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 호수다!”
멀리서 호수 끝자락이 보이자 기드온이 탄성을 지른다. 기드온에게 갈릴리 호수란 곧 삼총사를 뜻했다. 드보라와 함께 서둘러 호수로 날아가 만남의 광장인 물가 돌밭에 내려서자 아니나다를까 요나와 바나바가 거기서 노닐고 있었다. 둘을 보는 요나와 바나바의 눈이 왕방울만해졌다.
“어쩐 일이야? 일주일 후에나 돌아오는 거였잖아.”
“말도 마. 예루살렘에서 끔찍한 일을 봤어.”
기드온이 침을 한번 꼴딱 삼킨 후 말을 쏟아냈다.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 거기 못박혀 매달려있던 예수. 암흑천지가 되어버린 예루살렘. 하늘에서 통곡하듯 쏟아 내린 폭우. 거기다 성전 휘장이 찢어진 사건까지.
기드온은 십자가 예수를 말할 땐 양쪽으로 날개를 완전히 벌려서 마치 자기가 십자가에 달린 양 모습을 취했고, 찢어진 성전 휘장을 얘기할 땐 두 날개를 접었다 확 펴면서 휘장이 열어젖히는 장면을 실감나게 연기해 보였다.
“뭐, 뭣? 예수가 죽었다구?”
요나에겐 무엇보다 그 소식이 충격적이었다. 갈릴리 호수가 평화로워지길 염원하던 요나로선 예수가 자신의 꿈을 이루어줄 유일한 희망으로 자리잡아 왔었다. 그런데 그가 죽다니!
예수는 갈릴리 호수의 모든 생물들에게 이미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된 존재였다. 광풍조차 순종하여 그 앞에선 잠잠했다. 물도 그를 떠받들어 걸음을 걷게 했다. 그런 그가 죽었다니 이는 예사 문제가 아니었다.
그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새든 물고기든 지혜를 모아야 했으나 그 전에 죽음 자체를 먼저 모두에게 알리는 게 순서였다.
삼총사는 각자 흩어져 하늘과 물 속으로 향했다. 원래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이 더 빨리 퍼지는 법이다. 예수의 죽음은 삽시간에 호수 전역으로 퍼져갔다.
요나의 입을 통해 틸라피아들에게도 소식이 전해지자 저마다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도 홀로 횡재를 만나기라도 한 듯 덩실덩실 춤을 추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바로 무당 틸라피아였다. 그는 입에 문 붉은 천을 요란스레 흔들어대며 틸라피아를 선동하였다.
“예수가 죽었다잖아. 원수 베드로가 곧 돌아올 거야.”
무당은 베드로가 던진 그물에 틸라피아가 떼로 잡혀갔던 ‘깊은 물’사건을 상기시켰다. 이를 노래로까지 만들어 입에서 입으로 퍼뜨렸다.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오던 날을.”
무당은 베드로를 공적으로 몰면서 그 역풍을 타고 틸라피아 세계의 새 강자로 급부상하였다. 무당은 맨 먼저 자신이 수족처럼 부릴 친위대를 조직했다. 지난번 거라사의 귀신들린 돼지 떼가 호수까지 달려와 익사했을 때 옆에서 구경하다 엉겁결에 귀신에게 몸을 내준 틸라피아들이었다.
무당은 그들에게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시켰다. 훈련의 핵심은 제식훈련이었다. 무당이 왼쪽으로! 하면 무조건 왼쪽으로 가야하고 오른쪽으로! 하면 무조건 오른쪽으로 가야 했다. 무당은 백 마리가 훨씬 넘는 친위대 틸라피아를 자신의 말 한마디에 죽고 사는 충성집단으로 만들었다.
친위대가 앞장서니 무당은 이제 거칠 것이 없었다. 틸라피아 전체가 그의 손 안에 들어왔다. 암수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무당 앞에서 벌벌 기었다. 그렇지만 예외가 아주 없진 않았다. 단 한 마리, 요나 만은 달랐다. 그는 목에 이빨이 들어와도 무당 패거리의 위세에 굴하지 않을 기세였다.
무엇보다 요나는 베드로에 대한 생각이 무당과 전혀 달랐다. 물론 요나도 인정했다. 베드로가 어부로서 그간 수많은 틸라피아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일이다.
요나는 자문해봤다. 베드로가 아니라면 누가 있어 호수의 평화를 함께 품을 것인가? 베드로는 요나가 죽을 각오로 성전세 동전을 입에 물어 건네줬던 인물이다. 왜? 그가 예수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베드로도, 요나도 삶의 유일한 희망이 예수라는 점에서 하나였다. 근데 그 예수가 이제 죽었단다. 둘 다 희망을 잃었고 둘 다 절망의 늪에 빠졌다. 이렇듯 동병상련의 처지가 되고만 베드로를 어찌 원수로 여긴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