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제인에어(Jane Eyre)는 영국의 샬롯 브론테(Charlotte Bronte)가 1847년에 쓴 소설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인은 목사의 딸로 태어났으나, 장티푸스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후 외숙모 리드(Reed) 밑에서 외숙모와 사촌들의 학대를 받으며 자란다. 외숙모는 제인을 버리다시피 보육원인 로우드 학교(Lowood school)로 보냈는데, 제인은 거기서 다정한 템플 선생님(Temple)과 친구 헬렌 번즈(Helen Burns)를 만나게 된다.

템플 선생님은 제인이 로우드 학교에 오자마자 불량 학생으로 모함받은 위기 속에서 끝까지 지켜주었다. 친구 헬렌은 제인에게 예수 믿는 믿음의 본을 보여주는데 안타깝게도 폐결핵으로 일찍 죽고 만다. 제인은 로우드에서 학생으로 6년, 교사로 2년을 지낸 후 프랑스 소녀인 아델(Adele)을 돌보는 가정교사로 손필드 저택(Thornfield Hall)에 고용된다.

손필드의 주인인 로체스터(Rochester)는 무뚝뚝하고 엄격한 성품이었지만, 제인은 오히려 그의 내면에서 깊은 고독과 비애를 느끼며 연정을 품게 된다. 사실 제인은 가난한 처지일 뿐 아니라 키가 작고 예쁘지도 않아 세상적인 기준으론 뭣 하나 내세울 게 없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인은 언제나 당당했다. 몸가짐이 단정하고 성실했으며 로체스터와 대화할 때도 서슴지 않고 자기의 의견을 솔직히 말했다. 로체스터는 그런 제인에게 특별한 호감을 느끼다가 그 역시 마침내 사랑을 느끼게 된다. 로체스터는 자신의 재산을 노리고 결혼하려는 미모의 잉그램(Ingram)을 뒤로하고, 제인에게 프러포즈한다.

그러나 결혼식 날 한 변호사가 나타나 로체스터에게 이미 아내가 있음을 증언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로체스터의 아내는 정신병으로 광폭해진 상태여서 손필드의 골방에 감금되어 있었다. 로체스터는 제인에게 곁에 남아있어 주기를 간청했으나, 제인은 차마 중혼의 죄를 범할 수 없어 그 집을 뛰쳐나오고 만다.

제인은 도중에 짐을 잃어버려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린다. 눈 덮인 들판을 헤매다가 어느 집 앞에 쓰러졌는데 그곳은 무어 하우스(moor house)라는 곳이었다. 그 집의 주인은 세인트 존(St. John) 목사였는데 목사의 두 누이동생은 제인에게 무척 친절히 대해주었다.

제인은 세인트 존 목사가 섬기는 가난한 여학생을 위한 학교에서 교사로 일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세인트 존은 제인의 사촌이었다. 제인은 외국에서 살다 돌아가신 숙부로부터 2만 파운드라는 거액의 재산을 상속받게 되는데 이 상속금을 사촌들과 똑같이 나누어 갖는 미덕을 발휘한다.

세인트 존 목사는 제인에게 결혼한 후 인도에 함께 선교를 갈 것을 요청한다(당시 유럽에선 사촌 간 결혼이 합법적이었다). 그러나 제인은 애정없는 결혼은 할 수 없다며 거절한다.

제인은 환청으로 로체스터의 목소리를 듣고 손필드로 가지만, 이미 손필드는 폐허가 된 상태였다. 로체스터의 미친 부인 버사(Bertha)가 몰래 방을 빠져나와 불을 지르는 바람에 모두 타버리고 잿더미가 된 것이다. 버사는 화재 중에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고, 로체스터는 아내를 구하려다 한쪽 팔과 두 눈을 잃어 불구가 되어버렸다.

제인은 세상과 단절한 채 살고있는 로체스터를 찾아간다. 제인은 로체스터에게 당신의 이웃으로, 당신의 간호사로, 당신의 손과 눈으로 살겠다고 말하며 청혼한다. 둘은 교회에서 조용한 결혼식을 올린다.

