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2일(수) 24일 차 : 바르바델로 ~ 벤타스 데 나론 31km (누적 718km)
오늘의 목적지는 벤타스 데 나론이다. 오늘 걷는 중에 100Km 표지석을 본다. 걸은 Km도 700K가 넘는다. 이제 정말 며칠 남지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 다른 사람들 깨지 않도록 조용히 준비하여 나온다. 이젠 이 일도 익숙해졌다.
2시간 정도 그렇게 가다 보니 드디어 100Km 남았다는 표석을 본다. 때마침 순례자가 있어 서로 사진을 찍어준다. 표지석에 낙서가 많은 것을 보니 기념이 될 만한 해서 흔적들을 남겨 둔 듯하다. 나는 사진만 찍고 그냥 지나간다.
새벽에 출발하면 일찍 도착하는 것은 좋은데 아침 일찍 연 카페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아침 해결이 어려워서 그 전날 과일이나 빵을 사는데 어제는 사지도 못했다. 그래서 카페를 찾으나 연 곳이 없다.
그때 푸드 도네이션 작은 숍이 나타났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하는 곳인데 먹을 것이 너무 다양하고 한국의 편육 같은 것이 있다. 여기서 커피와 빵, 편육, 과일을 먹고 도네이션을 한다. 정말 천사를 만난 것처럼 감사했다.
이제 또 간다. 다음에 쉴 마을은 포르토마린이다. 물과 관련되어 있는 이름처럼 그 마을에는 큰 강이 있다. 그곳에서 많이 머물지만 난 잠깐만 쉬고 13K를 더 갈 예정이다. 포르토마린까지 고도가 꾸준히 올라간다. 급경사는 아니지만 배낭 메고 가는 것은 쉽지 않다.
2시간을 그렇게 간다. 가는 도중에 라면 파는 집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꼭 구매하리라 마음먹고 가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문이 닫혀있다. 정말 이번 까미노에서 라면은 포기해야 하나보다. 집에 가서 종류대로 다 먹어 버리리라 생각하며 라면 하나로 사람이 이렇게 되는구나 하면서 웃음이 나온다.
드디어 포르토마린에 도착한다. 정말로 큰 강에 큰 다리가 있어 건넌다. 건너면 바로 앞에 큰 성문에 계단이 있어서 힘들지만 계단을 올라 전망을 보니 참 좋다. 게다가 오늘은 안개가 오전까지 있어 11시까지 해가 나지 않아서 좋다.
전망을 보며 벤치에 앉아 한동안 쉬었다. 그리고 카페를 찾아 또 쉬었다. 커피에 쵸코빵을 먹으며 3시간30분만 가면 된다고 위안을 삼는다. 그런데 이때부터 도착 할 때까지 무려 12Km가 올라가는 길이다. 급경사는 아니더라도 계속 올라가니 정말 힘들고, 거기다 이제 해가 나기 시작한다.
하염없이 올라간다. 이때는 정말 땅만 보고 걷는다. 2시간을 그렇게 걷다가 쉼터를 만나 발을 쉬게 해준다. 이것은 계속 해주어야 물집이 안 생긴다. 25일 걷는 동안 발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나마 속으로 위안을 삼는 것은 이제 여기만 지나가면 산티아고까지 오르막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걸었던 지난 날들을 생각해본다. 25일이라는 시간 동안 걸었다. 내 인생에 이렇게 걷는 날이 또 오겠는가? 지난 시간 동안 생각하고, 묵상하고, 기도하던 일들 가운데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며 걷는 내내 곱씹어 본다.
드디어 9시간 만에 벤타스에 도착한다. 오늘은 좀 힘들었다. 여기는 지나가는 마을이라 숙소가 2개 밖에 없는데 그중에 괜찮다고 한 곳을 어제 예약하고 들어왔다. 싱글침대이고 깨끗하다. 8인실인데 욕실과 화장실이 방마다 있다. 오늘도 저녁은 순례자메뉴를 먹는다. 이제 그 메뉴가 그 메뉴이다. 그래도 내가 먹는 것에는 그렇게 민감한 편은 아니라 감사하게 먹는다.
