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샅바

“잇몸이 부어 무지 아프네. 넘 피곤했었나?”

며칠 전부터 잇몸이 붓는 듯 뻐근하더니
급기야 이제는 쑥쑥 쑤시며 입천장까지 아파옵니다.

내 몸에서 자랑할 건 튼튼한 이!
썩은 것이 하나도 없는 오복 중 하나라는 이!
얼음을 오도독 오도독!
오징어를 질겅질겅!
그래도 이상 무!

그랬던 내 튼튼한 이가 윗어금니 잇몸이 부어 오르면서
맥을 못 춥니다.

잇몸에 염증이 생겨 입천장 안쪽까지
쑥쑥 쑤시고 아파오는데 정신이 없습니다.

생전 처음 앓아 보는 잇몸살!
오클랜드 개엄살쟁이라고 별명까지 붙은 내가
그 쑤셔오는 아픔을 참아 내느라
사경(?)을 마구 헤맵니다.

정말 엄살이 아닙니다.
정말 개엄살이 아닙니다.
정말 아픕니다.

침도 제대로 삼킬 수 없어 질질 흘리고
씹을 수가 없어 멀건 죽을 입안으로 흘려 보내며
허기를 면해 봅니다.

이를 흔들어 보니 어금니가 흔들흔들
약을 먹어도 가라 앉지 않는 통증

“병원가면 절대 안돼요, 가면 무조건 이 뽑아요.”
“병원 언능 가셔요. 그냥 놔두면 나중에 문제 생겨요.”

나의 결정은 병원 가는 게 무섭기도 하고
이가 아프면 모를까 잇몸이 부은 건데
좀 쉬고 약 먹으면 곧 괜찮아지겠지 하고
집에서 앓기로 했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여기저기서 가져다 준 약을 이것저것 먹어봐도
통증이 가라 앉기는커녕
입을 다물기 어렵게 잇몸이 부어 올랐습니다.

실컷 앓은 다음 병원 가기엔 너무 억울하고
주사라도 맞으라 할까 더 무섭고…

버텨봅니다.
견뎌봅니다.
참아봅니다.

그러면서 나를 안고 토닥토닥!

“그래, 그 동안 고생했다. 이럴 때 한번 실컷 자고,
실컷 쉬고, 실컷 빈둥거려 보렴. 지가 낫지 않으면 어쩌겠어. 즐기는 거야, 이런 쉼을!
주여! 감사합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쉬게 해주시니…”

그러면서도 하나님의 샅바를 붙잡고 투덜투덜!

“아니요, 주님! 이왕이면 좀 안 아프고 쉬게 해주시지
꼭 이렇게 아파서 쉬게 하는 게 재미있으신가요?
아님, 내가 쉬는 게 배아프신건가요?
잘 먹고, 잘 자고, 편하게 좀 쉬게 하면
어디 덧나시나요? 그렇게 못 들은 척, 못 본 척
하지 마시고 좀 봐주시고 좀 들어 주세요.
맨날 나보고 기도하라고만 하지 마시고
기도도 좀 들어 주시고,
맨날 나보고 베풀라고만 하지 마시고
제게도 좀 베풀어 줘 보셔요, 네?”

일주일을 꼬박 빈둥(?)거리는 사이
딱딱하게 부어 오른 잇몸, 입천장이
좀 노골노골해지더니 통증도 가라 앉습니다.

하나님과의 씨름도 서서히 막을 내립니다.
늘 하나님께 완패 당하는 나지만,
때로는 하나님 샅바를 붙잡고 잘 덤비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완전 완패 당했죠, 투덜투덜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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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