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묵은 김장 김치

“이 이름 맞아요? 그럼 여기에 사인 please!”

아침 일찍 덜덜거리는 차 소리가 요란하더니
택배 상자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도착했나 봅니다.

며칠 전, 십여 년 전에 이곳에 영어 공부하러 왔던
교회 청년이 세월 지나 대학교수가 되어
이곳 대학에 교환 교수로 오게 됐다며
기쁜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정착에 대해 이것저것을 한참 묻던 젊은 교수가
조심스레 말을 합니다.

“그런데요…저희가 가기 전에
꼭 보내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니, 곧 온다면서 뭘 보내시려구?”

보통들 뭐 보내준다고 하면
신간 책이나 고추가루, 건어물 등
여기서 먹기 귀한 것들을 보내주는데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합니다.

“2년 묵은 김장 김치요…”
“엉? 2년 묵은 김장 김치?”
“거기서는 묵은 김장 김치 못드시잖아요?
정말 맛있는 2년 묵은 김장 김치가 있거든요.”

그래도 그렇지, 김장 김치를 여기까지 보낸다니…

택배비가 비싸다느니,
정 그러면 올 때 좀 가져 와도 된다느니…
옥신각신했는데 오늘 이른 아침
그 김장 김치가 정말 도착한 겁니다.

묵직한 상자를 받아 드니
풀기도 전에
꼬리꼬리한 묵은 김장 김치 냄새가
폴폴 나는 듯 합니다.

아니, 그들의 사랑과 정성의 따뜻한 온기가
김치냄새와 더불어 전해오는 듯 합니다.

이것저것 받아 보았어도
2년 묵은 김장 김치는 처음입니다.
풀기도 전에 군침이 돌며 한국의 맛 김장 김치!
그것도 2년이나 된 묵은 제대로 된 김장 김치!

상자를 열어 보니 예쁜 딤채통에
혹시나 터질까 겹겹이 싼 두 덩이의 김치봉투가
빵빵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김치통 흔들리지 말라고 빈 공간에 정성스레
꼭꼭 끼워 넣은 미역, 수건, 노트, 볼펜…
그들의 정성과 사랑에 가슴 뭉클 합니다.

드디어 개봉박두!

빵빵하게 공기 찬 김치봉투를 연 순간!
꿈에도 그리던 한국의 김장 김치!
잘 삭은 오랜 된 김장 김치의 꼬리꼬리한 그 냄새!
조국의 맛, 내 나라의 맛이
입안 가득 넘쳐 납니다.

하얀 고슬고슬한 밥을 지어
그 위에 이 김치를 척 얹어 밥을 싸먹고 싶다는
남편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밥솥은 이미 취사로 가 있습니다.

한 달도 아니요, 두 달도 아니요,
일년도 아닌 2년된 밥도둑 김장 김치는
이렇듯 우리에게 넉넉한 기쁨이 되었습니다.

한 덩이는 신문 마감할 때!
한 덩이는 교회 식구들과 함께!

먹는 이마다 감탄과 탄성을 울리며
묵은 김치국물까지 한 방울도 남김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잘 먹었습니다.

새해에는 푸욱 곰삭은
맛있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으로 살고 싶습니다.

익다만 그러한 그리스도인이 아닌
푸욱 곰삭아 그리스도의 향기를 폴폴 날리는,
모든 이들에게 넉넉한 기쁨이 되는
그러한 그리스도인의 삶,
나는 죽고 그리스도만 사는 그런 삶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