저녁은 길 위에서 몇 번 만났던 사람들과 함께 먹는다. 한국, 포르투갈, 대만 친구들인데 나이는 거의 조카뻘들이다. 내 나이를 이야기하면 안 믿는다. 저녁을 그렇게 즐겁게 먹고 오늘을 마무리한다.
오늘도 부엔 까미노~~~
2018년 8월 23일(목) 25일 차 : 벤타스 데 나론~멜리데 27km(누적 745km)
오늘의 목적지는 산티아고 가기 전 마지막 도시 멜리데이다. 대도시는 아니고 중도시 쯤 된다. 그리고 멜리데는 뽈보(문어)요리가 유명하다. 뽈보를 먹지 않고 까미노를 말하지 말라고 적혀 있다. 그래서 오늘은 뽈보요리를 먹을 예정이다.
27K밖에 걷지 않기에 이제는 30K 미만이면 맘도 몸도 여유가 생긴다. 출발도 늦은 평소보다 6시에 한다. 계속 안개가 껴서 시야가 불편하지만 언제 이렇게 안개를 맞으며 걷겠는가?
2시간을 걸어서 사람들이 많이 숙박하는 약간 큰 마을인 빨라스 데 레이이다. 여기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여유 있게 쉰다. 이제 15K만 가면 되니까 말이다.
서울의 어머니와도 오랜만에 영상통화하고 이런 저런 수다를 떤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걱정마시라고 말씀드린다.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 이 마을부터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진다. 가족단위로, 단체로, 사람들이 어디서 쏟아졌는지 이제는 혼자 걷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항상 시야에 사람들이 있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걷는 어른들이 꽤 있다. 어릴 때 까미노를 경험시키면서 신앙을 굳게 세우려는 정말로 산 신앙교육인 듯하다. 우리의 신앙교육은 어떠한가 생각해본다. 가정에서보다 교회에서 모든 신앙교육을 시켜주기를 바라는 어른들이 많다. 우선적으로 교회보다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할 텐데, 일주일에 1~2시간을 교회에서 배우고 나머지는 다 가정에서 보내지 않은가? 우리들의 신앙교육을 돌아봐야 할 듯하다.
이 마을부터 68Km 가면 산티아고이다. 이 길을 가족들이 함께 걷는다. 그런데 어느 아이 하나 울고불고 못 걷겠다고 난리를 치는 아이를 볼 수가 없다. 정말 신기하다. 적으면 5~6살로 보이는 아이들도 손잡고 걷는다.
1시간 30분을 가다 보니 갈리시야 주의 Lugo지방에서 산티아고가 있는 A Coruna지방으로 들어가는 카사노바 마을이 나온다. 여기에서 여유를 갖고 시원한 음료를 마신다. 이제 1시간 정도면 오늘의 도착지인 멜리데이다. 그리고 그 유명한 뽈보를 먹는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걷기 시작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유난히 마음과 발걸음이 가볍다. 동네마다 있는 성당에 들어가 스탬프를 받고 천천히 걷는다. 저 멀리 멜리데가 보이고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에 머물며 쉬고, 뽈보도 먹는 거 같다.
시내에 들어서니 뽈보식당들이 있고 한국처럼 호객행위를 한다. 나를 보더니 한국말로 “한국 사람 많아요, 뽈보 맛있어요”라고 한다. 나는 미리 얻은 정보로 제일 유명한 식당으로 간다.
드디어 도착해서 뽈보 1인분, 콜라, 빵을 시킨다. 나와서 맛을 보니 쫄깃한 식감이 너무 좋다. 가지고 있던 고추장을 꺼내서 찍어 먹으니 더 맛있다. 문어숙회에 양념을 해서 독특하지만 맛있다.
다 먹고 나서 숙소로 간다. 어제 미리 예약한 숙소로 가니 오픈한지 1년밖에 안 된 곳이라 깨끗하고 무엇보다 객실이 넓어서 좋다.
주방도 있어서 오늘은 산티아고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해 먹는다. 삼겹살에 상추쌈, 그리고 라면 국물이다. 남은 고기와 밥으로 볶음밥을 만들어 내일 도시락을 준비한다. 이제 2일 남은 산티아고의 입성을 기대하며…
오늘도 부엔 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