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Sunday

다민족교회를 다닌 지 벌써 17년이 되었다. 물론 도중에 잠깐 동안 한인교회를 다닌 것 말고는 대부분 다민족교회를 섬기며 신앙생활을 해왔다.

사실 다민족교회는 영어로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린다. 형식은 한인 교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영어를 사용할 뿐이다.

지금 내가 섬기고 있는 Greyfriars 장로교회는 21개의 민족이 매주 모여서 함께 예배를 드린다. 일 년에 두 차례 특별하게 다민족 행사를 겸하는 예배를 드린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특별하게 일 년에 한 번씩 Pacific Islander들이 중심이 되어 예배를 드리는 White Sunday를 소개하고자 한다.

White Sunday 예배는 보통 퍼시픽 아일랜드의 섬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일 년에 한번 대개 10월 두 번째 주에 예배를 드린다. 그 주일과 다음날 월요일까지 국경일로 쉰다고 한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white Sunday를 위한 국경일은 없다. 이날은 특별하게 부모님들이 자신의 자녀들을 축복하기 위해서 예배를 드리게 된다. 보통 예배는 성인들이 인도하는데 이날 만큼은 자녀들(유,초등, 중 고등부)이 직접 예배를 인도하며 드린다.

이들은 예배 시간에 성경을 읽고 찬양하며 율동도 한다. 예배 전체를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직접 참여하며 인도한다. 또한 이날은 아이들이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Greyfriars 장로교회는 원래 백인 중심의 교회였다. 내가 이 교회에 사역자로 부임하기 전에 사모안 목사님이 계셨는데 그분께서 White Sunday예배를 처음으로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매년 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물론 매년 조금씩 예배 일정과 순서를 바꾸며 진행을 하고 있고 예배의 양식은 교회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어떤 교회는 10월 둘째 주 아니면 셋째, 넷째 주에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내가 섬기는 교회는 원래 서로 다른 두 개의 교회(엡섬 성전, 마운트이든성전)가 6년 전에 연합하여 하나의 교회가 되었다. 하지만 매주 각각의 교회에서 9시(엡섬)와 10:30(마운트이든)에 예배를 드린다. 하지만 이날은 연합예배로 마운트 이든성전에서 9:30에 예배를 드렸다.

예배는 유초등부와 중고등부가 인도를 하였다. 이날 목회자들은 간단하게 행사 안내와 기도만 인도하였다. 어린 학생들이 예배를 인도하다 보니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있지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아이들은 예배의 중요성을 배우게 된다. 이날은 성령의 열매를 주제로 예배를 드렸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간단하게 말씀을 증거하기도 하였는데 올해는 대부분 모든 가족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간단한 연극과 율동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예배를 마치고 교회의 온 가족들이 모여서 함께 식사를 하였다. 메뉴는 퍼시픽 아일랜드, 아시안, 유럽풍의 다양한 음식들을 준비하였다.

모두 함께 식사를 하면서 다른 문화를 배우며 축제와 같은 예배를 통해 귀한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비록 언어와 문화는 다르지만 주안에서 한 형제자매로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민족교회를 다니게 되면 이러한 예배를 통해서 서로 다른 문화를 배울 수 있게 된다. 주 예수 안에서 서로 다른 문화와 민족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크리스천들에게 큰 재산이다. 나는 그들을 통해서 다른 문화와 관습을 직접적으로 배우게 되고 그들에게 우리 문화의 좋은 점을 전하게 됨으로써 주안에서 진정한 선교사가 되어가는 것이다.

예전에는 교회에서 교인들과 함께 비빔밥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비빔밥이 한국 고유의 음식이며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비빔밥은 서로 각기 다른 맛을 내는 야채들과 고기가 밥과 소스와 함께 섞었을 때 환상적인 맛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비빔밥처럼 함께 모여 맛있는 맛을 연출해 내야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 역시 문화와 민족이 서로 다르지만 우리가 주 안에서 한 형제자매로 서로 하나가 된다면 이 세상에 아주 멋진 맛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비빔밥처럼 늘 하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을 전한 적이 있다.

같은 부모 아래서 자란 가족도 주안에서 하나가 된다는 게 쉽지 않다. 사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짧은 시간 안에 하나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회 안에서의 갈등은 한인 교회에서도 다민족교회에서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리스도인이기에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이러한 어려움을 서로 이해하고 극복하여야 한다.

우리 한민족은 아주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민족이다. 가끔 공동체 사회에서 이러한 것들이 때로는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다민족 사회에서 이러한 부지런함과 열정은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편이다.

예전과 달리 아시안들의 위상이 많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언어와 문화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민 사회에서 힘들어하고 갈등하는 아시안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주님을 의지하고 이와 같은 다민족교회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섬겨야 한다.

우리도 처음 사역할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 주님께서 우리에게 많은 용기와 도움을 주셨다. 우리와 함께 동고동락하는 다양한 민족들과 함께 지금도 우리는 이 땅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우리는 각자의 사명에 따라 열심히 주님께서 주신사역을 감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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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철
전주대 영문과 졸업, 뉴질랜드 이민후 Laidlaw College(학.석사), 미국 Concordia Theological Seminary 박사(Ph.D) 학위 취득. 현재 오클랜드 Greyfriars 장로교회에서 다민족사역과 Alphacrucis College에서 선교학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