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딜 가나 이방인

현재 한인 재외동포 숫자는 약 750만 명에 달한다. 뉴질랜드에 사는 사람들 또한 한인 재외동포, 또는 한인 디아스포라이다. 이곳에서 우린 우리 자신을 ‘코위’, ‘코리안 키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디아스포라는 흩어진 민족을 뜻하는데 자신의 본국을 떠나 흩어진 사람들을 말한다. 디아스포라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이 있고, 눈물이 있고, 정체성 혼란이 있다.

뉴질랜드에서 어렸을 때부터 자란 나 또한 정체성의 혼란과 여러 고민들을 거쳤다.

언어가 되고, 뉴질랜드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지내면서도 그들과는 완벽하게 섞이거나 어울리지 못하는 벽이 있다는 것을 늘 느낀다. 한국을 방문할 때에도 나는 완전한‘한국인’이 아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년 9월,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났다. 중국에 있는 한민족 역사를 알아가는 여행을 하면서 조선족을 만났다. 조선족들과 조선족 투어 가이드와 몇 날 며칠을 함께하며 서로 위로 받고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재중동포, 또 다른 말로는 조선족은 약 250만 명이 된다. 그들은 한민족 혈통을 가진 중국 국적의 사람들이다. 한국인들은 ‘조선족’이라고 그들을 부른다.

왜 ‘재일동포’또는 ‘재미동포’와 같이 그들을 ‘재중동포’라고 부르지 않을까? ‘조선족’이라는 단어에서부터 오는 차별이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조선족 가이드와 대화를 시작한 후 그분이 내게 말했다. “해외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지 서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더 말이 잘 통한다.” 맞는 말이었다.

각자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한국인’으로서 살면서 겪었던 정체성의 혼란과, 한국을 방문할 때 느끼는 이방인으로서의 느낌 등 여러 가지로 공감되는 고민들이 많았다.

조선족들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한국인들이 가지는 그들을 향한 시선이라고 했다. 물론 실제 일어났던 일들도 있지만, 영화나 미디어에서 비추는 조선족들의 이미지가 그들에게 고스란히 부정적인 시각들로 전달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 마음속엔 늘 한국이라는 나라가 자리 잡고 있었고, 그들은 자신의 뿌리를 한민족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과 북한의 관계, 한반도 평화에 그들의 사명을 두고 있었다. 이 부분에서 그들의 역할이 참 크고 중요하며, 귀하다는 생각이 여행 내내 들었다.

뉴질랜드 안에 있는 청년들과 청소년들, 또한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면서 한 번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나는 뉴질랜드 사람인지, 한국 사람인지, 아니면 그 외에 다른 제3의 존재인지 때론 답을 내리기가 힘든 이 질문을 하게 된다.

중국에 사는 조선족들도 자신은 중국인도 아니요, 한국인도 아닌 그 중간 또는 그걸 뛰어넘은 정체성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

이미 재중동포 3-4세는 기본인 그곳에서, 그들은 나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자신들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여행 가이드를 해준 분은 자신은 중국인이지만 한국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뿌리인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역사를 배우는 투어를 진행하는 걸 보면 그만큼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많은 공부를 했고,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다.

크리스천 재중동포들을 만났었기에, 이와 관련되어 그들이 해준 나눔은 많은 공감이 되고 도전이 되었다.

그들은 디아스포라로서 하나님이 자신들에게 주시는 역할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한민족에 대한 마음을 품으며 할 수 있는 일들, 또한 해야 되는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민족이 정말 하나 되는 모습을 위한 발걸음을 각자가 가진 달란트로 내딛고 있었다.

그들은 북한과 가까운 나라 중국에서, 중국인들에게 열린 길들을 통해, 언어가 통하는 장점을 가지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며 나아가고 있었다.

오해들도 있고 어려움도 있지만,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살지만 한국의 뿌리를 둔 코위들, 또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다. 우린 뉴질랜드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붕 뜬 사람들이 아니라, 뉴질랜드인이면서 한국에 뿌리를 두고 한국과 뉴질랜드의 문화와 언어를 습득한 특수한 사람들이다.

우리의 이러한 정체성을 돌아보며 하나님이 우리를 이곳에 보내신 이유를 한 번쯤은 물어보며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위해 나아가야 되지 않을까.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이 곳의 디아스포라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사명은 무엇일까?

성경 안에서도 디아스포라의 역할이 컸는데, 하나님이 꿈꾸시는 주의 나라에 우리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 주의 나라가 이 땅 가운데 펼쳐지는 것에 있어서 우리만이 할 수 있고, 해야 되는 역할은 무엇일까?

중국의 조선족들, 러시아의 고려인들, 뉴질랜드의 코위들. 우리는 어딜 가나 이방인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해야 될 다리 역할들과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이 더 많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이방인이기에 어디에서나 완벽하게 정착할 수 없는 어떤 슬픔과 한계가 있지만, 거기서부터 오는 나그네로서의 정체성이 우리만이 걸을 수 있는 특유한 발걸음들로 이어질 수 있는 것 같다.

그 삶의 모습이 다민족과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는 현 세대에서 누군가에게 위로와 도전이 되지 않을까. 내가 조선족, 아니 재중동포 가이드로부터 받았던 위로와 공감과 도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