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던져라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어부가 던진 그물이 호수 얕은 곳을 샅샅이 훑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물고기는 한 마리도 걸려들지 않았다. 어부들의 풍부한 경험으로 볼 때, 샘터 부근은 갈릴리 호수에서 최고의 어장이었다.

그런데 오늘밤은 사정이 전혀 달랐다. 없어도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는 없었다. 대체 물밑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실인즉, 삼총사가 쫓고 쫓기는 놀이를 하는 통에 틸라피아 무리가 일제히 깊은 데로 도망가자 다른 물고기들도 덩달아 불안감을 느껴 깊은 곳으로 옮긴 탓이었다.

어부들은 밤새도록 그물을 던졌지만 단 한 마리도 잡을 수 없었다.
“휴우,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모두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유난히 더 화가 나 있었다. 시몬 베드로! 워낙 솜씨 좋은 어부여서, 그 이름만 들어도 우는 새끼고기가 울음을 뚝 그친다는 자였다. 그런 그도 더는 어쩔 수 없었다.

새벽이 되자 마침내 그는 “철수!”를 외쳤고 어부들이 타고 온 두 척의 배는 뱃머리를 돌려 뭍으로 향했다.

아침이 밝았다. 틸라피아 요나와 잉어 바나바, 둘이 부둣가를 지켜보니 어부들은 이미 배에서 내려 그물을 씻고 있었다.

둘의 얼굴에 ‘빙긋’미소가 번졌다.
“후훗, 삼총사 장난 탓에 너네들 고기잡이가 오늘 허탕을 쳤구먼.”
바나바가 고소하단 표정으로 말을 던졌다.

그때 요나가 황급히 바나바의 말을 가로막았다.
“잠깐! 저 사람이 누굴까?”

홀연히 나타난 어떤 청년이 있었다. 그는 고깃배 쪽으로 성큼 다가오더니 마치 자기 배에 올라타듯 대뜸 베드로의 배에 올라타는 것이었다. 요나의 눈망울에 영상으로 찍힌 베드로와 이름 모를 청년의 모습! 요나는 까닭 모르게 밀려드는 긴장감을 느끼며 두 인물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청년이 베드로에게 말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그러자 들려오는 베드로의 대답.
“선생님. 우리가 밤이 새도록 수고했는데도 잡은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다시 내리겠습니다.”
하곤 그물을 도로 챙겨 깊은 곳으로 배를 움직였다.

저항할 수 없는 권위. 옆에 선 그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권위가 청년의 온몸을 덮고 있었다. 청년의 말대로 깊은 곳으로 가 그물을 던지자 다들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어부들이 끌어올리는 그물마다 물고기들이 떼로 잡혀 올라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틸라피아가 무더기로 잡혔고, 깊은 곳까지 그들을 뒤쫓아갔던 다른 물고기들도 셀 수 없이 담겼다.

얼마나 많이 잡혔는지 그물이 찢어질 판이었다. 두 배 모두 만선이었다. 물고기 무게로 배가 물에 거의 잠기다시피 했다.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던 요나는 눈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처참한 비극의 현장이었다. 무수한 틸라피아들이 그물 안에서 눌리고, 겹치고, 뒤집혀 있었다. 요나는 눈 앞이 아득해졌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이름 모를 청년에 대한 증오심이 요나의 마음에 불같이 타올랐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두려운 마음도 엄습했다. 대체 그는 누구란 말인가? 어찌하여 그는 깊은 물 속에 있는 물고기조차 어디 있는지 꿰뚫고 있단 말인가?

요나는 서둘러 아빠와 엄마를 찾았다. 불행 중 다행히도 두 분은 살아있었다. 깊은 물 속으로 옮긴 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여 호수 밑바닥에 잠잠히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나는 아빠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빠, 우리 틸라피아의 삶은 대체 무엇인가요? 왜 우리는 메기에게 사냥 당하지 않으면, 어부에게 잡혀가는 신세가 되고 마는 건가요?”

아빠는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벌써 그 얘기를 나눌 때가 되었나 보구나. 아직 어린 줄로만 알았는데……”

아빠는 진지했다.
“요나야, 생각을 바꿔보렴. 우리가 잡히는 게 아니라 우리 몸을 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떻겠니? 메기에게 끌려간 네 친구 데마가 있었지. 그 앤 살육 했지만, 사실은 그 죽음을 통해 메기를 살린 거란다. 그의 먹이가 되어.”
“예?”

“방금 참담하게도 수많은 물고기가 그물에 잡혀갔다. 어부들은 우릴 잡았다고 좋아하겠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우리가 어부를 살린 것이기도 하지. 우리 몸을 그들에게 내줌으로.”
“그러나 그물에 든 저 틸라피아 중 몇 마리나 그런 생각을 할까요?”

“물론 무의미한 죽음도 있겠지. 그러나 요나, 기억해라! 어떻게 고백하는가,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우린 암눈, 돌보는 물고기다. 내가 죽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비록 그것이 하찮은 물고기의 삶일지라도 얼마든지 위대할 수 있단다.”

요나는 항변하고 싶었다. 어떤 명분을 붙여도 아빠의 말은 힘없는 자의 변명 같아 보였다. 그러나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입을 열어 한마디라도 말을 뱉으면, 행여 먼저 간 자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 물결에 떠내려갈까 두려워 입을 꼭 다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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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곤
연세대정외과 졸업, 코람데오 신대원 평신도지도자 과정 수료하고 네이버 블로그 소설 예배를 운영하며, 예수 그리스도 외에 그 어떤 조건도 구원에 덧붙여져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어른이 읽는 동화의 형식에 담아 연재해 나갈 예정이다.