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주고 받는 낯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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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엄마가 화장실에서 핸드폰을 하나 주웠는데 가지도 못하고 화장실 밖에 앉아 있어. 어떻게 해야 하니?”

“그냥 가져오셔요. 언제까지 거기 앉아 계시려고요?
전화 올 거에요. 전화오면 그때 찾아주면 되어요.”

추석맞이 야외 예배를 드리려 원 트리 힐로 나갔습니다.
예배를 드리고…
삼겹살 파티에…
보물찾기를 하고…
게임을 신나게 하던 중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5살 지후를 데리고
화장실에 갔다가 텅 빈 화장실 휴지대 위에 놓인
갈색 커버 핸드폰을 발견했습니다.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오고 갑니다.
“놓고 가면 주인이 찾으러 오겠지?
아냐, 아이들도 많은데 누가 집어가면 어쩌지?
내가 가지고 나가다 주인하고 마주치면?
분명 내가 훔쳐 가는 줄 알 거 아닌가?”

나가자니 그렇고 그냥 있자니 그렇고…
할 수 없이 밖의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높이 들고
언제 올지 모를 주인을 기다렸습니다.

5분…10분…15분…

안되겠다 싶어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넣고
얼른 교회가족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손이 덜덜덜…
발이 덜덜덜…
꼭 남의 핸드폰 훔쳐가는 사람마냥 가슴이 쿵쾅쿵쾅!

핸드폰 주인이
“도둑이야~!
소리지를 것 같아 괜히 무서워 죽겠습니다.

뒤도 안 돌아 보고 달려와 주인을 찾아보라고
아들에게 건네줍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뉴질랜드에서 쓴 핸드폰 기록이 없습니다.
보아하니 여행자.. 그것도 독일에서 온 사람?

사진첩을 열어보니 단아한 할머니와
멋진 할아버지가 함께 한 사진이 있습니다.
이제 주인이 누구인지 알것 같습니다.

핸드폰을 받아 들고 다시 찾은 곳은 그 화장실!
언제 올 지 모를 그 주인을 더 기다려보다가 안되면
카페나 넓은 공원을 헤집고 다닐 판입니다.

5분…6분…7분…

길 건너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허둥지둥 잰 걸음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나의 직감! 나의 통찰력!
아, 저 할아버지 할머니시다!

손을 번쩍 들고 핸드폰을 세게 흔들었습니다.
주인이면 나의 이 행동이 무엇인지 알리라….

그러자 할머니도 두 손을 번쩍 들더니
활짝 웃으며 손을 세차게 흔듭니다.

우리는 그렇게 만났습니다.
난생 처음,
낯선 이국 땅에서,
핸드폰을 주고 받는 그런 낯선 사이로…

처음 만난 우리지만
서로 포옹하며 기뻐하며 행복해 했습니다.
주인을 찾아서 기쁘고,
핸드폰을 찾아서 기쁘고…

핸드폰 그 기계를 찾았다는 기쁨보다는
어쩌면 그 작은 기계 안에 들어 있을
그녀의 삶,
그녀의 가족,
그녀의 이웃과 친구들의 추억을 다시 찾았음이
더 기뻤겠지요.

기뻐하며 춤추듯 할아버지 손을 잡고
손 흔들며 돌아가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참 감사했습니다.

한 드라크마를 찾은 여인의 그 마음이…
잃은 양을 찾아 어깨에 메고 기뻐하며 돌아가는
목자의 그 발걸음이 생각나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