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냐, 미국이냐?”

하나님께 코 꿰어 주의 종의 반열에 들어서게 된 나는 세상 등지고 십자가만 바라보는 신학도들이 왠지 좀 쫀쫀해 보이고 앞뒤가 꽉 막힌 거 같아 답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기분 언짢은 일이 있거나 서로 오해가 있으면 술 한잔 하고 욕 한마디 하고 툭툭 털어버리면 끝나는 것 같은데 이건 뭐 교인이 되고, 전도사가 되고, 목사가 되다 보니 한번 삐 지면 족히 10년은 삐진 채 그냥 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쫀쫀할 수가 없습니다.

신학의 길로 들어서면서 이제는 서원한대로 여 목사가 되어 평생 혼자 살면서 주의 일을 하리라 다짐을 했습니다. ‘혼자 사는 법’, ‘독신녀의 삶’이러한 책들을 골라 수없이 습득을 했습니다. 만나는 사람들이 평생 홀로 사신 나이든 전도사님이나 여 목사님이었습니다. 그녀들을 통해 혼자 사는 법들을 한 수 배우며, 그네들의 삶을 따르기를 원했습니다.

“신학 공부하는 동안 절대 연애하면 안 되느니라”

우리 어머니의 강압(?)적인 말씀도 한 몫을 하기도 했습니다. 남자보기를 ‘돌’보듯 하며 살라 하셨습니다. 하나님께 코 꿰어 끌려들어간 딸이 혹시나 남자에게 눈 멀고, 귀멀고, 마음까지 멀어서 뛰쳐 나올까 심히 염려가 되셨던가 봅니다.

남자보기를 ‘돌’ 보듯 하며 신학 공부하는 동안 헬라어에 미쳐서 자나깨나 헬라어만 붙들고 살았습니다. 그리스로 유학 가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신약성경을 원문인 헬라어로 통달하고 싶은 야무진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후, 그리스가 아니라 미국 유학의 길이 먼저 열렸습니다. 잠시 교육전도사로 있었던 교회 목사님께서 미국에서 자리 잡으시고 초청장을 보내주셨던 것입니다. 미국에서 공부를 더 하고 그리스로 넘어가서 헬라어를 공부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혜라 여겼습니다.

“미국 가서 공부 하려면 혼자 가면 절대 안돼요. 가려면 결혼하고 가야 해요”

‘미국에 공부하러 간다’고 하자 열이면 열 사람이, 백이면 백 사람이 한결같이 결혼을 하고 가라고 합니다.

“아니, 평생 혼자 살려고 작정한 사람이 결혼은 무슨 결혼? 아니, 내가 지금 갑자기 누구랑 결혼을?”
결혼은 아예 생각도 없이 열심히 미국 갈 준비를 했습니다.

그때, 눈에 밟히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8살 때 엄마를 여의고, 엄마대신 어렵게 동생 둘을 훌륭하게 키운 중보기도 팀에 함께 하는 젊은 전도사였습니다. 늘 허기져 있는 그였기에 밥도 잘 사주고 맛있는 것도 잘 사주며 내 나름‘돌’보던 전도사였습니다. 막상 미국으로 떠나자니 그 사람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돌’보랴!”

미국이냐, 이 사람이냐?
이 사람이냐, 미국이냐?

결국, 청춘의 꿈(?)을 안고 박사 공부하려고 떠나려던 미국 행 마음을 접고 그 사람을 선택했습니다.
한 사람을 선택하면서 공부도 포기하고, 독신도 포기하고 지금은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가끔 우리 성도들도, 가까이 있는 이들도 말하곤 합니다

“그래도 목사안수는 받으셔야죠”

그러면 저의 대답은 한결 같습니다.
“그러게요. 하나님께서 목사로 혼자 살면서 주의 일 하기 원하셨다면 결혼도 안 시키고 독신으로 가게 하셨겠지만 목사와 결혼하게 하셨으니 사모로도 족하다 여기시는 것 아니시겠어요?”

공부를 포기해서 후회하거나, 결혼을 해서 후회하거나, 목사가 안되어서 후회 해 본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안에 있었을 테니까요.

비록, 지금 내가 행하는 일이 큰일이 아닐지라도 오늘도 하나님 앞에 서 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비록, 내가 지금 행하는 일이 작을지라도 나를 써주심에 감사할 뿐입니다.
나를 써주시는 하나님 앞에 내 평생 감사하며 살아갈 겁니다.

장명애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