2년 후 로체스터의 눈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고 10년이 지난 무렵엔 한쪽 눈의 시력을 웬만큼 회복하였다. 둘은 아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제인은 로체스터를 사랑하는 만큼 행복했고, 로체스트도 제인을 사랑하는 만큼 행복했다.

묵상과 교훈
제인 에어는 사랑을 받지 못하고 학대받으며 자란 과거에도 불구하고, 심성 속에 사랑의 순수성이 아름답게 보존되어 있었다. 제인의 사랑은 사람을 살리는 생명력을 지녔다. 무엇보다 그녀로 인해 로체스터의 심령이 되살아났다. 광폭한 정신병자 아내로 인해 늘 비애와 수심에 젖어있던 로체스터는 제인으로 인해 마음 문을 열고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제인의 사랑은 로체스터가 최악의 상황으로 전락한 뒤에도 순결하게 타올랐다. 소설의 말미엔 모든 게 뒤바뀐다. 가난했던 제인이 숙부의 상속금으로 부자가 된 반면, 부자였던 로체스터는 화재로 모든 재산을 잃었고 거기다 불구의 몸이 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인의 사랑은 보석처럼 빛났다. 제인은 외적인 조건이 달라졌어도 로체스터를 사랑했다.

우린 자칭 기독교인이라 하는 사람 중에서도 하나님을 조건때문에 믿는 사람을 본다. 그들은 하나님의 능력을 탐해 예배석에 앉는다. ‘제인 에어’ 소설에도 그런 인물이 등장한다. 잉그램이 그런 부류였다. 로체스터를 사랑한다 했지만, 기실 그녀가 사랑한 것은 로체스터의 재력이었다.

하나님을 온 맘으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르지 못한다. 잉그램이 그랬다. 만약 그녀가 진실되게 로체스터를 사랑했다면, 화재로 모든 것을 잃은 로체스터를 더욱 사랑하여 그의 곁에 있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로체스터의 외적 조건을 탐했던 잉그램의 심령엔 그의 불행을 함께 짊어질 십자가가 들어설 공간이 없었다.

성경에서 “사랑의 장”으로 알려진 고린도 전서 13장은 사랑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는 것(5절)이라고 말한다. 잉그램은 로체스터와의 관계에서 오직 자기의 유익을 구했으므로 성경이 말하는 사랑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이제 우리 스스로를 점검해보자.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고린도전서 13장을 펼쳐 끝까지 읽어보자. 그 사랑이 나의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면 내 사랑은 시급히 재점검되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순결한 사랑으로 다시 제련되어야 할 것이다.

외숙모 집에서 학대에 시달려온 제인 에어의 심성에 복수가 아닌 사랑이 심겨졌단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그처럼 아름다운 씨앗을 대체 누가 뿌린 것일까? 로우드 학교에서 만난 템플 선생님과 친구 헬렌을 먼저 떠올릴 수 있겠다.

헬렌은 어린 나이임에도 폐결핵으로 죽기까지 예수 믿는 신앙의 본을 제인에게 보여주었다. 템플 선생님은 불량아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제인을 끝까지 신뢰해주었다. 그렇게 그들이 베푼 사랑이 제인의 마음속에서 자라 결국 로체스터의 눈과 손이 되는 인생으로까지 나아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사랑은 흘러가야 한다. 템플 선생님과 헬렌으로부터 제인에게로, 또 제인에게서 로체스터로.

제인이 세인트 존 목사와 함께 인도 선교를 갔다면 그녀의 인생은 전혀 다르게 쓰였을 것이다. 물론 선교에 헌신하는 인생은 귀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내게 맡겨진 한 사람의 이웃을 사랑하는 일 또한 매우 소중하다. 예수님께서 마태복음 25:40 말씀을 통해 그 교훈을 친히 가르쳐 주셨다.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

예수님이 거창한 사역을 당부하고 계신 게 아닌 것 같다. 작은 이웃 한 사람을 영접하고 돌보는 일만으로도 주님을 섬긴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우린 희망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 질그릇 같은 내 삶도 그처럼 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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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곤
연세대정외과 졸업, 코람데오 신대원 평신도지도자 과정 수료하고 네이버 블로그 소설 예배를 운영하며, 예수 그리스도 외에 그 어떤 조건도 구원에 덧붙여져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어른이 읽는 동화의 형식에 담아 연재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