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신세 갚겠다던 음메

제4장 선한 이웃, 송아지 음메, 어린양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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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어둠 저편으로 점점 사라져가는 음메를 바라보며 아벨은 잠시 회상에 젖어 들었다.‘쟤는 덩치만 컸지 무지 겁이 많은 친군데, 지금 얼마나 무서울까?’아벨은 한때 음메가 실종되었던 일을 떠올리며 가슴이 저며옴을 느꼈다.

그날은 아벨, 아사셀이 음메와 친구 사이로 점점 더 가까워져가던 어느 날이었다. 예기치 않게 음메가 실종되어 목장이 발칵 뒤집힌 사건이 발생했다. 게으른 삯꾼 목자 탓이었다. 한낮에 풀밭에다 소들을 풀어둔 채 목자가 낮잠을 자는 사이에, 음메가 풀을 찾아 자리를 옮겨 다니다가 자기도 모르게 무리를 이탈하고 말았던 것이다. 음메는 한참 후에 홀로 떨어졌음을 알아차리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정신없이 이쪽 저쪽을 뛰어다녔는데, 그러다가 보니 무리와 더 멀어져 버리고 말았다.

어느덧 날이 저물어 주위가 어두워지자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아무리 사방을 다녀봐도 도대체 눈에 익은 길이 통 나타나질 않는 것이었다. 깜깜한 밤이 되면서 음메의 무서움증은 더 커져만 갔다. 간간이 우웅~ 하며 밤하늘을 가르는 이리의 울음소리가 귓전을 울릴 때면 당장이라도 사나운 이리떼가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자기를 덮칠 것만 같아 오금이 저렸다. 음메는 사방이 툭 트인 들판보단 차라리 나무가 빼곡한 숲이 더 안전하겠단 생각이 들어 일단 눈 앞에 보이는 숲으로 몸을 숨겼다.

 

이럴 즈음, 목장에선 난리가 났다. 양이나 염소를 잃어버려도 안될 말인데, 값비싼 수송아지를 잃어버렸으니 손해가 막심했다. 라반 주인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솟구쳐 삯꾼 목자를 닥치는 대로 때리며 초주검을 만들어놓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때린다고 음메가 찾아질 리는 만무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아벨과 아사셀은 서로를 쳐다보며 눈을 마주쳤다. 둘은 음메의 행방을 직감했다. 지금까지 온 들판을 뒤져도 못 찾았다면 음메가 지금 있을 곳은 딱 한 군데 밖에 없었다.

“숲이야!”

둘은 동시에 소리쳤다. 밤이 깊어지자 수색이 중단되었고 사람들은 일단 모두 철수했다. 밤 사이에 음메를 찾아서 데리고 와야 한다! 그렇게 마음먹은 아벨, 아사셀은 주위가 조용해지자 살그머니 울타리의 문고리를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한 걸음에 들판을 가로질러 숲 앞에 이르렀다.

“혹시 그 놈이 다시 돌아오진 않았을까?”

아사셀이 안 그래도 떠는 목소리를 더 떨며 말했다. 그 놈이란 일전에 자기를 해치려 했던 악령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벨도 무섭긴 마찬가지였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

“걱정 마. 그 놈이 나타나면 애국가, 시편 23편을 한번 더 부르지 뭐.”

그러나 말만 그랬지, 아벨은 오히려 아사셀 곁에서 행여 떨어질세라 꼭 붙어 숲으로 따라 들어갔다. 때맞춰 울어대는 밤새의 울음소리가 적막을 깨고 있었다. 한걸음 한걸음 걸음을 옮기며 주위를 살피는데, 문득 저쪽 바위 옆에 산처럼 큰 덩치가 우두커니 서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음메닷!”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이 소리치며 달려가니, 음메는 얼굴이 온통 눈물자국으로 범벅이 된 채 겁에 질린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벨! 아사셀!”

둘을 보곤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기뻐 외치는 음메는 순간적으로 온몸에 맥이 탁 풀리면서 풀썩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곤 뭐가 그리 서러운지“음메~ 음메~” 하며 목을 놓아 우는 것이었다.

“음메야, 너도 이젠 염소처럼 목소리를 떨며 우는구나!”

아사셀이 짐짓 짓궂은 농담을 던지자, 음메는 울다가 웃으며 어찌할 바를 모르더니 차츰 마음을 추슬러 입을 열었다.

“너무 무서웠는데……고마워. 너흰 나의 은인이야. 우리 모두 오래 살자. 내가 두고두고 신세갚을께.”

 

음메는 아벨과 아사셀을 따라 목장으로 되돌아왔다. 아사셀이 소 우리의 문고리를 몰래 벗겨 음메가 들어가게 도와주었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라반 주인은 눈을 뜨자마자 다시 수색에 나서려고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근데,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홱 돌려 소 우리를 들여다보니 세상에, 숫자가 맞는 게 아닌가! 잃어버렸다던 수송아지가 우리 안에서 편안한 자세로 꼬리를 흔들거리며 앉아있는 것이었다.

“아니, 저 놈을 잃어버린 게 아니었잖아!”

라반 주인은 삯꾼 목자를 불러 어찌된 일인지 다그쳤고, 영문을 알 리 없는 그가 말을 더듬자 라반은 감히 자기를 능멸했다면서 또 다시 그를 흠씬 두들겨 팼다. 그 모습을 보며 아벨과 아사셀은 웃음을 참지 못해 킥킥거렸는데, 반면 음메는 자기 땜에 괜히 두들겨 맞는 삯꾼 목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큰 눈망울에 안타까움을 가득 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