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산티아고(Santiago)는 사도 야고보(St James)의 스페인어이다. 사도 야고보의 유해가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가는 길을 의미한다. 길이 스페인어로 Camino이기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흔히 ‘산티아고 까미노’라고 말한다.

예수님 부활 이후에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명령을 받들어 야고보는 스페인으로 가서 복음을 전하다가 다시 예루살렘으로 갔다가 사도행전 12장에서 헤롯에 의해서 목 베임을 당한다.

그 후에 제자들에 의해서 유해를 배에 실어서 보냈는데 그것이 스페인에 닿아서 묻히게 되었고, 9세기에 발견되어 성당을 짓게 되었는데 그것이 산티아고 대성당이다. 그 후 스페인에서는 야고보를 스페인의 성인으로 모시게 되면서 많은 기독교인이 야고보의 길을 걷고자 만든 길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산티아고까지 가는 순례길은 여러 개의 길이 있다. 그중에 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걷고 유명한 프랑스 길(약 800Km)을 걸었고, 시간이 허락되어 산티아고에서 땅 끝으로 알려져 있는 무시아까지 120Km를 더 걸어 총32일 동안 걸었다. 프랑스 길은 산티아고 순례자들의 80% 가까이 선택하는 길이다. 프랑스 생장을 출발하여 피레네 산을 넘고 스페인을 횡단하는 코스이다.

많은 사람이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를 까미노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몇 년 전부터 시간이 되면 걷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기회가 주어져서 과감히 결단하여 걷게 되었다. 왜 까미노를 걸으려고 했을까를 생각해보면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의 한계도 느껴보고, 목회를 하는 데 있어서 돌아봄과 회복의 시간이 필요해서 걸었던 것 같다.

이민목회의 현장에서 나름대로 고군분투 했던 삶을 뒤로하고 자연 속에서 만난 은혜가 있었다. 길가에서 만난 사람들과 처음 접하는 환경이 처음에는 낯설고 이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길에서 함께 만난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 인종과 직업과 나이와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이지만 다 같은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까미노라는 것이다. 그 길 위에 함께 있다는 것이다.

까미노의 여정은 정말 단순하다. 새벽에 일어나 짐 싸고 걷고, 밥 먹고, 걷고, 숙소에 도착해서 샤워하며 빨래하고, 낮잠 자고, 저녁 먹고, 자는 것이 일과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날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마을에 가고, 걷고, 쉰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많은 생각들이 정리되며 삶 속에서의 회복을 찾는다.

용서의 언덕

920Km의 여정 속에서 일어난 많은 일들을 다 적을 수는 없겠지만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삶을 돌아보고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떠올리고 싶다. 이 지면을 통해 까미노를 걸으면서 쓴 일기를 토대로 기행문 형식으로 써 내려가고자 한다. 기행문 형식이라 하루의 일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함께 그 길을 걷는다는 마음으로 읽으면 각자의 삶 속에서 까미노를 걷게 될 것이다.
부엔까미노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 하는 인사말이다, 뜻: 좋은 길, 좋은 여행되길-

2018년 7월 29일(주일) 1일 차 : 생장~론세스바예스(25.6km)
전날 막차를 타고 마을에 도착해서 늦게 잠자리에 들었지만 새벽 5시 30분에 눈이 떠졌다. 짧은 시간이지만 푹 자서 기분은 좋았다. 오늘은 주일인데 예배를 못 드리는 상황이지만 아침에 말씀 묵상하고 출발 준비를 한다.

첫날은 가장 힘들다던 피레네산맥을 넘어야 한다. 아침을 숙소에서 먹고 단단히 준비해서 7시에 나섰다. 많은 사람이 가고 있었다. 올라가면서 보는 밑의 전경은 뉴질랜드와 또 다르다. 걸어서 해발 1,600m를 올라가야 하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걷는다.

이번에 걸으면서 들으려고 듣는 성경 내비게이션을 샀는데 너무 좋다. 까미노 동안 몇 독은 할 수 있을 듯하다. 끊임없이 오르며 옆을 보면 힘듦이 사라진다. 참 아름다운 산인 거 같다. 웃긴 것은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이 나무문 하나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국경이 없다.

속도를 내고 정상까지 7시간 걸렸다. 내리막길은 4km만 오면 첫날 숙소인 론세스바예스에 도착한다. 8시간 만에 드디어 도착해서 첫날에 날씨가 너무 좋아서 환상적인 풍경을 보며 하나님의 오묘하신 창조에 대해 묵상한다. 까미 숙소는 순례자만 묶을 수 있는 알베르게라는 숙소가 가는 곳곳마다 있다. 그곳을 정해서 짐을 놓고 식사를 하는데 까미노 식사는 순례자 메뉴라고 순례자들만이 주문하는 정식코스가 있다. 전식, 본식, 후식이 10유로로 너무 저렴하다.

첫날 숙소에서 만난 사람들

첫날 함께 순례자라는 이유만으로 우리 테이블에는 국적이 다양했다. 스페인, 미국, 인도, 덴마크, 조지아, 그리고 한국. 이 많은 사람이 왜 이리로 왔을까 생각해본다. 다 각자의 삶 속에서 터닝포인트가 필요해서 왔다고 한다.

종교적인 이유, 여행, 퇴직 후, 졸업 후. 이런 삶 속에서 자기의 삶을 어떻게 가야 할지 자신과 대화하기 위해서 온다는 말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오늘은 금방 잠들겠다. 나와 함께 하신 임마누엘 하나님께 감사하며 부엔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