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말씀 속에서 만난 소망의 하나님

김명권목사<타우랑가한인교회>

사람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소망입니다. 소망이 있으면 기쁨이 생기고 살아갈 의미가 생깁니다. 비록 오늘의 삶이 힘들다 할지라도 소망을 바라보며 견뎌낼 힘을 얻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소망을 바라 보며 오늘 하루 하루의 삶을 살아갑니다.

소망이 이끄는 삶
우리의 삶을 이끌어 가는 소망, 그러나 그 소망에는 기쁨도 있지만 사실 두려움도 함께 존재합니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소망이 완전하지 않거나, 아니면 그 소망을 꿈꾸는 우리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망을 바라 볼 때 기쁨이 생기지만, 그 소망을 과연 이룰 수 있을까를 생각할 때 두려움이 찾아 옵니다. 우리가 꿈꾸는 소망의 한계입니다.

로마서는 저에게 아주 특별한 책입니다. 우리가 가진 소망의 한계를 넘어서는 완전한 소망, 하나님 안에 담긴 소망을 전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 소망은 모든 기쁨과 평강으로 충만하게 하는 것임을 로마서는 이렇게 알려 줍니다.

“소망의 하나님이 모든 기쁨과 평강을 믿음 안에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사 성령의 능력으로 소망이 넘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로마서 15:13).

소망과 절망이 함께 하는 삶
저의 삶을 뒤 돌아보면 소망과 절망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졌음을 알게 됩니다. 대학교 2학년 무렵 죽음 앞까지 가야 했던 건강 상의 어려움이 감당하기 어려운 절망으로 찾아 왔습니다.

죽음을 앞에 두니 저에게 소망이었던 모든 것이 아무 것도 아님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즐기던 취미도, 함께 했던 친구도, 심지어 저를 위하여 모든 것을 내어 놓았던 가족도 저에게 생명의 소망을 제공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처절한 절망이 저를 완전한 소망으로 인도하였습니다.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 분의 치료하심을 경험하며 하나님이 저의 인생에 진정한 소망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저의 소망이 되니, 예전에 가졌던 소망이 사라지고 새로운 소망이 생겼습니다. 생명의 근원되시는 예수님을 전하는 소망이었고, 그 결과로 저는 이스라엘 선교에 헌신하게 되었습니다.

1992년, 평신도 이스라엘 선교사로 출국하였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다시 귀국을 하게 되었습니다. 꿈꾸던 소망이 꺾기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도리어 신학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교회 사역을 감당하면서 새로운 사역을 위하여 기도할 때마다 이스라엘 선교는 포기되지 않는 소망이었고 그래서 두 번째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출국 하기로 계획되었던 1998년 1월, IMF 사태가 한국을 강타하였고 선교사들이 철수하는 시점에 신임 선교사가 출국하는 일은 불가능하였습니다.

소망하던 것을 두 번째로 포기해야 하는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다시 교회 사역을 시작하였고, 첫 번째 시도 후 10년이 지난 2002년, 세 번째 도전 끝에 드디어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4년 간의 사역은 기쁨인 동시에 도전의 시간이었습니다. 학생 비자 외에는 거의 장기 비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제가 사역하는 팀은 사역을 위하여 장기적인 학생 비자를 허락해 주지 않았습니다.

매 3개월 마다 외국으로 출국했다 돌아오는 과정이 이어졌는데, 한편으로 쉼이 되기도 했지만 매번 공항에서의 철저한 신분 검사와 매 번 지불해야 하는 여행경비는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결국 4년 간의 사역을 끝으로 더 이상 비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그렇게 소망하던 이스라엘 선교를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하나님의 특별한 인도하심이 없다면,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왕복 항공티켓을 구입해 가족 모두 한국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한국 체류기간 동안, 하나님으로부터 특별한 인도하심은 없고 비자 없이 이스라엘로 돌아갈 시간은 다가오기에 아주 간절한 기도의 시간이었습니다.

출국을 한 달 정도 앞둔 무렵, 생각지 못한 이스라엘과 레바논과의 전쟁이 발발해 출국하는 것을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때 하나님은 저에게 아주 특별한 만남을 준비해주셨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선교사 훈련 사역을 하시는 분을 만나게 되고 같이 사역을 해 보자는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의 선교 훈련사역은 새로운 소망이 되었고 참으로 기쁨의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두 비전, 선교와 사람을 세우는 일을 함께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약 5년 정도의 사역을 마칠 무렵,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결국 선교사 훈련학교가 문을 닫게 되어 기도 끝에 지금 사역하고 있는 타우랑가한인교회에 목회자로 오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안에 담긴 소망
소망으로 시작된 일들이 실패처럼 끝나는 것 같을 때, 하나님은 로마서 11:11-12절 말씀으로 저의 삶을 새롭게 이해하게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말하노니 그들이 넘어지기까지 실족하였느냐 그럴 수 없느니라 그들이 넘어짐으로 구원이 이방인에게 이르러 이스라엘로 시기나게 함이니라. 그들의 넘어짐이 세상의 풍성함이 되며, 그들의 실패가 이방인의 풍성함이 되거든 하물며 그들의 충만함이리요.”

성경에 기록된 이스라엘의 역사는 사실 실패한 역사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이렇게 담대하게 선포합니다.
“그들의 넘어짐이 세상의 풍성함을 만들었으며, 그들의 실패가 이방인의 충만함을 가져왔다.”

인간에게 넘어짐과 실패는 좌절과 절망으로 이어지지만, 하나님은 인간의 넘어짐과 실패 조차도 세상의 풍성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임을 선포한 것입니다. 마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이 도리어 부활을 가져온 것처럼 말입니다.

바울은 이 말씀을 통해 실패 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역사 속에 드러난 하나님의 능력과 그 분의 크심을 선언한 것입니다. 이 말씀을 통해 그 분 안에 담긴 저의 인생이 결코 실패가 실패로만 끝나지 않음을, 도리어 하나님은 그것을 담아서도 풍성함을 만들어 내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선교사로, 목회자로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가지고 소망 가운데 사역을 감당해 왔지만, 여전히 실패하고 넘어지는 나 자신을 힘겨워 했던 시간들이 이 말씀을 깨닫는 순간, 나에게 주어진 모든 삶이 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 하나님이 담아낸 풍성함 속에 담겨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만이 저에게 진정한 소망임을 깨닫게 되었고, 이제는 저의 실패와 넘어짐 조차도 풍성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능력을 의지하며 저에게 주어진 사역을 오늘도 담대하게 감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