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합법화의 위험성을 알릴 영상 제작
일단 안락사에 대한 흔한 오해가 있는데 그것은 생명 유지 장치, 질병 치료, 혹은 심폐소생술을 중단하는 것이 안락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안락사는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하여 사망케 하는 행위이다. 주로 약을 물에 타서 마시거나 주사로 실행한다.
짧게 줄인 영화 줄거리
불치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 대한 흔한 스토리를 새로운 방향에서 접근해봤다. ‘잃어버린 작별’은 레이첼이 딸 엠마가 죽은 몇 달 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레이첼은 VR(가상 현실)기술을 통해 엠마의 시뮬레이션을 만난다. 엠마의 시뮬레이션은 불완전한 모습을 보이지만 드디어 죽은 딸과 재회한 레이첼은 몇 개월 동안 참고 억제한 감정을 쏟아낸다.
엠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하지 못했던 생일파티와 대화들을 단둘이서 하게 되고. 엠마와 레이첼의 솔직한 이야기 가운데 영화는 아름답고 천국 같은 가상 세상과 어둡고 지독한 엠마의 생애 마지막 날을 대조하면서 엠마가 진짜 안락사를 선택했던 이유와 딸을 보호하려던 레이첼의 가슴 아픈 노력을 밝힌다.
안락사를 주제로 영화를 만든 이유
안락사라는 행위를 처음 접한 건 대학교 2학년 때였다. 부전공으로 철학을 공부하면서 안락사를 찬성하는 이유와 반대하는 이유를 배웠는데 이것이 윤리적으로 올바른 행동인지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은 문제였다. 그때는 이론적으로, 지성적으로 흥미로운 주제라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안락사에 대한 내 생각을 담은 시나리오도 쓰기 시작했다.
2017년 12월에 뉴질랜드 국회에서 안락사 법안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면서 안락사는 흥미로운 이론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가 되기 시작하면서 한번 더 안락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지만, 이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은 2018년에 궤양성 대장염 진단이 나온 이후였다.
불치병을 앓고 아파 보니까 왜 사람들이 안락사를 원하는지도 이해했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고통이 심할 때 얼마나 정신도 아플 수 있는지, 그러면서 안락사가 합법화 되는 게 왜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주관적인 답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의견과 안락사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들의 자료를 찾아보면서 객관적인 답을 찾고 싶었다.
뉴질랜드에서 실행되고 있는 법안은 OECD에서 청소년.청년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뉴질랜드에서는 너무나 위험한 법안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 뉴질랜드 안락사 법안이 통과되면 안락사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소수를 위해서, 의료적 치료와 사랑과 돌봄으로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대다수의 환자를 살릴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뉴질랜드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 하기를 돕고 싶었다. 하지만 안락사 법안에 관한 틀린 의식이 너무 많은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흥미로운 스토리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안락사 법안의 사실에 대해서 알리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영화 만들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었다는 것에 확신할 수 있어”
‘잃어버린 작별’은 안락사라는 주제를 가지고 구성한 네 번째 시나리오이다. 영상이 공개됐을 때 가장 이상적인 결과는 많은 사람이 이 영상을 보고 안락사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고, 뉴질랜드 사회에서는 너무나 위험한 법이라는 것을 깨닫고 법안을 반대하자는 것이다.
시나리오 준비 과정
사람들이 많이 보기 위해서는 재미와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하고, 사람들이 법안에 대해 배우기 위해서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예산도 너무 제한되었고 온라인 영화는 길면 사람들이 잘 안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담을 수 있는 내용은 제한되어 있는데 정보를 더 담으면 재미가 떨어져서 여러 번 다시 쓰다가 결국에는 국민투표 전에 다 끝내야 했다.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시나리오를 가지고 스폰서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필요한 예산의 60% 정도도 못 모아서 시나리오를 다시 또 써야 하는 건가 하는 시기에 ‘너를 만났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너를 만났다’는 VR기술을 통해서 죽은 딸을 만나는 어머니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10분 정도 되는 짧은 버전을 인터넷에서 보게 됐는데 시작부터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 봤다.
