 통하여 하나님께 영광이 되라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이 시대의 소금과 빛이 되어 우리의 삶에서 하나님의 인격과 성품과 기뻐하시는 삶의 모습이 나타나야 됨을 기억해야 합니다.

말씀과 기도와 인격의 칼을 연단해서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움츠려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향한 교회의 반격, 하나님의 사람들의 반격이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섣불리 강단에서 큰소리치다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리스도인의 빛을 잃어가기보다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광야를 견디며 하나님께서 예정하신 날까지 강단에서 견딜 수 있는 실력을 쌓기를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그리고 코로나를 지나가고 있는 이 시대에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뉴노멀로서의 산상수훈과 시대적 컨텍스트로서 성경이 말하는 광야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마음으로 이 시대를 견디며 극복하고자 힘쓰고 애쓰는 모든 분들과 공감하며 우리의 이웃의 울림에 함께 공명하는 이 땅의 모든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함께 상생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이 땅의 모든 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