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뜻한 대로 되지 않을지라도

낯섦은 사람을 긴장시킨다.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마을에 무작정 들어가, 거리에서 복음을 전하는 일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기도하고 준비한 만큼 또 예상했던 결과 쪽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거나 그려본 대로의 열매가 나오지 않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생각보다 크다. 그러나 그 안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을 것이라 여기며 기대하며 기도할 뿐이다.

함께 동역하는 샘으로부터 새로운 마을 한 곳을 소개받았다. 타우포 쪽으로 가는 곳에 있는 L 마을이다. 이 마을은 다른 곳에 비하여 현대화된 마을이다.

여느 산속의 마을들과는 다르게 집과 상점들이 잘 정비되어 있고 도로도 충분히 닦여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교회는 없는 그런 마을이었다. 마을 상태나 사는 사람들의 수로 보아 충분히 교회가 세워져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동역자 샘은 마을 중심에 있는 커뮤니티 센터 앞 공터에서 소시지를 굽고 교회 음악을 틀어놓으며, 지나 다니는 차량과 사람들을 향하여 길거리 전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복음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적고, 함께 해 주는 사람도 없는 가운데 그는 힘들어 하며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첫 답사를 다녀온 뒤, 대원들은‘충분히 많은 열매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많은 준비를 하였다. 드디어 정한 날, 마을에 들어가 커뮤니티 센터 앞에서 복음 집회를 시작하였다.

무관심
집회를 앞두고 샘은 계속해서 광고도 하고 선전도 하였고 우리 역시도 미리 도착해 길거리에서 광고도 하고 집집을 다니며 초청을 하였지만, 나오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정말로 아무도 없었다. 낭패감이 몰려왔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덩그러니 우리만 있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의 상황이 되어 버렸다.

선교 대원은 믿음의 용기가 있다. 집회 준비를 끝내 놓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기를 하고 있었고 또 다른 대원들은 함께 나눌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지만 우리는 시작 기도를 하고 도로에 지나다니는 차량을 향하여 우리가 복음을 전하였다.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내려서 집회 장소로 오겠지…”그러나 그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무심하게도 그냥 오고 가기만 하였다. 차의 창문을 내리고 불쌍하다는 듯이 보는 사람들, 비웃듯이 그저 웃는 사람들….

몇몇 사람의 박수
“그냥 정리하고 돌아가 내일을 준비하고 이 마을은 다음을 기약해야 하나?”하고 생각할 때쯤, 집회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인가?’하고 나와 보는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먼발치에서나마 흥미롭게 우리를 보고 있었다.

적으나마 마을 사람들이 왔으니 처음부터 다시 내용을 반복하였다. 청중보다 선교 대원의 수가 더 많은 상황이었지만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진행했다.

‘그래서일까?’ 어느 때 보다 집회는 은혜가 있었고 마음에 감동이 일어났다. ‘한 영혼을 향한 주님의 마음, 그리고 교회조차도 없는 이 마을을 바라보시는 주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우리에게 전달되어 다시 저들에게 들어감을 느꼈다.

마치고 나자 그들은 뜨겁게 박수를 쳐 주었다. 준비한 음식을 나눌 때에 한 형제는 “당신들이 멀리에서 와서 이런 귀한 것을 나누어 주는데 사람이 너무 적어 미안하다.”고 하였다. 한 자매는 “너무 오랜만에 들어보는 복음”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 주었다. 한 형제는 어렸을 때 자신의 신앙생활을 회상하며“마을에 교회가 세워지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모든 일정을 은혜 가운데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해 보았다. 충분히 실망스러울 수도 있는 사역이었다. 채 10명도 모이지 않은 작은 선교 집회였다. 많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님은 그 가운데에서도 신실하게 일하셨다.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며 마을의 영혼과 특별히 교회가 세워지기를 기도하며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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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수
아세아 연합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중화민국(대만)에서 중국 선교사로 있다가 지금은 말씀의 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성도들과 함께 로토루아 주변 산 아래의 마을들을 두루다니며 복음 전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