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음악회에서는 이따금 좋은 음악 영화을 선택하여 감상하기도 합니다.
2017년 3월에 저희 부부가 한국에서 온 친구 부부와 남섬 여행을 하느라고 3주 동안 화요음악회를 쉰 적이 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첫 모임에서 오랜만에 영화를 보자는 의견이 있어서 다 같이 감상한 영화가 ‘카핑 베토벤(Copying Beethoven)’입니다.
저도 전에 본 적이 있었고 또 회원 중에서도 보신 분들이 있었지만 좋은 영화는 다시 볼 때 오히려 감동이 더 한 것 같았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한참 뒤까지도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못 할 정도로 감동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혹시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으면 꼭 한번 보시라고 강력히 추천합니다. 다음은 그날 본 영화 소개입니다.
카핑 베토벤(Copying Beethoven)
세기의 거장 ‘베토벤’과 그의 악보를 옮기게 된 카피스트 ‘안나 홀츠’의 운명적 만남, 그리고 9번교향곡<합창>이 탄생하기까지 비밀을 담은 영화<카핑 베토벤>에서는 18세기 음악의 도시 ‘비엔나’에서 펼쳐지는 명곡의 향연이 넘쳐납니다.
더욱이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뛰어난 연주도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관객들을 감동하게 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9번 합창교향곡의 초연 장면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할 만큼 높은 차원의 음악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베토벤 역을 맡은 에드 해리스의 광기 어린 연기는 실제로 살아있는 베토벤의 모습을 보는 듯 하고 괴팍스러운 베토벤을 차츰 이해해가며 베토벤과 음악적 교감 이상의 교감을 나누는 비밀스러운 여인 안나 홀츠의 아름다운 연기, 그리고 베토벤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음악의 도시 비엔나의 풍경, 이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멋진 걸작 영화를 만들어냅니다.
영화가 끝난 뒤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여 영화에서 나왔던 음악 한 곡을 듣자고 해서 고른 곡이 현악 4중주 15번의 3악장입니다.
현악 4중주 15번 in A minor Op. 132, 신(神)에 대한 감사의 찬가
현악 4중주는 4명의 현악 연주자로 이루어지는 곡으로 실내악의 가장 대표적인 장르입니다. 현악 4중주를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정립한 사람은 요제프 하이든이며 그는 68편의 현악 4중주를 작곡했습니다.
그러나 이 현악 4중주를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린 사람은 베토벤이며 그는 단 악장의 대 푸가를 포함해 모두 17곡의 현악 4중주를 작곡했습니다. 이 중에서 12번에서 16번의 다섯 곡과 대 푸가는 후기 현악 4중주라 불리는데 이 곡들 속에는 베토벤의 내면의 사유 정수가 들어있습니다.
말년에 베토벤은 병 때문에 자주 작곡이 중단되곤 했지만 더욱 현악 4중주의 작곡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죽음을 앞둔 1822년에서 1826년에 쓰인 후기 현악 4중주의 모든 곡에서는 베토벤의 완성된 음악관과 삶을 달관한 내면의 고백이 배어 나옵니다.
이 곡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곡이 15번인데 모두 5악장으로 되어있으며 전체적으로 흐르는 서정적인 선율이 아름답습니다. 베토벤은 아플 때마다 곡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 봐 두려워하다 병을 떨치고 일어나면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현악 4중주 15번은 바로 이러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3악장 몰토 아다지오의 악보에는 ‘회복기 환자의 신에 대한 감사의 찬가’라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2악장까지 작곡을 마쳤다가 아파서 병석에 누웠다 다시 회복되어 3악장을 작곡하게 된 베토벤의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이 잘 표현된 악장입니다.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는 병석에 누운 베토벤이 안나 홀츠를 시켜 이 곡을 악보에 적게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베토벤이 고백합니다.
“신에 대한 감사야. 일이 끝날 때까지 살려주신 것에 대한 감사지. 신을 갈구하면 신께서 대답하신다. 구름이 열리고 사랑의 손길이 내려와 하늘로 들어 올린다. 바로 그 순간 인간은 영원 속에 거하게 된다. 땅은 존재하지 않아. 시간도 사라지고. 인간을 들어 올린 손길은 얼굴을 어루만져 신의 형상으로 빚어낸다. 그럼 신과 하나가 되는 거야. 평화 속에 존재하게 돼. 그럼 마침내 자유가 된다.”
다시 한번 영화 생각하면서 15번 현악 4중주의 3악장을 들어
이 곡을 잘 연주한 명반들은 무척 많습니다. Smetana 4중주단, Busch 4중주단, Budapest 4중주단들의 연주가 모두 좋습니다마는 우리는 정확하고 아름다운 연주로 알려진 Quartetto Italiano의 연주로 들었습니다
자존심 강하고 그 어느 사람 앞에서도 강인한 자신을 보이던 베토벤도 나이 들어 병들고 약해지자 신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세상 살아가면서 우리가 붙들 것은 오직 하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말씀입니다.
그날 음악회가 끝나기 전에 다 같이 본 성경 말씀은 이사야 43장 1-2절이었습니다.
“야곱아 너를 창조하신 여호와께서 이제 말씀하시느니라 이스라엘아 너를 조성하신 자가 이제 말씀하시느니라 너는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함께할 것이라 강을 건널 때에 물이 너를 침몰치 못할 것이며 네가 불 가운데로 행할 때에 타지도 아니할 것이요 불꽃이 너를 사르지도 못하리니”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두려워 말라고 하십니다. 물 가운데서도 불 가운데서도 우리를 지켜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붙들고 나가는 이번 한 주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화요음악회는 교민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이며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에 Devonport의 가정집 정이정(淨耳亭)에서 열립니다. 관심 있는 분께서는 전화 445 8797 휴대전화 021 717028로 문의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