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천천히 일 다 보셔요

“똑똑똑!”
화장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도그덕 도그덕 거리더니 화장실 문이 열립니다.
그런데 빠끔히 열린 문 사이로 얼굴을 내민 건 예쁜 머리띠를 하고 핑크원피스를 곱게 차려입은 천사같은 유치원 꼬마 아이였습니다.

“뭐해?”
“똥눠요”

보아하니 내가 지금 똥누고 있으니까 보채지 말고 좀 기다리라는 표정입니다.

“아, 알았어. 언능 똥누구 나와~아”

참 귀엽기도 하고 깜찍하기도 합니다. 그냥 누던 똥 다 누구 나와도 될 텐데 문까지 열어주며 똥 누고 있음을 알려주다니 참 친절한 꼬마 아가씨입니다.
다시 문을 잠그고는 아무런 기척이 없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나도 나름 용무가 급한지라 문틈 사이로 말을 건넵니다.

“아직 멀었어?”
“아니요. 쪼금만 더 기다리셔요.”
“알았어. 언능 나와아~. 아줌마도 급해~”

딱 한 칸밖에 없는 여자 화장실이기에 딴 데로 갈 수도 없고, 딴 데로 가봤자 옆 칸에 있는 남자 화장실이고, 그렇다고 똥 누고 있는 아이를 끌어 낼 수도 없고……어쩌겠어요. 다리를 꼬고서라도 기다릴 수밖에요.
아이가 내 급한 사정을 뭐 알겠습니까?

꼬마 아이의 기다리라는 말에 꼼짝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나는 요즘 하나님 앞에 보채고 있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지금 하나님과 나와의 상황이 딱! 이런 상황인 거 같았습니다.

“하나님, 아직 멀었나요?”
“아니, 쪼금만 더 기다려.”
“알았어요. 언능 주세요. 저도 급해요”

하나님은 나의 급한 사정을 아시겠지요?

얼마 전에는 나의 모든 상황을 눈 감고 계신 듯한 하나님 앞에 몰멘 소리를 하다가 맥없는 남편에게까지 아침부터 바가지를 마구 긁어댔습니다. 마음이 소용돌이치자 생각은 갈 길을 잃어버린 듯 입에서는 시끄러운 말들만 쏟아져 나옵니다.

하나님에 대한 원망과 사람에 대한 서운함, 남편에 대한 불만과 환경에 대한 불평. 마구마구 용솟음치듯 마음이 갈 길을 잡지 못하겠습니다. 한참을 나 혼자 엎었다 메쳤다 난리를 치다가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남편과 함께 바람이나 쐬자며 나갔습니다.

그날 오후, 집에 돌아 오는 길에 신호에 걸려 서있는 우리 차를 뒤에 오던 차가 냅다 박아버리네요.
그런데 쿵! 소리와 동시에 무지막지한 커다란 손이 내 뒤통수를 냅다 갈기는 듯하여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운전석의 남편은 목덜미를 잡고 있습니다.

나의 심령 상태로는 ‘뭐야 이거! 재수없게시리’ 해야 하는 상황인데 나의 마음에서는 ‘아, 하나님께서 나보고 정신차리라고, 너 지금 뭐하고 있느냐고 냅다 내 뒤통수를 때리셨구나’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내려서 차를 보니 박은 차는 멀쩡한데 박힌 우리 차만 박살이 났습니다. 그래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음에 감사했습니다.
‘차를 신호등 건너에 대고 사고 수습하자’던 사고의 주인공은 신호등 지나 어디론가 도망가 버리고 남편은 열받아 씩씩거립니다.

“여보, 열받지 말고 그 차 찾을 생각 말아요. 이 사고는 나 때문에 일어난 거야. 정신차리라고 차 뒤를 냅다 박으시는 척! 내 뒤통수를 냅다 치신거지. 그 분이…”

한방 얻어 맞고나니 정말 놀랍도록 내 안에 충만해 있던 모든 시끄러웠던 마음과 생각들이 한방에 다 날아 가버렸습니다. 홀가분해졌습니다. 사람과 환경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버리지 않으시고 나를 지켜 보고 계신다는 생각에 정말 미치도록 감사했습니다.

“그래요, 하나님! 계속 일보고 계셔도 돼요. 저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 이 아줌마도 급하긴 하지만 다리를 꼬면서라도 기다릴게요. 천천히 일 다 보셔요. 진심이에요. 하지만, 그래도 급하긴 해유.”

장명애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