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열이 뜨거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그 때는 낙오되지 않고 살아남는 것을 사명처럼 여기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우리 아이들도 또한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
우리들은 24시간 자녀들을 생각하며 살아간다. 모든 삶이 자녀들 중심으로 짜여지고 자녀들의 밝은 미래를 꿈꾸며 어른들이 희생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세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육 밖에는 답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있다가 아이들에게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의 커뮤니티를 접하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는데 특히 뉴질랜드에서 Breakfast Club을 운영하면서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매일 전체 학급의 결석율이 20%라는 사실이다.
물론 모든 학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학교들이 현재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고, 하루하루의 삶에 의미가 없다면 학교에 가서 앉아 있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어제 저녁도 못 먹었고, 오늘 아침도 못먹었고, 가방에 도시락도 없는 그런 상황에서 공부하고 싶어서 책상에 앉아 있을 아이들이 없다고 교장선생님이 설명해 주었다.
이 이야기를 들을 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힘들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학교로 돌릴 수 있는 길은 학교에서 먹거리를 제공하고 품는 것인데 현재 상황에서는 학교가 그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학교에서는 공짜로 아침을 제공하지 않고 약간의 돈을 받아 아이들의 자존심을 세워 주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17-20%의 결석율이 유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교장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안타까워서 외부에서 도와줄 수 있다면 그 어떤 프로그램이라도 실행하여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설명해 주셨다.
그래서 뉴질랜드 기아대책이 아침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인 Breakfast Club을 운영한다고 소개하고 2011년 9월부터 아이들에게 아침을 제공해 주기 시작한 것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힘들어 하고, 도둑질 하고, 패거리로 싸우기도 하고… 이 아이들에게 삶이란 전쟁터와 같은 곳일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하는 전쟁터와 같은 치열한 곳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이다.
몇 끼니 굶고, 가방에 도시락도 없는 그런 상황 가운데서 미래의 운명을 바꿔보겠다고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겠다는 아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 사역을 시작한 것이 만 5년이 넘었다. 많은 아이들이 와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서 허기진 배를 달래곤 했다. 특별히 감사한 것은 결석율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보통 아침 7시30분 경에 학교에 도착한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그 시간에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이 30여 명 정도 된다는 것이다.
다른 동네의 아이들은 아직도 잠자리에 있을 수 있는 시간임에도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 일찍 와 놀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서 많은 아이들이 기다리고, 준비하는 것을 도와주고, 행복해 하는 모습으로 친구들과 함께 아침을 먹고 교실로 향하는 그들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교장 선생님이 관심을 가지고 와서 함께 기도해 주고 봉사자들을 격려하면서 매주 금요일 아침을 축제의 장으로 바꿔 놓았다. 이들의 여러가지 삶의 모습들을 보면 이 아이들을 도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결식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가정에서 해결해야만 한다.
삶의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굶고 등교하는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아이들을 보면 반드시 그들을 먹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는 옳고 그름을 따져가면서 사랑을 나누어야 할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를 덧입고 오늘 여기까지 온 것을 인정한다면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해 주신 그 사랑을 우리도 아무 이유도 조건도 따지지 말고 마땅히 받아야 할 자들에게 그 사랑을 나누는 것이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조그만 사랑의 실천으로 결석율이 한 자리 숫자로 줄어들었다는 것은 사랑이 통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삶의 의미도 이유도 없어서 방황하던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왔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모른다.
방황하던 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관심거리가 생긴 것이다. 동양인들이 매주 금요일마다 아침을 제공하는 그 일이 참으로 궁금한 것이다. 왜 아침을 제공하는 것일까? 그것도 공짜로, 원하는대로..
처음부터 선뜻 다가오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도 우리의 마음을 알고 서서히 우리와 하나가 되어갔다. 우리도 그들을 사랑으로 보듬으면서 이제는 금요일이 서로가 기다리는 그런 요일이 되고 말았다.
많은 아이들이 아침을 먹는다. 이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와서 아침을 먹으면서 그들의 미래를 키워가는 그런 시간이 되길 바란다. 생명의 양식을 먹으면서 그들이 하나님을 조금씩 더 알아가길 원한다.
학교의 결석율이 줄어들고 교회의 출석율이 높아지길 원한다. 주님의 사랑을 느끼면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커가는 은혜가 있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