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집중력을 도둑맞았다
단순히 집중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강탈당한 것이다. ‘집중력을 잃어버렸다’는 표현은 주체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이 집중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집중력을 도둑맞았다’는 표현은 차원이 다르다. 누군가가 나의 집중력을 빼앗아 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피해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집중력을 도둑맞은 현실
요한 하리가 저술한 『도둑맞은 집중력』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의 집중력은 65초이고 성인의 집중력은 3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말 충격적인 일이다. 세계 최고의 아동 주의력 문제 전문가 중 한 명인 조엘 닉 교수는 집중력 문제의 증가를 비만율의 증가에 비유하는 방식이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만은 의학적 유행병이 아닙니다. 사회적 유행병이죠.” 이 책에서 사람의 집중력 저하의 문제는 비만과 같이 사회 시스템이 만든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회 시스템이 집중력을 빼앗은 사례들
멀티태스킹을 강조하는 사회
우리 뇌는 동시에 한두 개의 생각밖에 하지 못하는데 사람들이 실제로 동시에 세 가지, 다섯 가지, 열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멀티태스킹은 작업 전환이 필요하다. 전환에는 시간을 필요로 하고 뇌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러면 더 느리고, 실수가 잦고, 덜 창의적이며, 자신이 하는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연구 조사에 의하면, 마약을 하면 아이큐가 5점 떨어진 데 반해, 멀티태스킹을 하면 아이큐가 10점 하락한다. 일을 제대로 처리하고 싶다면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방법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잠들지 못하는 사회
사람들이 잠들지 않고 깨어 있을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바로 집중력이다. 수면 중에 우리의 뇌가 낮 동안 쌓인 찌꺼기를 청소한다. 수면 중에 발생하는 또 다른 변화는 에너지가 다시 차올라 회복된다. 집중력 개선을 위해 잠을 더 자면 된다.
우리를 추적하고 조종하는 테크기업들
구글의 직원은 언제나 최대한 많은 사람을 ‘참여’시키는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참여는 더 많은 수익을, 이탈은 더 적은 수익을 의미한다. 참여도가 높다는 말은 곧 집중력을 더 많이 빨아들이고 사람들을 더 많이 방해한다는 뜻이다. 이 기업들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더 오래 들여다볼수록 더 많은 돈을 벌었다. 그게 전부였다. 집중력 파괴는 그들의 사업 모델이다. 무한 스크롤은 트위터 같은 웹사이트에서 시간을 50퍼센트 더 많이 보내게 만든다. 결국 사람들은 여기에 빠져 더욱 심각한 중독 상태에 빠질 것이다.
감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알고리즘에 대해 너무 모른다
알고리즘은 때에 따라 다르지만 일관된 핵심 원칙이 하나 있다. 소셜미디어는 우리가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게 만들 정보를 보여준다. 알고리즘은 집중을 방해하도록 설계된다. 우리가 핸드폰을 내려놓으려 할 때마다 웹 사이트들은 우리의 과거 행동을 통해 학습한 내용들을 조금씩 내놓으며 우리가 계속 스크롤을 내리게 만든다. 소셜미디어는 정확히 어느 지점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지 안다. 우리가 가장 산만해지는 지점을 학습해 그곳을 겨냥한다.
스트레스와 만성적인 각성 상태가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사람들이 꼽은 집중력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핸드폰이 아니었다. 응답자의 48%가 지목한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두 번째 이유는 출산이나 노화와 같은 생활변화로 이 역시 48%의 지목을 받았다. 세 번째는 43%가 선택한 수면의 어려움 및 수면 방해였다. 핸드폰은 37%의 선택을 받아 4위에 올랐다.
집중력 저하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우리의 집중력을 되찾으려면 물론 개인적 해결책을 취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대다수가 이 곤경에서 빠져나올 수 없음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고 있는 세계에 함께 맞서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도둑맞은 집중력’이 신앙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필자인 나도 ‘유튜브에서 영상 하나만 보고 나와야지’ 했지만 나도 모르게 영상을 많이 보고 후회했던 적인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마음먹고 절제한다고 해서 나의 집중력을 유지하기란 너무나도 힘들었었다.
피곤하고 지친 몸과 마음은 경건생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집중력을 도둑맞으면, 그 어떤 것에도 사용할 만한 여력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경건의 힘이 약화되거나 산만한 경건생활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스도인이란 세상에 살지만 세상 사람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경건의 힘’으로 하루를 살아간다는 점이다. 성경은 말씀한다. “망령되고 허탄한 신화를 버리고 경건에 이르도록 네 자신을 연단하라”(딤전 4:7)
여기서 ‘자신을 연단하라’는 것은 그냥 형식적인 연습을 의미하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 하는 훈련을 뜻한다. 마치 검투사가 상대방과 싸워 생명을 다투는데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준비하는 훈련을 의미한다.
산만함으로 가득 찬 삶은 훼손된 삶이다. 집중력의 분열이 개인뿐만 아니라 교회의 위기를 불러온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집중력이 도둑맞고 있다는 현실을 이해한다면 그것을 바꾸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집중력을 도둑맞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 문제에 실질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노력을 해야겠지만 믿는 사람들이 함께 하나로 뭉쳐 해결해야 한다. 초대교회가 모이면 함께 기도하고 은혜를 나누었던 것처럼 경건에 몰입하는 것에 함께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에게 집중력이 필요하다. 경건의 몰입이 능력이 되는 세상을 살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