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약하고 의사선생님 만나러 오세요.”
벼르고 벼르다 거의 일년 만에 피검사를 했더니
병원에서 결과를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특별히 몸이 안 좋은데도 없고
굳이 피검사를 해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고
주사바늘도 무섭고…
피검사 용지를 받아 놓고 그냥 세월 보냈지요.
그러다 정기 검사를 위해 병원에 갔다가
피검사 용지를 다시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또 자꾸 미룹니다.
“어디 가서 피를 뽑을까?
전에 거긴 한 방에 못 뽑고 두 번이나 찔렀는데도
못 뽑았잖아? 어딜가야 한방에 뽑는다?
에구, 무서버라~ 주사바늘…”
주사바늘만 보면 숨어버리는 핏줄 때문에
나만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까지도 고생을 시킵니다.
어찌어찌 피를 뽑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피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의사를 만나러 오라고
연락이 온 것입니다.
걱정이 앞섭니다.
“뭔 문제가 있나?”
손톱 곪으면 염통 곪은 것처럼 엄살이 심한 나이기에
긴장이 조금 되긴 합니다.
날을 정하고 병원에 가 약간의 긴장을 하며
의사 앞에 앉았습니다.
“하이 콜레스테롤! 약을 먹어야 할 것 같네요.”
별다른 문제없이 하이 콜레스테롤이라 하니
아,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콜레스테롤이야 나이 들면서 약간씩 올라간다던데
얼마나 높기에 약을 먹으라는 거지?
“얼마나 높은가요? 많이 높은가요? 꼭 약을 먹어야 할 정도인가요?
안 먹으면 안되나요?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다른 방법은요?”
“……”
의사선생님 말없이 속공질문에 저를 빤히 쳐다 봅니다.
“저, 약 안 먹고 운동하고 음식 조절할게요.”
“운동 많이 하나요?”
“아니요. 숨쉬기 운동만…”
“고기 좋아하나요?”
“네, 아주 좋아하죠.”
어이없는 듯한 표정의 의사선생님 말없이 식단표를 주며
3개월 동안 운동과 식단조절을 한 후 다시 피검사를 해보고
그래도 높으면 약을 먹는 조건으로요.
환자가 의사를 이겼습니다.
주의사항을 한참 듣고 식단표를 받아 들고 돌아왔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니 세상에! 완전 저 푸른 초원 위에…
채소가 쫙~ 깔렸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거의 먹지 말아야 할 식단입니다.
특히 쇠고기… 치즈…
아침마다 추천식품 오트밀을 꾸역꾸역 집어 넣으며
식단 조절에 나섰습니다.
아~ 벌써 허기가 집니다.
먹고 싶은 게 너무나 많습니다.
맘대로 맘껏 먹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지글지글한 스테이크가 눈앞을 오고 갑니다.
힘도 빠집니다.
그러나 신기하게 뱃살은 여전합니다.
이제 며칠 후에 피검사를 다시 해서 하이 콜레스테롤이면
약을 먹어야 하는데…
오~ 약!
정말 그 약은 먹고 싶지 않습니다.
내 몸은 신약과 구약으로 충분한데
하이 콜레스테롤 약까지 먹어야 하다니요.
콜레스테롤!
지가 높으면 얼마나 높겠습니까?.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일진대…
오늘도 하나님 주신 이것저것 감사히 잘 먹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