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랑가한인교회 청소년수련회

사랑과 용서의 문화로 변화를 몰고 오기 바라<김소금 전도사/타우랑가 한인교회 청소년 담당>

처음 타우랑가한인교회 중고등부 학생들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내가 경험한 오클랜드 중고등부 학생들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영어를 편하게 하고 심지어는 한국어를 잘못해서 말씀을 못 알아 듣는 아이들이 많은 오클랜드에 비해 타우랑가는 반대로 영어보다는 한국어를 잘하는 유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이 만든 문화는 작은 한국 같았다.

뉴질랜드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지낸 나로서는 덜컥 겁이 났다. 이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마음을 잘 전할 수 있을까? 사람으로서 하나님의 마음을 표현하는 위치는 늘 버겁다. 인간의 표현으로 하나님의 뜻과 마음을 담아야 하는 것은 언제나 두렵고 떨리는 일이다. 그런데 그 위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중고등부 문화에 놀라 학생들에게 두려움과 담대함이 섞인 채로 다가갔던 것 같다.

몇 주가 지나고 타우랑가 전체에 있는 중고등부 사이에서 오랜 갈등과 불편한 관계들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뒷담화, 오해, 소문, 상처들로 인해 학생들 안에는 끼리끼리 문화가 형성되어 서로를 피하고 무시하는 일들이 있었다. 심지어 몇몇 친구들은 자기들이 겪은 갈등은 아니지만, 소문의 소문과 친한 친구의 말들로 인해 생긴 선입견으로 다른 친구들을 바라보게 되어 그들을 알아갈 기회조차 없었던 경우도 많이 있었다.

갈등과 상처가 지속해서 오해와 편견을 만들어내고 사랑이 아닌 미움을, 연합이 아닌 분열을 키우고 있었다. 관계의 문제가 깊은 만큼 앞서 언급했던 두려움이 커지며 내 안에 믿음과 더욱더 치열한 내면의 전쟁, 영적 전쟁이 시작되었다.

“예수님처럼 사랑하자”라는 주제로 말씀 선포
‘하나님이 넉넉히 이기시리라는 믿음과 관계의 회복은 없을 것’이라는 원수의 속삭임 사이에서 믿음을 택하기로 하고 “예수님처럼 사랑하자”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하기 시작했다. 예수님이 우리를 먼저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다른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자, 적극적으로 사랑하자. 예수님이 병든 자에게 육체의 치유보다 먼저 죄의 용서를 선포하시며 마음의 병을 보셨던 것처럼 우리도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을 넘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한 지역의 모든 세리를 이끄는 세리장의 위치에 올라간 삭개오, 다들 삭개오의 변화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만 예수님은 그를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포기하지 말고 사랑하자.

타우랑가한인교회 중고등부가 하나님의 손과 발이 되어 원수에게 빼앗긴 것들을 되찾아오고, 미움과 분열의 문화에서 사랑과 용서의 문화로 변화를 몰고 오기를 바라는 믿음으로 말씀을 선포하였다. 더 나아가 나와 함께 변화를 이끌어나갈 학생들을 세우기로 하고 제자반을 만들었다.

믿음으로 시작한 싸움, 잘 하고 있다고 자신을 격려하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열매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하는 것처럼 보일 때는 낙담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개인적으로 A팀이라고 부르는 오랜 시간 함께 하나님을 섬기고 사랑한 동역자의 격려와 직언들이 도움이 되었다. 한 달에 한번 혹은 갈 수 있을 때마다 오클랜드로 올라가 이들과 함께 수다 떨고 예배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교회와 단체에서 섬기는 사역자와 팀을 이뤄
수련회를 계획하면서 A팀과 함께하고 싶었다. 모든 말씀의 선포와 찬양 인도를 그들에게 맡기고 중고등부 교사는 학생들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수련회를 만들고 싶었다. 여러 교회와 단체에서 교역자로, 평신도 사역자로 섬기고 있는 A팀은 일말의 주저함 없이 함께 하기로 해주었고 이들과 함께 수련회를 계획해 나갔다.

