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추워지고 있는 한국과 슬슬 더워지고 있는 정반대의 뉴질랜드. 같은 지구이지만 정 다른 계절이라는 게 다시금 신기하게 느껴진다.
이제 어느덧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가는 시기가 되었다. 어느덧 게코들도 정리가 대부분 완료되었으며, 필자도 다시 돌아가 무엇을 할지 계획 중에 있다.
일괄 정리
바쁜 시즌이 한결 나아지고 약 300마리를 축양 중에 있던 와중, 개인 사정으로 인해 급하게 귀국을 예정하게 되었다.
남은 시간은 3주, 내가 보내야 하는 애들은 300마리 정도. 참담했다.‘아이들을 어떻게 다 정리하지?’보다는, 이 아이들과의 뜻하지 않은 이별, 예상치 못하게 헤어지게 되었다.
분양이 왜 문제가 아닌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대부분 한국에서 브리딩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남들이 탐낼만한 개체들만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대에 따라 인기가 있고 없고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필자가 축양 중인 아이들은 고가여도 분양 글 한 번에 모두 다 사라진다.
이제 분양을 약 1주일 동안 했는데, 벌써 50마리가 가고, 50마리가 추가 예약이 되어 있다. 그래도 정이 많이 들었던 아이들은 그나마 좀 더 오래 보고 싶은 마음에 새끼들을 먼저 정리하고, 천천히 빼려 한다. 있는 동안 사진 한 장이라도 더 기억할 수 있는 무언가를 시도했다.
한국에서는 혼자 살았기에 짐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파충류 용품이 더 많을 정도로 파충류를 많이 키웠고, 나 자신에게는 소홀했다. 다행히 튼튼한 몸을 주님께서 주신 덕에 아픈 곳 하나 없이 잘 살았다. 애들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찰칵, 찰칵. 애들을 손에 살포시 올려놓고 사진을 끊임없이 찍었다. 허리가 아파 스트레칭을 하며 시간을 보니 벌써 새벽 4시. 오후 10시부터 6시간 동안 사진만 찍었던 것이다.
핸드폰을 보니 연락이 쌓여있다. 곧 가기에 한 번이라도 더 보자고 하는 고마운 사람들, 마지막 가기 전까지도 질문하고 계속 연락을 주는 사람들.
착잡하고 처음으로 앞길이 어둡다고 느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답답했다. 한국에 와서 내가 파충류 계에서 활약을 할지 누가 알았겠는가? 주님이 뜻하신 곳으로 나는 가야 할 뿐이다.
뉴질랜드로 돌아가면‘어떤 일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가득히 안고 매일매일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