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7

2018년 8월 11일(토) 14일 차 : 뽀블라시옹~깔사디야 33km (누적 398km)
벌써 까미노 시작한 지 2주가 되었다. 오늘 목적지는 깔사디야이다. 33km 정도 되는데 어려운 것은 도착지 전 마을인 까리온에서 깔사디야까지 17km 동안 아무것도 없고 들판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벽 4시 20분에 일어나 준비하여 5시에 출발한다. 독일인 아빠와 아들도 그때 일어나 준비하여 같이 출발한다. 그런데 이들의 걸음은 완전 경보 수준이다. 배낭 메고 따라가다 5k 지나서 그냥 내 걸음으로 간다.

2시간을 가서 첫 번째 마을 빌라까자르에 도착했는데, 이른 아침이라 문 연 카페가 없어 버스정류장에서 잠깐 쉰다. 오늘은 몸이 좀 피곤한 듯 걸음이 가볍지가 않아 몸이 움츠러드는 것을 느낀다. 2주간 쉬지 않고 걸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같이 출발한 사람들보다 하루 반이 빠른 상황이라 마지막 대도시 레온에 가면 진짜 하루를 쉴 생각이다.

까리온에 도착해서 카페를 찾았다. 이제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고 17km를 쉬지 않고 가야 하기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몸을 준비한다.

양말 벗고 발도 말리고 30분을 쉬었다. 시간이 9시 30분이기에 앞으로 넉넉히 4시간이면 갈 수 있다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까리온을 나오면서 어머니와 처음으로 화상통화를 한다. 어머니께서 살 빠졌다 하시며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있다 오라며 단단히 당부하신다. 어머니.. 늘 나만을 생각하시며 해외에서 사는 불효자를 위해 늘 걱정과 사랑을 넘치게 주시는 어머니, 늘 죄송한 마음뿐이다.

걷기 시작하는데 이태리 가족들이 걷는 것을 본다. 할머니, 아빠, 엄마, 아들, 딸이 너무 좋아 보인다. 우리 가족은 꿈도 못 꾸는 모습이다.

까미노 하는 가족

걷다가 가족이 생각나 전화하며 아내, 그리고 서희와 통화하며 걷는다. 힘든 구간이니까 대화하며 걸으니 한결 낫다. 이런저런 통화를 하다가 푸드 트럭을 만나 오렌지주스를 갈아서 마시고 또 통화한다. 이때 서희가 노래해준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힘이 불끈 솟아난다. 통화 후에 걷는데 정말 끝이 없다. 이제는 나와의 싸움이다. 내가 왜 여기에 와서 고생하나, 안식월인데 좀 쉬지, 너무 힘드니까 막 화도 난다. 끝이 보이는 언덕을 넘으면 또 길이다. 4시간을 그렇게 걸었다.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그런데 옆에 펼쳐진 해바라기밭은 지금까지 봤던 것보다 엄청 넓었다. 끝도 안 보이는 해바라기가 정말 장관이었다.

그것도 잠시뿐이고 그냥 주저앉고 싶었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분명 마을이 보여야 하는데 안 보인다. 도착 200m 전에 아래에서 마을이 나타난다. 분지에 있었던 것이다.

깔사디야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숙소도 5유로로 저렴하다. 근데 수영장이 있다. 샤워하고 식당에 가니 마트에서 컵라면을 판다. 물론 스페인산이다. 그래도 먹고 싶어 샀다. 국물도 맵지 않고 좋았다. 국물까지 다 들이부었다. 수영장도 있고, 저녁은 또 순례자메뉴로 스파게티, 함박스테이크, 그리고 수박까지 준다.

맛있게 먹었지만 한식이 그립다. 한식 먹은 지 일주일이다. 내일은 먹을 수 있으려나. 꿈에서라도 한식을 먹자. 오늘도 부엔 까미노~~~

2018년 8월 12일(주일) 15일 차 : 깔사디야~사하군 23km (누적 421km)
오늘의 목적지는 사하군이다. 그다지 길지 않기에 새벽에 좀 늦게 일어나서 6시 30분에 출발한다. 400K를 넘게 걸어왔다. 되돌아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오늘은 주일이다. 출발 전에 기도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사하군은 좀 큰 마을이니까 교회를 찾아봐서 예배는 아니더라도 교회에서 기도하고 싶다. 새벽에 여유를 갖고 시작하니 좋다. 찬양을 들으며 걷는 내내 목소리 높여 같이 찬양했다.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으니 혼자 찬양으로 예배했다.

떼라디요스에 들어가서 카페를 찾아 아침을 여유 있게 해결하며 오랜만에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뉴질랜드는 주일 저녁이다. 서희는 운동을 한다며 윗몸일으키기 하는 것을 보여주고, 아들은 저녁을 먹고,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보내고 있었다. 서희가 늘 웃게 만들어준다. 보고 싶다. 거의 40분을 앉아서 쉬다가 출발한다.

13K만 가면 되니까 심적으로 여유가 있다. 1시간 정도 걸어서 산 니꼴라스에 도착한다. 이제 7K만 가면 사하군이다.

오늘은 걸으면서 차도 옆의 아스팔트 길로 걸었다. 자갈이 많아서 발이 아팠는데 오랜만에 아스팔트를 걸으니 뛰고 싶어서 천천히 조깅을 하기도 했다. 특히 오늘은 주일이라 차는 거의 다니지 않는 거 같다.

열심히 걷는데 사하군 표시판이 보이면서 주가 바뀌어 레온주 라고 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부르고스 주였던 거 같다. 까미노는 6개의 주를 지난다고 한다. 나바라, 라리오하, 부르고스, 레온, 루고, 라코루냐 주이다. 그 중에 4개째 들어선 것이다. 이제 까미노 순례길 절반을 왔다.

오늘 숙소는 신부들 3명이 운영하는 숙소이다. 내가 목사라고 하자 교회가 근처에 있다고 한다. 출발할 때 교회를 찾고 싶었는데 감사했다. 샤워를 하고 오늘은 주일이니까 교회에서 기도라도 하고 싶어서 찾아 나선다. 근처에 성 요한 교회가 있다. 까미노 위에서 성당만 보다가 교회를 보니 새롭다.

박물관이 된 성 요한 교회

들어가 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교회는 아니다. 어쨌든 뒤에 앉아 기도했다. 한동안 기도하고 앞으로 나갔는데 좀 다르다. 요한의 성상도 있고, 기념교회라 그런가 보다.

사람이 있어 물어보니 이 교회에는 예배는 없단다. 그냥 기념교회로써 뒤에 기념품을 판다. 갑자기 서글퍼졌다. 교회가 기념이 되어 버린 것이다. 가톨릭은 활발한데 기독교는 거의 전무한 거 같다. 유럽의 기독교의 한 부분을 본 거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 숙소에서는 신부들과 함께 머무는 순례자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다. 소개하고 왜 까미노를 하는지, 까미노를 통해 무엇을 얻기를 원하는지를 서로 나눈다. 색다른 경험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캐빈과 함께

2인실이기에 늦게 아일랜드의 캐빈이 들어왔다. 노년의 나이에 세계 일주하고 있는 중에 까미노를 하고 있다고 한다. 대단하다. 은퇴 후에 이런 삶을 사는 것이 많은 사람의 로망일 텐데, 나도 가능할까? 저녁은 주방에 쌀이 남은 것이 있어서 냄비 밥을 했다. 이젠 냄비 밥의 달인이 된 듯하다. 가지고 온 마지막 인스턴트 육계장으로 국밥을 먹었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

오늘은 여유와 감사와 기도가 있었던 하루였다. 오늘도 부엔 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