수련회를 준비하면서 내면의 영적 전쟁은 계속되었다. 하나님께서 일하실 것이라고 믿으면서도 동시에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통해 원수의 거짓말은 계속 나를 두려움으로 이끌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련회에서 말씀 선포를 맡은 두 사역자와 회의 중에 제자반 이야기가 나왔다.

가치관이 변하고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일이 일어나

나는 제자반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설명하였는데 내가 제자반에서 제외한 친구들에 관해 물으며 그들은 왜 포함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때 알았다. 죄인들을 위해 이 땅에 오셨고 그들과 함께 지내셨던 예수님을 내가 소위 말하는 꼰대로 만들었다는 것을. 내가 하나님보다 앞서서 하나님이 일하실 수 있는 범위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친구들과 올 수 없는 아이들을 구분하였다. 그 결정은 내 안에 있는 두려움이 승리한 결과였다.

두 동역자는 멈추지 않았다. 하나님의 능력을 낮추지 말고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시는 하나님을 보자고 격려하였다. 격려였지만 나에겐 날카로운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내 안에 두려움으로 하나님을 작게 만든 죄를 직면하는 시간이었고 수련회를 준비하는 나의 마음을 점검할 수 있었다.

수련회를 일주일 남겨두고 마지막 회의를 하며 어떤 말씀을 선포할 것인지 두 사역자에게 물었다. 한 사역자는 하나님이 우리를 짝사랑해서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거룩하고 의로운 재판장으로 우리의 죄를 심판하실 하나님이시기에 죄인인 우리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을 선포하기로 하였다. 나는 아멘으로 답하고 기대함으로 다음 사역자를 바라보았다.

그때 그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정체성, 부르심을 원수에게 빼앗긴 것을 되찾아오는 시간을 생각한다고 말하며 아이들이 한 명씩 나와 그들의 죄와 연약함을 고백하고 다같이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자고 말하였다. 나의 즉각적인 반응은 “아무도 안 나오면 어떡하지? 우리 애들이 그럴 애들이 아닌데.”라는 생각이었다. 여전히 내 안에 두려움이 반응하고 있었다. 나의 반응에 그는 가능하다고 말해주며 하나님이 하실 것이라고 말하였다.

지난번 미팅 후 회개했던 것을 기억하며 나는 믿음으로 반응하기로 하고 그렇게 하자고 하였다. 수련회를 시작하며 기도하였다. “하나님,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이 수련회를 주님께 맡기오니 마음껏 우리 안에서 일하여 주십시오. 수련회는 우리가 아닌 주님께 달려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회개의 기회 잡아야 함을 선포하고 기도
첫날 저녁,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있을 때 많은 학생들이 자고 있었다. 다시 한번 두려움이 나를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내 안에 계신 하나님이 주시는 믿음이 넉넉히 이기고 있었다. 하나님은 악을 심판하시는 분이시며, 악은 심판받아야 마땅하지만 심판의 때가 이르면 우리가 회개를 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끝난다는 말씀이 선포되었다.

하나님께 회개하고 돌아올 기회를 학생들이 잡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학생들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주체할 수 없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온 마음을 다해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였다. 기도하며 하나님이 하실 것이라는 확신의 확신이 들었고, 내가 지난 시간 두려움과 싸움했던 건 어리석은 일이었음을 알았다. 기도의 시간이 끝나갈 때 이대로 끝낼 수 없어 앞으로 나아가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하나님의 사랑과 회개의 기회를 잡아야 함을 선포하고 기도하였다.

죄를 이기고 싶은 친구들은 손 들고 나와 고백
둘째 날 아침 예배 시간, 아이들의 겉모습은 전혀 변화가 없었지만 나는 하나님이 주시는 믿음이 넘쳐났다. ‘이번 수련회도 지난 번이랑 같을 거야, 안될 거야”라고 하나님보다 앞서서 결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말씀을 시작하며 “하나님 앞에서 나대지 마”라고 스스로에게 도전하였다. 도전과 함께 말씀이 선포되고 학생들이 반응하기 시작하였다.

