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사역과 안락사

뉴질랜드의 어두운 그늘
OECD(경제협력 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청소년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이며,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의 2배를 넘는 나라이다. 심리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높은 자살의 원인을 우울증으로 분석한다. 뉴질랜드 전체 인구 중에 16.7%인 64만여 명이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진단한다.

이것은 10년 전에 비해 6.3% 증가한 것으로, 우울증을 겪는 뉴질랜드 국민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많은 경우에 우울증은 불안장애를 동반한다. 불안장애는 미래에 대한 불안, 걱정이 과도하게 높아져서, 일상생활에 장애를 초래하거나 지나친 영향을 미치는 경우이다. 다양한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고, 적어도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말기 환자들은 임박한 죽음에 따른 불안이 우울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죽음의 두려움과 남겨질 가족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우울한 감정을 겪게 한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이러한 말기 환자의 고통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노력한다.

말기 환자와 그의 가족들이 서로 사랑을 나누고, 삶의 마지막 순간을 잘 정리하며, 의미 있는 삶과 품위 있는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호스피스이다. 그렇기 때문에 호스피스 완화치료에서는 적극적 안락사이든 소극적 안락사이든 모두 반대한다.

뉴질랜드 총선을 맞이하며
10월 17일에 뉴질랜드 총선이 실시된다. 이번 선거에서 ‘생명 종식 선택 법(안락사법)’이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안락사’는 회생 불가능한 인간 생명을 합리주의적 판단에 따라서 인위적으로 단축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안락사(Euthanasia)라는 단어의 기원은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 그 본래적 의미는 ‘좋은 죽음’ 또는 ‘고통 없이 잘 죽는 것’이다.

물리적 또는 화학적 방법으로 직접 죽음을 초래하게 하는 것은 ‘적극적 안락사’, 말기 환자에 대한 통상적인 일반 의료 행위를 중단함으로써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을 ‘소극적 안락사’라고 한다. 뉴질랜드는 현재 심폐소생술과 같은 연명 치료, 의료행위를 거부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어 있다. 이미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투표에 부쳐지는 ‘생명 종식 선택 법(End of Life Choice Act 2019)’은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 있는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사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할 수 있게 하는 법이다. ‘조력 사망’이 가능하게 된다. ‘조력 사망’이란 고통을 끝내기 위해 의사 또는 간호사가 환자에게 약을 투여하여 사망하게 하는 것, 또는 환자 본인이 고통을 덜기 위해 직접 약을 복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투표 결과 찬성이 50% 이상이면 안락사법이 발효된다. 국민투표의 결과는 구속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은, 18세가 넘어야 하고,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이어야 한다. 또한 6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미 ‘안락사’가 합법화된 나라들의 결과를 보면, 그 결과가 시한부 말기 환자에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아니라 ‘스스로 죽어야 하는 의무’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나라는 네덜란드이다. 2016년 통계, 네덜란드 전체 사망의 4.1% 가 안락사와 조력자살에 의한 사망이었다. 환자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돌봐주어야 하는 요양기관에서조차 소극적 안락사와 적극적 안락사, 의사 조력자살이 병행되고 있다. 환자의 고통 완화 및 제거를 위해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한다는 명목에서 시행되고 있다. 안락사법이 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치매를 앓던 70대 여성은 본인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게 강제로 붙들려 의사에 의해 안락사 되었다. 안락사 신고는 법적으로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적어도 23%의 안락사가 신고도 되지 않고 있다.

또한 육체적인 질환이 없고, 정신 질환만으로도 안락사를 당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자의 안락사 허락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락사 법안이 시행되면 가장 크게 일어날 변화는 사람의 생명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말기 환자들을 간병하는 것도 경시될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살아있어야 할 마땅한 이유를 설득해야 하는 세상으로 바뀌는 것이다.

안락사가 허용되면, 신체적인 약자, 정신질환자, 말기 환자들이 다른 사람에게 재정적, 심리적 부담, 간병의 짐이 될까 두려워 안락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직접 또는 간접적인 압력을 받게 된다. 이 법이 통과되면, 안락사가 자신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압력이나 다름없는 환경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안락사를 마음으로 지지하더라도 법안이 통과되게 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안락사법은 너무도 많은 허점을 갖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사회적 약자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안락사법은 장애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안락사가 허용되면, 안락사 신청 자격이 되는 사람은 자신이 살아야 할 마땅한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현재는 아픈 환자들, 장애인, 노인들을 자연사할 때까지 돌보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지만,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되면 현재의 보편적인 인식은 사라지게 된다. 즉 이들은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굳이 살겠다고 선택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다.

이 법이 통과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뉴질랜드는 호스피스 완화치료 기관을 통해서 환자와 가족, 의료진과의 신뢰 관계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이다. 뉴질랜드의 의사 1,600명은 안락사 합법화에 반대하고 있다. 의사들은 안락사가 아닌, 고통받는 말기 환자들의 고통을 효과적으로 완화시키면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는 호스피스 완화치료를 통한 죽음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호스피스와 통증완화 치료
통증완화치료는 말기 환자들에게 고통을 부드럽게 하는 모든 처치법을 말한다. 적절한 통증완화 치료가 이루어지면 안락사는 불필요한 것이다. 안락사법이 없이도 현재의 법으로 환자가 원하지 않아도 무조건 적극적인 질병 치료를 받으면서 고통스럽게 목숨을 연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 치료보다는 비적극적인 통증완화 치료만 받으며 누구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의사들 스스로도 환자들의 남은 수명을 정확하게 추측할 수는 없다. 예상 수명에 의존하여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안락사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불안은 자신이 존엄하지 못한 죽음을 맞이할 지도 모르고,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발생한다.

통증완화치료 초기 단계에서 이런 불안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이 완화 치료를 어느 정도 받게 되면 안락사 의지는 사라진다. 즉 “더 이상 이렇게 살기 싫다”며 안락사를 요구하는 환자들이 통증완화 치료를 받으면서 안락사 없이도 삶의 질을 바꿀 수 있게 된다.

죽음을 선택하기 전에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반드시 서게 된다. 그렇기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죄가 된다. 먼저 하나님을 기억하고 삶의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인간의 삶의 첫번째 의미는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다. 숨이 붙어 있는 모든 순간이 하나님을 위한 시간이다. 기쁨도 슬픔도 하나님을 기억하는 것에서 의미가 생긴다. 절대자와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심한 우울증을 겪는, 나의 지금 이 순간이 하나님을 가장 기쁘시게 할 수 있는 시간임을 깨닫게 되었다. 창조주를 기억하며 삶의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창조주를 기억하며 삶의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창조주를 기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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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식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상담 전공. 코람데오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대양주한인예수교장로회(고신)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2017년부터 사명교회를 개척하여 담임하고 있다. 만10년 6개월 동안 뉴질랜드 CREATIVE ABILITIES에서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했으며, ‘호스피스 사역’과 관련하여 글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