첫 3개의 시나리오는 안락사를 신청하고 죽는 데까지를 이야기했는데, ‘너를 만났다’는 엠마가 죽은 뒤 이야기를 시작하면 단축된 시간 안에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영화는 다큐멘터리인 것처럼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드라마 스타일로 바뀌는데 다큐멘터리 형식에서 또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변화되는 스타일 자체가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에서 가상의 이야기로 변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안락사가 현실적으로 사람의 삶을 끊을 수 있는 행위가 될 수 있고, 이 변화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가깝게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장르의 변화를 통해 강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출연한 배우와 제작진
레이첼 역을 맡은 Sia Trokenheim은 2014 뉴질랜드 Rialto 영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실력파 배우이다. 자녀를 갖게 되면서 잠시 연기를 쉬고 있다가 다시 연기를 시작하려는 참에 소속사에서 영화 대본을 받게 됐다. ‘잃어버린 작별’이 그녀의 공백 기간 이후 첫 작품이다.
엠마 역을 잘 소화할 수 있을 배우를 찾을 수 있을 지가 걱정이었다. 엠마 역을 맡을 배우를 찾기 위해 100명 정도 배우를 본 거 같다. 우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많지만, 엠마의 복잡한 육체적이고, 정신 및 심적인 고통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많이 없었다. 그 중에서 결국 캐이스팅 된 Maddie McCarthy가 매우 독보적이었다.
뉴질랜드에서는 미국, 영국 호주 드라마를 많이 본다. 직접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보다 해외 드라마를 사는 게 더 싸다. 이는 다 이해할 수 있는 영어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질랜드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는 많이 없고, 기회도 그만큼 많지 않은데 Maddie는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어린 나이에 공중파 드라마에 데뷔했다.
촬영 감독을 맡게 된 Stenfan Coetzee는 올해 뉴질랜드 국제 영화제에서 단편영화상 후보에 오른 ‘Love is Real’도 촬영한 촬영감독이고, 동시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카메라 보조로 일하고 있는 친구이다. 지금도 ‘반지의 제왕’ 촬영팀에서 일하고 있다. 전부터 같은 영화에서 다른 부서의 보조로 일하면서 친해지게 됐다.
영화에 관한 반응
‘잃어버린 작별은’ 9월 26일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공개됐다. 현재 페이스북 조회 수는 거의 3만 명이 된다. SNS용 영상으로서는 영화가 너무 길어서 걱정했지만, 많은 사람이 공유해줘서 영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또한 예상하지 못했던 언론의 반응을 통해서도 많은 사람에게 안락사 합법화의 위험성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다양한 곳에서 홍보해 주었는데 Stuff News, Waikato Times, Chinese Herald, Mandarin Times 그리고 본지와 원처치 등 여러 신문사와 매체에서 영화에 대한 기사를 실어 주었다.
‘잃어버린 작별’ 영화 출시 후 감독의 소감
여러 번의 위기 속에서도 하나님이 영화 제작 가운데 함께 하셔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다. 1년 이상 준비하면서 여러 번 위기가 있었는데도 잘 완성하고, 또 많은 사람이 보게 되어서 감사하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안락사 국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걱정이 있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하나님이 허락하신 결과일 거라고 믿고 있다.
이 영화를 만들라는 부르심이 있었다는 것에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모든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드시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 하나님이 영화를 제작하는 모든 과정에서 함께 하시고 있다는 것을 자주 말씀해 주신 것 같다.
최근 설문 조사를 보면 이제는 안락사를 반대하는 사람 숫자와 찬성하는 사람 숫자는 큰 차이가 없고, 아직도 안락사에 대해서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꼭 투표했으면 좋겠다. 어떤 쪽이 더 관심을 두고 작은 귀찮음을 이기고 투표를 더 하는지에 따라서 결과가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