하나님이 우리를 지으실 때 분명한 목적이 있으셨으며,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음을 전하고, 하나님의 형상이란 왕이 자신의 권위를 상징하는 동상을 세우는 것과 같으며, 하나님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이 땅에 세우시고, 어떠한 삶으로 부르심을 받았으며, 하나님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하나님의 형상을 빼앗으려고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는 원수들이 있음 또한 전해지고, 예수님으로 인해 우리가 넉넉히 이길 수 있음을 선포하였다.

말씀 선포의 끝에 죄를 이기고 싶은 친구들은 손을 들고 일어나라는 도전이 선포되었을 때 많은 학생들이 일어났고 선생님들과 함께 그들을 위해 기도하였다. 기도의 시간이 끝나고 학생들이 점심을 먹는 동안 선생님들과 A팀이 함께 모였다. 우리 모두 하나님이 일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었고 의심이나 바람이 아닌 믿음의 기도를 함께하였다. 멈추지 말고 더 깊이 일하실 하나님을 기대함으로 기도하였다.

저녁 예배 시간, 아이들의 찬양 소리가 달라졌다. 말씀을 듣는 태도 또한 달랐다. 환경에 영향받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믿음이라는 말씀을 전한 후,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의자 위에 올라서서 자신의 죄, 연약함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자고 도전하였다. 놀랍게도 말이 끝나자마자 한 학생이 앞으로 나와 자신의 두려움과 연약함을 고백하고 모두 함께 기도하였고, 그 뒤로 학생들이 줄지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삶 속에 있었던 상처들, 원수가 정체성을 빼앗기 위해 한 많은 아픔, 형제간의 말 하지 못했던 속마음 등을 나누고 함께 서로를 위해 기도하였다. 학생들이 친구들 앞에서, 그것도 의자 위에 올라서서 자신의 연약함, 수치심을 말한다는 것은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무너진 관계들의 회복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다가가 용서를 구하고 화해하자고 도전하였을 때 학생들이 서로 찾아가 마음을 표현하고 설명하고 같이 울고 안아주는 일들이 일어났다.

오랫동안 학생들을 봐왔던 선생님의 고백이 생각난다. “이미 갈 때까지 간 관계여서 회복이란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하나님 앞에서 나대지 마, 하나님보다 앞서서 무엇이 되고 안되는지를 결정해놓고 나오지 말자는 말씀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서로 문자 보내 용서를 구하고 화해 하는 일이 벌어져
더욱더 감사한 것은 수련회가 끝나고도 이 일이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학생들은 어색함의 벽을 허물며 서로에게 다가갔다. 수련회에 나오지 않은 친구들에게도 장문의 문자를 보내 용서를 구하고 화해 하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학교에서 인사도 하지 않던 친구들이 서로 웃으며 인사하고, 상처로 인해 위축되었던 아이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가치관이 변하기 시작하고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이시다.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며, 기회에 기회를 주시며 우리를 기다리신다. 하나님 앞에 그 어떤 문화도 오랜 갈등도 이길 수 없다. 하나님의 위대한 사랑 앞에 다시 한번 무릎을 꿇는 시간이었고 하나님과 함께 넉넉히 이긴 시간이었다.

앞으로 우리 학생들을 통해 하실 일들이 기대된다. 여전히 원수는 이번 수련회에서 얻은 것들, 회복된 것들을 빼앗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그보다 하나님이 훨씬 더 큰 사랑으로, 힘으로 우리와 함께하심을 믿는다. 타우랑가 한인교회 중고등부 화이팅!

수련회를 돌아보며 A팀과 함께 할 수 있음이 너무 감사했다. 두세 사람이 주님의 이름으로 모인 곳에 함께 하신다는 말씀이 그 어느 때보다도 현실로 느껴졌다. 함께 하나님을 사랑하고, 격려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하나님의 말씀을 서로에게 도전할 수 있는 관계, 이런 팀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 팀과 함께 다음 사역을 준비하고 있다. 누군가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하나님과 스스로 더 깊이 갈 수 있는 관계가 되기를 바람으로 2021년 1월 3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간 뉴질랜드 전국의 있는 중고등부를 대상으로 영적 훈련 수련회를 하려 한다.

아직 이름과 주제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하나님이 일하시리라 믿는다. 두세 사람이 주님의 이름으로 함께 모여 동의하기 시작할 때 하나님 아버지가 이루실 것을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