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링턴을 뒤로하고 선원 선교지로 정한 타우랑가 항구가 있는 마운트 마웅가누이로 향하던 날은 뉴질랜드의 전형적인 여름 날씨로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떠 있는 아름다운 1990년 1월이었다.
예수님을 영접하기 전 사업을 할 때 타우랑가 부두에서 알게 되었던 프레드와 룻 부부 집을 임시 숙소로 정하고 운전하며 가던 길은 이스라엘 민족을 구름 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하셨던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그 사랑을 가슴으로 뜨겁게 느꼈던 시간이었다.
몇 년 전 선식과 무역업을 한다고 애만 쓰다가 오클랜드에서 회사 문을 닫고 쌀 한 자루만 싣고 헤이스팅스로 내려갈 땐 나와 아내의 마음 가운데 정말로 큰 좌절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걱정으로 마음이 어두웠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적으론 그때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어도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함으로 하나님께서 현재까지도 지켜주셨고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신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믿음이 있었다.
선원 선교와 더불어 갈릴리한인교회를 설립
프레드와 룻 부부는 사업 관계로 만났지만, 모범적인 침례교회 교인으로 미션사역에도 오랫동안 동역하며 자원봉사자로 섬겼다.
마운트 마웅가누이의 세인트 앤드류 교회 담임목사인 레이 코스타 목사에게 선원선교에 대한 비전을 말하니 많은 관심을 보였고 그 뒤 미션센터의 자원봉사자지원, 그리고 협동 목사의 위치에서 세인트 앤드류 교회 건물을 같이 사용했다. 주일 오후 예배는 소수의 한인들로 별도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몇 개월 뒤 한인을 비롯해 선원과 소수의 다민족이 선원회관 센터에서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선원들 세례식 때 침례를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세인트 앤드류 교회 강단 앞에 설치해놓은 침례 시설도 사용하였다.
그 후에 한인 숫자가 늘어나면서 한인들만 갈릴리 한인교회라는 이름으로 다시 세인트 앤드류 교회 건물을 사용하였으며 1992년 7월에는 뉴질랜드 장로 교단소속 목사로 소속되어서 레이 코스타 목사와 협동 목회를 하였다.
미션센터 건물이 구해지기 전에도 입항하는 배에 방선하여 선원들에게 신앙상담과 전도지를 나누어 주었다.
선원 선교센터 통해 복음 듣고 회심자 나와
하루는 한국 선원이 승선한 배에 방문하였는데 기관장과 2명의 선원이 시간이 있으니 조개 잡으러 갈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다. 그런데 걱정이 되었다. 조개잡이 후에는 집에 데려가 식사라도 같이해야 되는데 집에 찬거리라고는 조개밖에 없어서 걱정하는 아내 때문이었다.
아무튼, 선원들을 데리고 나갔다. 파파모아 바닷가에는 조개가 쫙 깔려 있는 곳이다. 아내가 점심을 하는 동안, 바닷가에 나가 조개 잡기를 시작을 했다. 쌀자루로 세 개를 잡았다.
마침 저조 때라 모래에 발이 빠지지 않도록 다녔지만 금방 잡을 수가 있었다(그때는 피피조개 체취 마릿수 제한이 없었다). 점심에는 조갯국과 조개 젓갈과 조개 이외의 반찬은 없었다.
점심을 먹고 그 선박에 피피조개 세 자루를 조리장에게 주었다. 통신국장이 기름값에 보태서 사용하라고 US$50(당시 환율로 약 NZ$100)을 주고 갔다.
그 통신국장이 기름값으로 헌금한 귀한 밑천으로 전에부터 눈여겨보았던 항구 안에 비어있던 취사 시설이 있는 조그만 사무실 계약을 진행하였다.
그곳을 사용하던 회사가 오클랜드로 이사를 한 장소였으며 앞문은 폐쇄되어 있었지만 오픈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당장 사인을 하게 되었다.
종종 선원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니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아내가 찬거리 비로 달라고 했던 그 US$50이 1주 치 랜트비인 갈릴리미션센터 계약금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 계약 이후에는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하나님께서 주관하고 계신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내가 교만해지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물질적으로 흥해지는 축복은 주시지 않은 것 같다.
고정적 재정 후원이 없기에 주에 100불씩의 렌트비외 최저의 운영경비 충당을 위해 당시 텔레콤의 전화카드 판매를 시작하며 공중전화기를 설치하였다.
한국 선원을 비롯해 필리핀 등의 아시아권 선원, 그리고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선원들 모두 한번 통화하면 온 가족이 돌려가며 안부를 나누고 또 집에 전화기가 없는 집이면 전화기가 있는 집에 대기하고 있다가 통화를 하며 서로의 안부와 반가움과 가족 사랑을 텔레콤 유선 전화로 전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생필품인 비누, 치약 외 초콜릿 등의 자판대를 놓고 자율적으로 돈을 지불하는 어니스트 박스 시스템으로 운영하였다.
한 달에 400불씩의 렌트비를 내야 하는 당일 아침에야 렌트비를 지불한 적이 몇 번 있었지만, 한 번도 날짜를 어긴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이런 힘든 시간마다 주님께 더욱더 기도하며 매어 달릴 수 있었다.
주님의 말씀을 전하고 주님의 사랑을 전해 주었을 때 진정으로 감사하며 기뻐하는 선원들의 모습, 불신자였던 선원이 타우랑가에 정기적으로 입항하는 선박에 승선하면서 미션센터에 오고 하나님에 대한 관심과 믿음이 늘어나는 것을 볼 때 이런 일을 하나님께서 작은 자를 통하여서 하고자 하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