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의 목적과 역할

키위 교회는 어떤 과정을 통해 목사가 만들어질까? 이 주제는 각 교단과 또한 교회마다 상황이 다르고 대부분 내용들이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기에 ‘이런 경우도 있구나’라는 하나의 예로 독자들이 읽어주시면 좋겠다.

처음 뉴질랜드에 와서 도로 옆에 세워진 엘림교회의 큰 간판을 봤다. ‘여기에서 목회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물음과 함께 ‘하나님, 여기에서 목회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세요’라는 기도로 엘림교회와 나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정규 신학과정과 대학원, 그리고 교단 과정을 이수한 후 목사 안수를 받았기에 혹시나 나의 경력을 알아주지는 않을까 기대했지만 대부분의 이민자와 같이 그들에게 나는 그저 뉴질랜드에 온 방문자일 뿐이었다.

보통 뉴질랜드에서는 신학교라는 명칭보다는 바이블 컬리지라는 명칭이 더 일반적이다.
대표적으로 Laidlaw College, Carey Baptist College 등이 있고, 대형교회 같은 경우 자체적인 바이블 컬리지를 운영하면서 외부 사람을 학생으로 받기보다는 그 교회의 교인들을 리더로 훈련하는 것이 최근 동향이다.

따라서 개교회가 운영하는 신학교는 바이블 컬리지에서 리더십 컬리지로 명칭이 바뀌었다. 따라서 엘림교회 같은 경우도 엘림 리더십 컬리지를 신학교로 이해하면 되겠다.
이 글에서는 한국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신학교’로 명칭을 통일한다(필자 주).

엘림신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도 ‘이곳에서 사역을 하면 어떨까라?’는 물음에 답은 풀리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담임목사가 설교 과목(Communication)을 강의하러 오면 얼굴도장이라도 한번 찍어볼까 옆에서 기웃거리면서 안되는 영어로 열심히 자기소개를 하면, 그런 동양인을 신기한 듯 쳐다보는 그 눈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영주권은 관심이 없다. 안 나오면 돌아가면 된다’라는 자존심 세우는 말을 할 여유가 없었던 나로서는바로 신학교의 학장과 면담을 하면서 여기서 사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숨기지 않고 가감없이 물었다. 그때 학장이 했던 이야기를 통해 이 교회에서 사역자를 뽑는 것은 이런 과정을 통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만 졸업해서는 여기서는 목사가 될 수 없어, 또 담임목사 혼자 마음대로 사람을 뽑는 구조도 아니야. 먼저 섬기고 싶은 교회에 주일예배를 나가. 그리고 네가 할 수 있는 봉사팀에 들어가서 봉사를 시작하고 관계를 맺도록 해. 너 자신을 소개하고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정기적으로 모임을 계속 나가고, 교회에서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 궂은일들을 골라서 해 봐. 가장 중요한 것은 학위가 아니라 관계와 신뢰야. 너를 신뢰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너에게 리더 자리를 줄 수 있겠어. 자녀를 다른 곳에 맡길 때 학위 있는 사람이 아닌 내가 잘 아는 사람,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길 수 있듯이 먼저 사람들에게 신뢰를 쌓도록 해. 서로 알아가면서(Getting to know) 정말 이곳이 하나님이 부르신 부르심이 있는지를 기도하면서 도전해 봐.”

그렇게 한 시간 동안의 상담이 끝난 후에, 정말 학장의 말처럼 나는 엘림교회를 본격적으로 출석하면서 아침 일찍 나와 담임 목사와 함께 의자를 정리하고, 진공청소기로 바닥을 청소하고, 화장실 청소가 되어 있지 않으면 청소를 했다.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통역기 관리를 시작하게 되었고, 기존의 한인 모두에게 ‘내가 목사니 나를 따르시오’라는 군림의 자세가 아닌, 이곳에서 오랫동안 이민선배로서 키위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신 분들에게 경청하며 그분들을 섬기는 자세로 관계를 맺으며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통역 관리로 시작하면서 관계를 맺고 서로 알아가는 과정 속에 통역 기회를 줌으로 통역을 하게 되었고, 부족함과 잦은 실수에도 한인 공동체의 많은 분들의 응원과 지도, 그리고 가르침 가운데 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내가 경험한 신학교로 뉴질랜드 신학교 전체를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확실히 내가 느끼기에 한국과 비교하면 신학교의 목적과 역할은 다른 것 같았다.

인터내셔널 학생으로서 신학교는 비자와 관련하여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계속 뉴질랜드에 체류할 수 없기에, 신학교를 나오면 바로 교회에 고용된다는 공식은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여기 현지인들에게 있어서 신학교는 하나님과 성경을 더 알아가고 싶거나, 교회에서 평신도로 사역하면서 더 효과적인 섬김의 기술을 배우거나, 새로운 생각과 사고의 지평을 넓혀나가려는 동기로 오는 이들이 많았다.

어떤 면에서 비자가 관련되면 부르심의 목적보다는 생존의 목적이 더 절실하기에 비자가 필요한 인터내셔널 학생과 의미를 찾으러 오는 현지인은 비교대상이 될 수는 없고, 무엇이 더 고상한지 우위를 두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생존 자체만큼 고귀한 일은 없으며, 생존이 우선돼야 의미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엘림 신학교는 바이블 컬리지에서 리더십 컬리지로 전환되면서 철저히 사역 중심의 인턴십으로 학교를 운영한다. 다시 말하면 교회 사역을 하지 않으면 입학을 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주중에 교회 사역의 내용을 가지고 수업을 하기 때문에 사역 현장이 가장 중요한 교과서인 셈이다.

또한 교회에서 섬긴 경험과 교회 내에서 오랜 시간 동안 검증을 받은 사람을 교사로 쓰는데, 대부분 현재 교회를 담임하는 담임목사들이다. 하지만 심리상담이나 교육, 혹은 사역과 관련되었지만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한 분야는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학위 소지자들이 담당 과목을 가르친다. 하지만 엘림 리더십 컬리지의 대부분의 운영진들은 모두 교회 사역 가운데 열매로 오랜 기간 동안 검증을 받은 이들이다.

영어가 되고 학위가 있다고 해서 신뢰는 쌓아지지 않는다. 함께하는 시간, 변함없는 모습, 성실과 성품이 신뢰를 만들어 가기에 영어를 잘하는 것보다, 학위가 있고 없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낮은 자리부터 섬김의 자세로 내가 그 공동체에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그 공동체의 일부로서 공헌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비자 문제에 대해 언급해 보자면, NZQA 등록된 신학교에 입학함으로 학생비자를 받고 일정 기간 동안 뉴질랜드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영어로 수업을 듣고, 영어로 모든 프로그램이 진행되기에 본인이 마음먹기에 따라 자신의 영어를 향상할 수 있다.

신학교를 다니면서 좋은 점을 또 꼽아보자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워낙 어려운 나라이기에 공통된 관심사와 더불어 하나님을 사랑하는 신뢰할 만한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신학교가 지역교회에서 고용되어 사역할 수 있는 보증수표는 될 수 없다. 각 나라별로 각 가정별로 그들의 독특한 문화와 분위기가 있듯, 각 지역교회도 교회 내부의 문화가 있기에 밑에서부터 배우고, 교회 구성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신뢰 관계를 세우는 것이 신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

신학교 무용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가 하는 역할이 있고 신학교가 하는 역할이 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나를 부르신 그 부르심 속에 어디에서든지 그 부르심을 이룰 자세가 되어 있다면 하나님께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마음의 소원을 이루실 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