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2월에 대학교들마다 졸업식을 갖습니다. 어느 인터넷 신문을 보다가 대학교 졸업식에 관련된 안타까운 기사를 읽었습니다.
졸업식 전에 학위복을 빌려서 혼자서 사진만 찍고 실제로 졸업식에는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졸업생 중 10% 정도가 미리 학위복을 빌려갔다가 졸업식 전에 반납을 한다고 했습니다.
축하해 주는 가족이나 친구 없이 혼자서 학위복과 학사모를 쓰고 교정 이곳 저곳에서 기념을 사진을 찍는 것으로 졸업식을 대신하는 것입니다. 물론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기 때문에 졸업장도 받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취업을 하지 못했다는데 있습니다. 한 졸업생은 취업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졸업을 하게 되니까 부모님이나 친구들을 볼 면목도 없고, 졸업식에 가면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이 주인공처럼 대접을 받기 때문에 자신과 같은 취업 준비생은 찬밥 신세라고 심정을 고백했습니다.
2016년 한국에서 15세부터 29세 사이의 청년들의 실업률이 9.8%로 였습니다. 청년 10명 중 1명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2017년 1월 통계를 보면 실업률이 12.5%로 증가했습니다. 그 통계에 따르면 지난 달 청년 실업자 수는 56만명이나 됩니다. 물론 계절적 요인이 작용해 실업률이 증가한 것이기는 합니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2년간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OECD 국가들 중에서 핀란드, 노르웨이, 터키, 네덜란드에 이어 5위였습니다. 실업자수 증가폭은 터키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 산하 서울노동권익센터가 발표한 2015년 통계를 보면 실질적인 청년 실업률은 31.8%라고 해서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졸업식이나 학위 수여식을 영어로 ‘commencement’라고도 합니다. 실제 그 의미는 ‘시작’입니다. 학교를 졸업하는 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뜻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졸업식은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하지 못한 자신을 대면해야 하는 힘든 순간일 것입니다.
학비를 융자 받았기에 졸업을 하면서 이미 빚을 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청년들이 취업 조차 할 수 없다면 그것처럼 암담한 현실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한국 사회에서는 열심히 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구조적으로 경험하는 청년들이 “희망을 가져라” “큰 꿈을 꾸어라” “포기하지 말아라”는 식의 전형적인 졸업식 축사를 감동에 겨워 들어야할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뉴질랜드 교민 사회라고 해서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청년들이 힘들어 합니다. 그들이 아파합니다. 꿈을 꾸지 못합니다. 희망을 품지 못합니다. 그런 현실을 무력하게 지켜볼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감히 상상해 봅니다.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긍휼의 마음은 제 아픔 보다 백만 배 아니 천만 배 더하실 것이라고 말입니다.
멀리서 동이 터오는 이슬 내린 새벽과 같은 청년들이 당당하게 꿈을 꾸고, 마음껏 미래를 계획하고, 주저없이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그들이 하나님의 꿈이고, 미래이고,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요?
교회에서만이 아니라 교민 사회가 다함께 우리 청년들을 더 깊고 그리고 더 넓게 품었으면 합니다. 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그들을 더 많이 세워주고, 더 많이 아끼고, 더 많이 사랑해 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