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한 천상병 시인은 그의 시 ‘귀천’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이라 하여 인생을 소풍에 비유를 했다. 백세 시대에 오십 중반의 목사가 나이를 들먹이는 것이 어른들에게는 불경스럽지만 남은 생애를 어떻게 살아야 아름다운 소풍이 될까 고민하는 요즘이다.
그러던 참에 오래전 읽었던 책 ‘예수의 생애’가 기억되어 그분을 배우고 싶었다. ‘예수의 생애’는 ‘엔도 슈사큐’의 73년 작품이다. 한국에는 1983년도에 ‘홍성사’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가지고 있는 책이 30년의 세월을 말해주듯 구릿빛이 나고 있다.
예수의 생애를 성경에 근거하여 13개 장으로 나누고 작가의 관점으로 상상력을 펼치며 그려내고 있다. 또 당시 사회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충실히 반영하면서, 예수의 나사렛 생활부터 십자가 죽음까지 기술하고 있다. 흔히 예수는 인간이라기보다(인간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 신으로(신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에게(그리스도인) 선언되어져 왔다. 그러나 그는 이천 년 전 베들레헴 한 모퉁이에서 태어난 사람이 분명하며, 그 시대의 유대인들과 교류했던 역사적 인간이다(요한복음 8:56-57).
한편 그의 생애에 대한 성경의 기록은 상당히 빈약하다. 특히 예수의 소년기나 청년기의 일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예수의 삶은 어떻게든 텍스트인 성경과 당시의 역사를 통해 접근할 수밖에 없는데 작가가 이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예수의 생애를 기술한 노력이 역력하다.
작가는 책에서 예수는 왜 이 땅에 왔고, 무엇을 가르쳤는가?를 묻는다. 예수는 유대를 로마의 압제에서 해방하고 병든자를 고치고, 가난한 자를 배부르게 하고, 기적과 이적을 베푸는 뭇 사람들의 현재적 필요를 위해 이 땅에 온것이 아니라고 웅변하고 있다. 더욱이 유대인들이 예수를 자기 민족에게 해방과 자유를 가져다 줄 절대자로 생각하는 것은 예수를 한낱 한민족의 메시아로만 국한시키는 옹졸함의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옹졸함을 선민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던 유대인들에게 예수는 그의 생애 첫 일성인 그 유명한 산상보훈을 설교한다.
아마도 구름같이 모인 유대인들은 “마음이 가난한자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라는 설교를 들으면서 자신들이 얼마나 잘못된 메시아관에 사로잡혀 있었는가를 깨달았을 것이다.
산상설교는 그들이 생각했던 해방자가 아닌 무력하기 짝이 없는 나약한 한 인간에 불과했고 옷깃만 스쳐도 병이 낫고, 말 한마디에 죽은자가 살아나는 예수, 그래서 개인과 민족의 소망을 가져다 주는 도깨비 방망이인 예수가 더 이상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예수는 그의 생애를 통해 가르치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떻게 인간이 원수를 사랑할 수 있고, 핍박받는 것을 기뻐할 수 있고, 저주하는 사람들을 축복할 수 있고, 어떻게 내 자신을 모함하는 자를 위해 맞장구가 아닌 기도를 할 수 있을까? 도대체 이 외유내강의 메시지의 독특함은 어디서 왔을까? 엔도 수사큐는 그 비밀을 사랑이라고 단언한다. 그렇다. 예수의 생애는 사랑으로 일관된다. 사랑으로 가난한 자, 억눌린 자에게 다가갔고 사랑으로 약자들과 함께 했다. 그리고 사랑 때문에 십자가에서 죽었다.
작가는 ‘예수의 생애’에서 이 죽음의 의미를 묻고 있다. 예수가 죽음으로서 가르치려고 했던 것이 사랑임을 말한다. 죽음은 사랑을 확증하는 결정체다. 예수가 행한 많은 기적들이 있다. 그러나, 엔도는 사랑만이 세상을 변화시킨 단 하나의 기적이라고 결론지어 사랑이 예수의 생애 전부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이 책은 신학적인 해설이 없다고 불만(?)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철저하게 인간 예수의 생애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기독교와 반대편에 서 있거나 그 언저리에서 맴돌며 머물고 있는 사람이 읽어도 예수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생애’를 ‘살아가는 평생 동안’ 이라고 사전에서 말한다. 남은 생애를 어떻게 살아야 그분에게 갔을 때‘아름다운 세상 소풍 끝내고 오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드릴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가르쳐 주는 책이다. 사랑하며 살기에도 바쁜 인생, 요즘같은 세상에 사랑보다 더 진실하고 눈물나게 하는 힘이 있을까?
책 ‘예수의 생애’는 예수의 생애가 사랑이었음을 그래서 모두가 사랑의 삶을 살아가도록 도전하고 있다.
<엔도 수사큐 지음/김광림 옮김/홍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