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셔, 유대인의 유별난 음식 법

유대인은 고기와 유제품을 함께 먹지 않는다

이스라엘에 살면서 유대인 친구를 많이 사귀려고 노력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일단 유대인들을 제대로 알아야 그 땅에서 잘 살 수 있다 생각하여 한국인과 교제하기 보다 가능하면 유대인을 사귀려고 노력했다.

이스라엘에서도 친구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나 식사에 초대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도 중동이라는 동양 문화권에 속해 있기 때문에 먹는 것을 상당히 중요시 여길 뿐 아니라 먹는 것을 통하여 깊은 교제가 만들어지곤 하였다.

이스라엘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야곱이라는 사람과 그 가족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어 만나게 되었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 가족이 제일 처음으로 식사에 초대한 유대인 가족이 되었다.

유대인들은 종교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코셔(Kosher)라는 유대 식사법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구약성경 출애굽기 23장 29절(너는 염소 새끼를 그 어미의 젖으로 삶지 말지니라)을 근거로 육류와 우유로 만든 유제품을 같이 먹지 않는 것도 중요한 규칙 중 하나이다.

그것을 알고 있었던 우리는 밥과 닭 볶음탕을 맵지 않게 준비해 대접을 하였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지만 아주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서 집사람과 나는 흐뭇했다.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준비하였는데 그것이 뜻하지 않게 문제가 되었다. 보기 좋게 거부를 당한 것이다. 유제품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었어도 아이스크림이 유제품이란 것을 인식하지 못했고, 커피에 우유를 넣어 먹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식사 후 궁금해서 물어 보았다. 지금 고기를 먹었는데 그럼 언제 우유제품을 먹을 수 있는지. 유대 종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위(stomach)에서 고기가 다 소화되는 시간을 3시간으로 잡아 그 이후에는 유제품을 먹을 수 있다 하였다.

그날 식사 초대가 3시간을 넘지 않았기에 우리 모두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커피는 건너뛰어야 했다. 같은 이유로 이스라엘에 있는 맥도날드에 가면 치즈가 들어가지 않은 햄버거를 먹어야 한다.

유대인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유대인들은 또한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다. 이것 역시 구약성경(레위기 11장 7-8절)에 근거하고 있다. 그 당시에는 돼지고기를 파는 것 조차도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디 세상이 법대로만 움직이겠는가? 이스라엘에서도 여전히 돼지고기는 구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이 돼지고기를 찾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를 사기 위해서는 내가 살던 지역에서 한 시간 조금 넘게 떨어진 텔 아비브(Tel Aviv)에 있는 정육점을 찾아 가야 한다. 누구도 그곳에서 돼지고기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미 거래를 해 본 사람들은 정육점 주인에게 돼지고기를 사러 왔다고 은밀하게 이야기 한다.

주인은 냉동창고 깊은 곳에 보관된 돼지고기를 꺼내와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않게 신속히 판매를 한다. 다행이 잘 알고 지내는 한국인 지인이 텔 아비브로 출퇴근을 해 가끔씩 부탁하곤 하였다.

한번은 유대인 친구가 영국으로 여행을 가게 되어 집을 좀 봐 달라고 했다. 우리 가족도 집을 떠나 휴가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흔쾌히 허락하고 그 집을 2주 정도 봐 주게 되었다.

집도 3층 집이고, 우리 집에 없는 에어컨이 있었으니 말 그대로 휴가 같은 시간이었다. 휴가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니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특별히 생각났던 것은 돼지고기 숯불구이. 물론 그 지역이 유대인들만 사는 지역이라 돼지고기를 구워 먹어도 돼나 하는 약간의 망설임은 있었다.

그러나 한번 발동한 식욕, 그 어찌 잠재울 수 있을까? 결국 나무로 둘러싼 정원 안에서 돼지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그런데 평상시에는 별로 생각하지도 않던 것들이 문제가 되었다. 소고기를 구울 때는 거의 연기가 나지 않는데, 돼지고기를 굽는 동안 너무 많은 연기가 났다. 그리고 평상시에 느끼지 못하던 돼지고기 굽는 냄새가 심하게 났다. 어찌하겠는가 시작했으니 그 모든 것을 무시하고 한 동안 먹지 못하던 돼지고기를 가족 모두 뿌듯하게 먹었다.

문제는 그 다음 날 발생했다. 밖에 일이 있어 나갔다 집에 왔더니 집 외벽에 정말 많은 날 계란이 투척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투척된 계란이 흘러내리다 뜨거운 날씨에 말라 버려 아주 흉물스럽게 보였다.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 물론 지금도 누가 왜 날 계란을 투척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가장 큰 가능성은 전날 돼지고기를 신나게 구워 먹었다라는 것.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은 유대인을 알고 있다
한국 자매와 결혼한 유대인 청년이 있어 이스라엘에 있는 동안 친하게 지냈다. 하이파 지역에 한인 가정이 거의 없었는데, 한번은 그곳에 계시던 목사님 가정이 소풍을 함께 가자고 제안을 하셨다. 그래서 3 가정이 소풍을 갔다.

이스라엘 사람들도 야외 소풍을 가면 주로 바베큐를 해 먹기 때문에 목사님이 한인을 위해서는 돼지고기를 준비해 오셨고, 유대인 형제를 위하여 소고기를 따로 준비해 오셨다.

소풍 간 곳이 좀 외진 곳이었고, 한국 자매와 결혼 한 유대인 청년도 한인들이 돼지고기를 잘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날 돼지고기를 구워 먹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목사님이 유대인 형제에게 이제 그리스도인이 되었으니 돼지고기도 한번 먹어보라고 제안을 하셨다.

물론 성경적인 이유를 덧붙여 그를 설득하셨다. 그랬더니 흔쾌히 그 형제가 목사님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 잘 구워진 돼지고기를 한 쌈 주었다.

유대인이 난생 처음으로 돼지고기를 먹어 보는 이 흥미로운 장면을 우리는 숨 죽여 지켜 보았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돼지고기가 너무 맛있다는 것이다. 그 이후 소고기는 하나도 먹지 않고 돼지고기만 먹었다는 사실.

나라마다 다른 음식 문화
어느 나라를 가던 그 나라만이 가진 독특한 음식 문화가 있다. 한국인들은 음식을 같이 나누어 먹는 것을 선호하지만, 뉴질랜드는 잘 나누어 먹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소리 내어 음식을 먹으면 맛있게 잘 먹는다 좋아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교양 없는 사람이 된다. 좋고 나쁘고의 문제라기 보다 서로 다른 문화이다.

이스라엘의 유별난 음식문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 그들만의 중요한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아가게 되었다. 그래서 한 나라의 문화를 잘 배워야 한다.

특별히 매일 접하는 음식문화를 잘 배우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다. 그래야 실수 하지 않고, 그 나라 사람들과 더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 기사동전을 바친 눈물의 요나
다음 기사물고기 문에서 울부짖는 소리, 통곡하는 소리!
김명권
총신신대원 졸업. OM Israel 선교사로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4년 사역을 하고, 뉴질랜드 ICINZ 선교사 훈련학교 스텝으로 있다가 지금은 타우랑가 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성경 역사의 중심지였던 이스라엘,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우러져 지금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12 회에 걸쳐 나누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